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국가가 화적질을 하다니..

운산티앤씨 2018. 10. 9. 12:13






한글날을 맞이하야...

훈민정음 상주본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오릅니다. 재탕, 삼탕에 남은 사골마져 없어질 정도인데.

요약하면..

소유권을 주장하는 배익기 씨가 책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자, 이미 사망한 고미술상 조용훈 씨가 자기 가게에 있던 책을 훔져갔다고 고소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배 씨는 1년간 옥살이를 한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민사에선 완전히 패소했지요. 같은 사안을 두고 상이한 판결이 난 건 정말 이상하지만 드물지는 않다고 하는데.. ㅎㅎ

그러나 그건 사안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음입니다. 그런데 가장 이상한 대목은 항소심의 판결 내용입니다.

보다 정밀하게 정리된 당시의 상황입니다. (이하 인용)

그런데 이 방송을 지켜본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씨가 소송을 제기하며 일이 꼬입니다. 조 씨는 배 씨가 자신의 골동품 가게에서 고서적을 사가면서 궤짝에 놔둔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씨를 상대로 상주본을 돌려달라는 '물품 인도' 민사소송을 제기하죠.

감정평가액 1조원짜리 문화재가 걸린 소송인만큼 이 민사재판은 1심부터 3심까지 13개월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20115월 민사소송 3심에서 법원은 조씨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배씨가 갖고 있는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배씨는 상주본을 꼭꼭 숨겨두고 인도를 거부하죠.
 
3심 민사재판 결과와 함께
조씨는 배씨를 절도 혐의로 형사 고소합니다. 이에 검찰은 절도 혐의로 배씨를 구속합니다. 20122월 형사재판 1심에서 법원은 배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합니다.

그러나 같은 해 9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조씨와 증인으로 출석한 고미술상 3명의 오락가락한 진술만으로는 조씨의 절도 혐의를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해 12월 조씨가 숨지면서 이제 소송의 주체는 문화재청이 됩니다. 조씨는 숨지기 전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한다는 문서를 남겼습니다. (어차피 나도 못가지는데, 너 엿이나 먹어라?)
    
20145월 마침내 배씨는 대법원에서 끝내 절도죄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이상 인용 끝) 

이후 조 씨의 국가 기증 유언을 근거 삼아 현재는 문화재청이 소송의 주체가 되어 10년 째 저 질알들입니다.

문젠 절도 혐의의 입증에 고소인인 조 씨 진술과 조씨가 내세운 고미술상 3인의 증언만 있다는 거죠.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목격자의 증언이 민형사상 중요한 증거임은 분명하지만 결정적이기에는 불충분 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C가 있고 C의 주장이 옳음에 동의하는 3인이 있다고 합시다. 그럼 A는 바로 살인범이 되는 건가요? 절대 아닙니다.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할 A의 살인 동기, 알리바이, 그리고 물리적인 증거 없인 유죄 판결이 날 수가 없습니다.

이 사건은 바로 위의 예와 같다고 보여 집니다.

이 사건이 날 때마다 달리는 댓글러들 대부분은 배 씨의 이기적인 언행만 문제 삼습니다. 나라를 위해 포기해라 정도가 아니라 아주 인격적인 모욕을 가하죠.

이건 정의도 아니요, 애국심도 아닌 '사촌이 땅을 사니 배 아픈 격' 정도로만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치가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상응하는 댓가를, 아무리 국가라도, 지불하고 내놓아야 하는 법입니다.

배 씨의 분노는 사망한 조 씨에 한하고 있지 아니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관여한 문화재청 관리들을 처벌해서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전 과정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만 최초 민사 3심과 형사 1심까지는 전광석화와 같이 이루어지면서 무려 10년 이란 구형과 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는 국가의 일방적인 패소였고 더하여 배 씨는 4천만 원이란 형사 배상금까지 받습니다.

정밀하지 않은 대강의 과정만 훑어 보아도, 누구나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대단한 모순이 가득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더욱 기괴하게 진행이 됩니다.

