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얼마 남지 않았어. 임대료 폭락

운산티앤씨 2018. 10. 14. 13:32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어떻게 벌든, 정당하면 그만 아니냐. 맞다. 그런데 왜 우리가 욕을 먹어야 해? 아니 울 아부지가 돈 많아 나에게 정당하게 증여세, 상속세 물고 준 건데 뭐가 문제인데?

오래전 일이지만 예를 들어 보지. 재벌 하나가 폭망하고 그나마 남은 재산이 (진짜 그것만 남았는 줄은 모르겠다만) 서울 시내 요지에 위치한 상가 건물이었다지? 당시 시세로 200억에 가까웠지. 그런데 이걸 두고 자식 간에 싸움이 벌어졌네? 유언에 따라 아들은 전부 내 것이라는 주장을 했고, 딸은 유증분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 나누자고 소송을 했지.

그러나 의외로 소송은 장기전으로 갔고 그 사이 상속세 체납에 따른 과태료가 붙어 결국엔 그 건물은 나라로 넘어갔어. 당시 상속세율이 30% 정도였나? 세금이 5-60억인데, 우린 이해가 되지 않았지. 팔아서 상속세 내고 사이좋게 나눠 가졌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돈 앞에선 피붙이도 소용없었고 또 그리 끝장을 본 이유는 아마 그 정돈 새 발의 피여서, 그러니까 니 까짓거 하는 알량한 자존심이겠지?

요는 이런 황당한 싸움박질이 아냐. 법의 구녕을 찾아 세금을 줄이든지, 어떻게든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였다면 그건 절세라고 하지 탈법이라고 할 수 없거든. 그리고 귀책사유를 따지자면 일 안 하고 논 국회의원이나 그런 구멍을 찾지 못한 공무원이나, 알고도 방관한 우리들 책임이거든.

그러나 완벽하게 빌딩 하나 정도를 절세로 넘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지. 탈법이 개입되지 않으면 불가능. 그래서 니들이 욕을 얻어먹는 거야.

뭐 지난 일이야 이젠 국세청에서 알아서 조지면 될 일이고 왜, 그리고 어떻게 곧 줄초상을 치를지를 알려주마.

아참, 지난주 카페 회원 한 분이 오셔서 이런저런 부품과 튜너를 사가지고 가셨는데 나눈 이야기가 충격적이더라고. 강남 어디라고 하던데 1년 단위로 상가 계약을 갱신한다면서? 그러는 거 아니다. 설사 내년에 10% 인상 요인이 있다 해도 이미 충분하게 배부르면 족한 줄도 알아야지.

니들 계산 방법을 보면 딱 점포주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만 산정하는 것 같아. 왜? 더 가져가서 부자 되어 자기 건물 사서 독립할까 봐? 아니면 그냥 배가 아픈겨?

폐일언하고,

1. 노동 패턴이 완전히 전환되었어. 그리고 기업 문화도 바뀌었고. 김영란법? 그건 이미 지나간 이야기고. 일찍 끝나면 다들 집에 가지? 술 마시고 단합하던 분위기도 아냐. 그보단 개인 생산성과 업무 시간 중 집중도를 더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 거여.

그러니 저녁에 술 마시겠냐? 세상 다 돌아다녀 봐라. 저녁마다 흥청망청은 이 나라뿐이여. 8시 넘으면 거리에 인적이 없다는 거 몰라?

2. 음주에 대해선 관대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의 사유로 음주를 끼워 넣는 나라도 우리뿐일걸? 중국도 좀 느슨하긴 허지. 좀 있어봐라. 담배 못지않게 규제하는 게 술일 거여. 아마 휘발유처럼 50% 이상이 세금으로 조져댈걸? 그야 정부도 이젠 삥을 뜯을 수 있는 곳은 술 밖에 없으니까.

3. 대형 음식점부터 작살나겠지. 저녁 회식 아니면 매출이 뚝 떨어지는 곳들. 오래전 북창동에서 꽤나 잘 나가던 음식점 하나가 폐업했어. 매출 대비 임대료 부담 때문에 못 견딘 거지.

