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오늘이란 현실을 모르면 아픔만 있을 것이니..

운산티앤씨 2018. 10. 17. 19:54






지금 세상의 얼굴을 그리라면 저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랜 만에 친구가 와서 담소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엔 애들, 나중엔 아는 주변 지인들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가을 메뛰기처럼 서로의 입을 오가며 튀어나왔다.

그넘 왈 누구네 아들은 어떻고 딸은 저떻고, 그러나 그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진 놈이 없더라나? 내 이미 이젠 대학 나온다고 해서 뭐라도 보장해주는 세상이 아님을 지적했지만, 막상 아는 이들의 자식이 그런 처지에 있다고 하니 딱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나 나도 요즘 들어 알게 된 추세이지 (사실이 아니다. 사실로 둗어지자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 또 누가 이런 세상이 온다고 예언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얼뜨기 사촌 닮은 분석 흉내라도 낸 적이 있었나. 또래지만 유난히 아이가 늦었은 나에겐 그런 이야기들이 오히려 전화위복처럼 느껴지니, 웃지 못할, 그야말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반전이 아닌가.

기업에선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난린데 졸업생들은 갈 곳이 없다니. 뭔가 핀트가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탓이리라.

나도 사실 내가 정확히 보았는진 모르겠다만 불과 수년 전 직장에서 본 대졸 신입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영작은 커녕 간단한 기안 하나 못해 쩔쩔매지를 않나, 보다 못해 너 정말 대학은 나온거냐는 심정으로, 시험 삼아 던져준 간단한 문제도 하나 제대로 풀어내는 꼴을 보지 못했으니. 이는 내가 잘났다고 하는게 아니라, 당신 같이 근무했던 관리자급들의 이구동성이기도 했는데.

요는 교과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땐 사지선다형 인생이니 어쩌니, 특색도 없고 개성도 없는 국화빵 세대니 하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대학을 가긴 위해선 정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를 했고 결국 그것이 토대가 되어, 4년을 놀면서도 졸업했고 허랑방탕했던 4년 간의 생활이 남긴 잔재들은 첫 사회 생활에서의 밑거름이 되었었다.

그러나 도대체 강남으로 온 탱자화된 귤식의 교육방법이 우리에겐 맞지 않나 보다. 비근한 예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큰 놈은 학교 내에서 내노라했지만 대입 면접에 즈음해서야 그 학교론 인 서울도 어렵다고 토로했고 세상사에 무심했던 난 변해버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태만 원망했다.

그러나 짬을 내, 녀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들여다 보자 조금씩 답이 보이는게 아닌가. 한마디로 공부를 하지 않는 분위기에 어떻게든 대학은 편하게만 가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그 말 많은 학종, 논술. 벽촌의 자식들이 어찌 강남 부자들의 스펙과 투자를 따라갈 수 있나. 그렇다면 남은 건 정시라는 시험 밖에 없는데 공부는 하기 싫고. 그러니 어떻게든 교내 성적만 뻥튀기해서 대충 자소서와 상장 몇장으로 대학 가려는. 그러다 보니 오래 전엔 하위권이었던 대학들 조차 인 서울이라는 타이틀만으로 몸값이 천정부지인 가소로운 상황이 되었고.

달포 전인가, 정말 이놈들 말이 많나 싶어 상위권 대학의 학생 분포를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우리 때나 지금이나 지역별 분포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고, 다만 달라진 건 과거의 명문고 자리를 특목고가 차지했다는 정도? 즉 공부만 제대로 하면 학교의 다양성을 위해 대학도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거늘 그저 꽁으로 먹으려는 심뽀가 빚어낸 촌극들이라 할 밖에.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일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 일부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과외를 받는다는 기사.