(이하 기사 인용)

배 씨가 상주본 소재를 밝히지 않자 문화재청은 지난해 "상주본을 인도하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절도 혐의를 씌워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 상주본을 빼앗으려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관할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수차례 조정을 시도했으나 배씨가 "억울한 옥살이 1년에 대한 진상규명과 문화재청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 2월 배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배씨가 받은 무죄 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이지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됐다는 것은 아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상 인용 끝)

내가 지능이 모자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상주지원의 기각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형사상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는데도 공소 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니요. 그렇다면 하급심이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건가요? 그리고 왜 조정은 또 뭔가요?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국가의, 개인에 대한 재산 탈취 시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기사와 여러 글을 보면 배 씨가 가진 국가에 대한 적의감을 충분하게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식으로, 왜 그리 억울한지를 만인 앞에 소명할 기회를 전혀 갖지를 못했고, 이젠 언론까지 거들며 그의 절도 행각에 대한 의구심만 부풀리며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거나 과도한 금전적 요구만 바라는 사람으로 전락시키며 이구동성으로 그냥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양입니다.

일설엔 이걸 본 전문가들이 털썩 주저 앉았을 정도였고 그 가치는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보상금에 대한 분쟁 과정이 설명된 기사 인용입니다.

(인용 시작)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의 국가 회수를 두고 법원 조정이 진행 중이나 소장자인 배익기(54·고서적 수집판매상)씨는 "50억원을 줘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해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배씨는 13일 "상주본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공로금, 모금액 등 총 50억원을 주더라도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배씨는 "모 국회의원 측이 훈민정음을 발견한 공로로 제안한 20억∼30억원과 법원 조정에서 협의 중인 모금액 20억∼30억원 등 50억원 안팎의 금액이 제시됐지만 이를 받고 상주본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적으로 국가 소유란 점에 배씨는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폈습니다.

민사재판에서 상주본 소유자인 조모씨가 숨지기 전에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했고, 배씨가 조씨 소유의 상주본을 훔쳤다는 민사재판 판결이 나왔으나 그는 상주본 절도혐의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자기 소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배씨가 국가(문화재청)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함에 따라 상주본 소유권을 두고 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주지원 조정위원인 이상욱 변호사는 "형사사건은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반면 민사사건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 변호인 측은 "배씨가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면 검토해볼 수 있지만 1천억원이란 터무니없는 금액으로는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조정위는 배씨에게 먼저 금액을 제안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금액보다 본인이 억울한 옥살이 1년에 대한 진상규명과 문화재청 관련자들에 형사처분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씨는 2011년 8월부터 1년간 옥살이를 하고 무죄로 풀려난 후 국가에서 배상금 4천여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공무원 처벌은 형사사건이라서 다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조정위 의견입니다.

문화재청 이재훈 문화재 사범단속계장은 "국가가 배씨에게 직접 공로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바는 없고, 배씨가 상주본을 내놓으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모금할 수도 있다는 점이 조정위에서 제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상 인용 끝)

정말 골 때립니다. 형사상 절도가 아니라는데 민사에선 절도라 하고 그것을 빌미 삼아 몰수도 모자라 다시 문화재 은닉죄로 처벌하겠다는 거죠. 그리고 민사는 형사만큼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여러분들은 이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국가적으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라면 이렇게 한 사람을 코너에 몰아넣고 조질게 아니라 배 씨의 주장대로, 그러나 확정된 민사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면, 모든 과정에서의 부정한 개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합리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런 연후 보상이 결정되고, 기쁜 마음으로 배씨가 국가에 양도하는 순이어야 할 겁니다.

개인적으론 이 사건이 계속 같은 지역 안에서 공전하는 게 매우 미심쩍는데, 즉 단순히 절도냐 아니냐를 떠나, 사실 관계가 명확해질 때 다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하나 둘이 아닐 수도 있으며, 바로 그 이유때문에 해결을 보지 뭇하는 게 아닌가 하는거죠.

얼마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요. 운석 소유권 문제인데 하늘에서 떨어진 돌덩어리. 우린 우습게 보지만 1그램 가격이 어마어마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떨어진 땅의 주인, 그리고 발견한 이들의 소유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다, 여의치 않으니 푼돈으로 강탈하려 했고 그것도 실패하자 아예 법을 만들어 해외반출까지 막아버린 사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난 배 씨의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주장과 요구는 정당하게, 온전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세종대왕이 살아 이 광경을 보았다면 기가 찰 노릇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Coldplay - The Scie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