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초점은 왜 애를 낳지 않는가로 귀결된다. 만혼에,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으니 연일 지방 소멸에 심지어는 국가 소멸까지 언급하며 난리를 친다. 하지만 뭔가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지울 수가 없다.
.
과연 폭등한 부동산과 빈부의 격차때문일까? 하지만 이를 좀더 깊이 생각해보고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문제의 원인으론 허술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는 뭔가 음험하고 구린, 분위기와 냄새만 난다.
.
폭등했던 부동산이라. 그렇게 따지면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해외 유수의 도시들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우리와 같은 사정인가? 이리 이야기하면 그 나라는 땅이 넓고 어쩌고... 우린 남는 땅이 없나? 지방 소멸이라메? 이거 진짜 우습지 않은가?
.
빈부 격차때문이다? 인도와 중국을 보라. 하루 저녁에 수억원을 쓰는 인간들에 비해 쓰레기 뒤져 먹고 사는 이들이 수십만배 많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가 온 세상을 덮은 지금, 지구 어디에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만 그렇다는 건 어찌 어색하지 않는가.
.
지난 주 요즘 대세로 뜨는 오모 박사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MZ 세대부터 그 이전 몇몇 알파벳 세대들은 다이상 자산이 아닌 소비 주체? 라고.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586 세대까진 농경 사회가 의당 가져야 하는 이념, 그러니까 대가족 중심, 전통의 숭배, 대를 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등등이 존재했으니, 실제 이 세대까진 자식들은 부모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뜻이지만 이후 세대는 더이상 생산성이 없는 소비만 하는 세대로 변했다는 뜻이다.
.
사회 구조가 농경이 아니니 대가족도 무너지고 흩어진 가족들이 자주 보지도 않으니 연대감도 희미해지고 자식이라고 낳아봐야 돈만 들어가는 구조이며 혼자 살면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들을, 결혼으로 희생해야 한다면 누가 과연 그런 득이 없는 모험을 감행하겠는가.
.
여기에 우리만 갖고 있는 독특한 한가지 사고 방식이 더욱 부채질하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보다 앞서 나갔던 나라 역시 농경 사회를 거치고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분명히 우리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국가 소멸까진 걱정하지 않는다. 혹시 그 원인은, 부모가 눈을 감을 때까지 부여되는 무한대의 포육 기간이 아닐까.
.
그들은 성인이 되면,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독립하고 더이상의 지원을 바라지 않으며 독립된 개체로써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우린? 성인이 되어도 대학까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취직할 때 까지만, 취직하고서도 결혼까지만,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손자들 클 때까지만, 손자사 성인이 되어도 자식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노후는 뒷전이고 챙겨주기 바쁘다.
.
이 모습을 보는 애들이 과연 결혼해서 그런 장대한 여정에 동참하고 싶을까?
.
시방 부동산이 폭락하고 있다는데 사실 코로나때문에 생긴 여유 자금들이 투자처를 찾았다는 분석보단 몇몇 투기 세력의 작당질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봐야 한다. 거품도 아닌, 그야말로 투기성 자금만 몰렸으니, 이들이 소정의 이익을 달성하거나 더이상 실익이 없다고 생각하면 발을 뺄텐데 마침 인플레를 우려한 금리 인상이란 파고가 덮치니 옳다구나 하고선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
이런 경우엔 연착륙이고 경착륙이고 없다. 아직은 설마하며 눈치를 보고 있지만 머잖아 신용 대출 금리는 12% 이상, 담보 대출은 8% 이상으로 갈 것이다. 그때부터는 투매가 시작되고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는 꼴을 볼 것이다. 집값이 구매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 갔다 치자. 다들 얼릉 얼릉 결혼하고 애도 쑴풍쑴풍 낳을까. 절대 아니올시다.
.
다시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 가보자.
.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왜 결혼해서 애를 낳았냐고 물어보면 뚜렷한 이유가 있다. 그걸 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고 요즘 애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 애를 낳지 않느냐 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을 하까. 우선은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과 과열 경쟁, 부동산을 꼽지만 만약 그게 해결이 되면 결혼하고 애를 낳을 것인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
분명히 머뭇거릴 게다. 왜? 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를 희생해 가며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하는 뚜렷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이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을 결행하자면 마땅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우린 지금 그런 동기 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데 바라고 있으니 이야말로 우물에서 숭늉 착지가 아닐까.
.
'세상 이야기 > 길 위에서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 450 버는데 나가는 돈은 1천.. '12억' 아파트 영끌 부부 (0) | 2022.10.26 |
---|---|
페미니즘의 종말 - 박원순 사건 (0) | 2022.10.19 |
이 새끼, 저 새끼, 모두 개시키 ㅎㅎㅎ (0) | 2022.09.30 |
앞으론 밀집 지역에 살아야 하지 않을까? (0) | 2022.07.22 |
이해할 수 없는 일들 (0) | 202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