난 그게 기레기들 자작극인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다. 오늘 온 친구의 아들은 방학때만 되면 빵꾸난 전공 떼우느라 집엘 오지 못한다나? 게다가 나의 지인 중 하난 인서울 대학으로 간 아들을, 하교만 하면 붙잡고 앉아 공부를 시키고 지도를 한단다. 전공은 커녕 필수 교양에 들어가는 수학과 영어를 못 따라간다네.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닌가. 어쩌다 이런 짜가들이 양산되었는지. 그런 애들이 살벌한 기업 면접을 무사히 통과할 성 싶은가. 기업체 면접장에 나오는 이들은 그 회사에서 난다긴다하는 놈들인데 모래성처럼 쌓아올린 가짜 스펙으로 무장한 애들 쯤이야 눈감고도 잡아낸다. 그러니 기업에선 사람 없다 난리치다 치다, 아예 남이 수억 들여 투자한 인재 빼기로 눈을 돌렸나 보더라고.

난 친구에게 어줍잖은 대학이라면 아예 안보내겠다고 공언을 했다. 졸업하면 뭐하나? 갈 곳도 없어 공무원 준비한다고 수년 까먹든지. 결국엔 히키코모리가 될 처지로 내몰릴 텐데.

그 소릴 듣더니 그래도 대학은 보내야지. ㅎㅎ 이 자식이 내 말을 귓들으로 들었나?

야 이사람아, 대학은 꽁으로 다니나? 졸업 시키자면 족히 억은 드는데 내 처지에 어찌 감당하누? 그러는 자넨 아들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친구왈 할 말 없단다. 그도 이미 그녀석 졸업 후가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친구들 이야기도 나왔다.

한넘은 그 잘나간다는 S그룹의 계열사 전략기획으로 들어갔다. 거참, SKY도 어렵다는데 대단해라고 생각한 건 고작 5-6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죽었나 싶어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행적이 묘연했고 근 2년이 지나서야 경쟁사로 옮겼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선 다시 15년간 무소식이다가 2년 전에야 지 발로 찾아왔다.

참... 사연을 듣다 내 생전 없던 울컥까지 올라왔는데. 녀석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사 (임원급인듯)와 의견 차이가 생겼고 그리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에 미운 털이 박혔단다. 하여 그 눈총을 피하고자 지점으로 나갔는데 마침 그때 경쟁사에서 동종업계로 진출하고자 이 녀석을 스카웃했다나?

옳거니 하고 냅따 이직을 했지만 정작 골 때리는 일은 이직 1년 후 터졌다. 갑자기 경기가 어려워지며 경쟁사는 기획하던 사업을 접었고 졸지에 놈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 회사는 양심은 있었는지, 일은 못주더라도 철 되면 승진시켜 주고 급여도 제대로 주마. 머잖아 당신이 할 일이 생길게다.

그렇게 15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난 그럼 넌 일 안하고 뭐했냐 하니그냥 책상 하나 전화기, 컴퓨터 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지 한다?

너 그렇게 어찌 살았냐 하니 죽지 못해 살았다고. 휴일만 되면 등산을 다니면 몇번이나 죽고 싶은 걸 꾹 참고 버티었다네. 때려 치우고 싶어도 그때마다 가족들이 어른거리고. ㅜㅜ

더 듣지 않아도 그 마음 알겠네. 그러더니 결국 작년인가 최후 통첩을 받았단다. 하기사 그 회사도 일 한 바 없는 이를 15년 동안 데리고 있으며 꼬박 꼬박 승진에 급여에, 비록 자신들 실수였지만 할 도리는 다 하지 않았느냐.

그녀석 요즘 경기도 어디 물류센터에서 지게차 몰며 택배 종이 딱지 붙이며 산다. 어떠냐는 내 질문에 이렇게 마음 편한 적이 없었다니 다행이다.

보시라. 그렇게 뼈 빠지게 공부해서 대학 나온 마지막이 어떤지를. 요즘 퇴직하시는 분들도 아마 갈 곳이 없을 게다. 그나마 임원으로써 경영을 제대로 익혔다면 환갑 전까지 메뚜기처럼, 소방수처럼 몇몇 회사의 대표나 임원을 전전하겠지만 그들 역시 퇴직 후엔 별반 차이가 없다.