그땐 음식점 하나에 주인이 셋이여. 아침 라면 파는 이, 점심 파는 이, 저녁에 술 파는 이. 이 셋이 임대료 3등분 하더구먼. 그런데 저녁 매출이 기대 이하니 나가떨어질 게지.

예전엔 꼭두새벽에 밥도 먹지 않고, 술 때문에 아침 거르고 나와 라면이니 뭐니 끼니도 때웠지. 시간 맞춰 나오는 데다 저녁 술 때문에 해야 했던 해장도 없어진 마당에 그 비싼 아침을 돈 내고 먹어? 점심도 마찬가지여. 도시락 문화가 퍼지고 있지. 저녁엔 더욱 한가할 게다.

1차 없으면 2차도 없는 겨. 2차 자빠지면 그다음은 노래방, 단란 주점, 룸살롱 차례여. 편의점들도 같이 버거지겠지. 그나마 저녁 술손님들이 솔솔찮았는데 말이지.

4. 시장은 이제 온이 아니여. 전부 오프로 다 옮겨갔고 다들 스마트폰으로 물건 사지. 아주 급하지 않으면 안 갈 겨. 문방구, 철물점 등등 견디겠나? 오죽하면 이마트, 홈플러스도 위태롭다더라.

그러니 굳이 복잡한 시내에서 쇼핑하겠냐? 젊은 애들은 색다른 곳을 찾아 헤매니 금방 금방 싫증을 내지.

근래 들어 이상한, 아니 특이한 일들이 생기고 있어. 온라인 숍을 가진 작은 회사들이 사무실을 서울 변두리로 옮기더구먼. 물류 창고 겸 사무실로 쓰는 거지.

점포만 구멍 나냐, 사무실도 뻥뻥 빠져나가겠지. 가장 노른자인 1층 빵꾸나고 나머지 2-3개 층 거덜 나면 조금 힘들어질 거야. 관리 비용 줄이자고 경비 자르고 난리 치겠지만 청소는 아직 로봇이 하지 않어. 그렇다고 전기세 내려주나? 돈 빌려 산 건물이면 조만간 이자 부담도 막강할 테지.

니들 말마따나 기업이 너무 어렵다며? 그런데 그 비싼 월세 내면 계속 버티겠나?  

5. 기업도 이미 변했어. 대가리 숫자로 누가 기업 운영하나? 최정예 요원만 있는 거야. 과거엔 몇 개 층을 차지해야 했지만 요즘은 반만 써도 널널하지.

돈이란 건 참 같잖기도 하지만 그 속성은 너무도 정확해서 무섭기까지 하지. 이젠 나라 원망할 이유가 없을 거야. 돈의 속성상 제대로 흐름을 찾아가고 있거든.

피켓 들고 플래카드 들고 나올겨? 무슨 근거로? 이젠 폼 잡으면 벤츠 끌고 다니던 시절, 얼마 남지 않았어. 어여 조물주 다음 자리에서 내려올 준비나 하라고.

요즘 시내 나가면 내 말이 틀리지 않음을 직접 목격하지. 빌딩 몇 개 층에 임대 구함, 급구 임대 줄줄이 붙어 있더라.

도미노 현상이 패닉처럼 번질 거야. 먼저 빠지는 놈은 그나마 돈이라도 건지겠지만 남은 놈은 다 게우고 나가야 할걸? 

다 같이 사는 방법은 지금 월세의 1/3, 1/4로 내리는 거야. 아니면 다 죽는 거지 머. 그런데 점점 다 뒈지는 걸로 가네?


러셀 크루우와 덴젤 위싱턴 주연의 1995년 SF 영화 '가상현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시드란 인공 지능이 몸을 얻어 세상 박으로 처음 나와 깝작거릴 때 흐르던 음악입니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 그리고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건 그 모든 상상은 사실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Bee Gees - Stayin' Alive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