이미 그들이나 우리가 익힌 기술은 out of date이고 old fashioned이니 그걸 어디에 써먹겠나? 고학력 자원들을 그렇게 만든 기업들을 원망하나고?

그건 정말 어패다.누가 그리 뒷 일 감당할 생각도 없이 살라고 했나? 이미 사회인이면 알아서 각자도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엔 친구가 받는다. 절씨구~~

아는 여자 중엔 똑순이가 하나 있는데 남편도 없이 딸, 아들 잘 키워내 좋은 대학에 보냈고 딸은 대학원, 아들은 학사 장교. 이젠 다 끝났다 싶었는데 웬걸? 수년 동안 취업에서 고배만 마시다 결국고 딸은 재건축 조합에 취직했건만 몇달 째 돈도 못받고 있고, 아들 역시 쓴맛만 보다가 결국 핸드폰 조립 현장에 취업했단다. 너무 힘들어 6개월 만에 때려 치우고 공무원 준비한다는데 이미 그 세대에선 노땅이라 따라가기도 벅차다고.

이미 우리나라 기업도 사람으로 땜빵하던 시대를 지났다. 대학만 나오면 돈은 적더라도 갈 곳 즐비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 못지 않게 똑똑한 회계 프로그램은 그 많던 회계부와 자금부 직원들의 자리를 빼었고 ERP는 물류를 포함한 재고 분야의 일자리를 털지 않았나.

이 두가지만 해도 이미 답은 나오는데 정말 그깟 타이틀 하나 달자고 부모의 노후까지 앗아으며 가야 하나? 그리고 그렇게 노후를 강탈 당한 부모는 장차 자식들의 짐이 될 터이고, 모든 가족간 갈등의 최상위 원인이 될텐데 왜 그런 무모하고 아둔한 짓을 벌이나?

요즘 택배하는 양반들, 힘은 들지만 가족은 거둬 먹일 수 있단다. 저녁에 편의점에 납품 다니는 양반들도 일의 강도는 낮은 대신, 야간이라 꽤 짭짤하다나. 애들만 하던 배달일에 내 래가 등장하는 현상도 불과 얼마 전부터이다. 들어보니 조금 위험해서 그렇지 입에 풀칠은 한다나?

참으로 웃기는 건 이들이 모두 플랫폼에 소속된 4차 산업 종사자들이란 점이다.

4차 산업하니 뭔가 특별하고 복잡할 줄 알지만, 정작 뚜껑 열고 들여다 보면 소수를 제외하곤 다들 이렇게, 아직 인공지능이 발을 디디지 못하는 낮은 곳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니면 오늘 온 친구처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본인의 능력으로 1인 회사를 창업하든지.

이 글 보시는 분들, 만약 나처럼 애들이 대학으로 진학할 시점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한다. 물론 돈이 많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대학 과정 만으로 족히 1억은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그전에 대부분 빚도 안고 있고. 결국 둘이면 2억이고 이 거대한 빚은 애들과 나눠져야할 짐이다.

애들 상당수가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로 진입하고 그 빚 갚느라 또 몇년이 늦어지고 맞벌이 한답시고 손주들 양육은 부모들 손에 떨어지지 않는가? 실로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할 현실인 셈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수십년 해 온 일이 있고 그 일에 관한한 도가 텄다면, 그리고 당신 이름만 대면 알아준다면 가업으로 전수하길 바란다. 아무리 그 일이 힘들고 어렵다 한들 아이가 시작할 때는 당신의 시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할 게다. 왜? 당신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 말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수준의 시각으로 앞으로를 내다 본다면 대학이라는 졸업장은 정말 공부에 취미가 있는 극소수 애들의 선택으로 남을 것이며, 나머진 하급 직종에 종사하거나 1인 회사 창업 혹은 가족들만 참여해서 함께 나눠먹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말이 맞다고는 강변하지 못하니 단지 참고로만 활용하시길...



재탕에 삼탕이지만 가을이라 올려 봅니다.




이브몽땅 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