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삼년도 훨씬 전 일이다.
뜻하는 바와 달리 더 시골로,아니 이젠 산골 오지로 박혀 버린 나.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그넘의 촌놈 똥바가지는 소위 넥타이들이 있는 곳이어도 논두렁 수준이었다. 일설엔 결국 회사가 부도나서 그 개넘들도 연전 전부 길거리로 다 나앉았다니 적이 위로는 된다. 십새끼들, 대리 운전 해보니 살만하냐? ㅋㅋㅋ
여하튼 여기서 따돌림, 저기서 질알해다니 성질 같아선 몇놈 멱살 잡아 회사 마당에서 개박살을 내버리고 싶었으나 이미 유사 난동을 피우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작당이면 인간이 아닌겨.
하여 꾹꾹 참다보니 화병이 도지는 지라, 종종 회사 앞마당에서 가서 양지녁에 앉아 햇볕이나 쬐다 보니 목재로 운반구를 만드는 하청업체 두 양반과 친해졌다.
헌데 이치들도 하청업체라 하여씨바랄 새끼들의 염장질에 솔잖이 허파가 뒤집어졌던 터라. 하여 나의 합류는 때아닌 봄바람처럼 좁디 좁은 작업장을 훈훈하게 하였다.
셋다 입담은 김구라도 울고 갈 정도라, 나오는 경험담마다 그야말로 청산유수에 찰지게 짝이 없어, 한번 노가리 풀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오늘처럼 스산한 바람이 촌동네를 휩쓰니 느닷없이 커피 생각이 나서 그곳으로 가던 중에 뭔가 좀 이상한 걸 보았다. 둘 중 연배가 낮은 이의 트럭 앞부분이 뭔가에 찔린 듯. 어라? 이상하다. 분명 날카로운 걸로 몇번 쿡쿡 찔렀는데? 근데 저 똥그란 건 또 뭐람?
하여 사연을 물어 본 즉,
3년 다 외어 가는 2년 전 가을, 지리산 단풍놀이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난데없이 노루가 도로로 튀어 나오더라나? 너무두 급작스러운 출현에 혼이 나간 이 양반, 냅따 들이 박았는데 하필 노루 엉댕이 쪽이라. 내려 보니 엉덩이 모양으로 앞부분이 옴팡지게 들어갔다고.
새차 뽑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월메나 화가 나든지 차를 다시 집어 타고 노루가 날아간 쪽으로 가니 이눔이 죽질 않고 자길 노려 보더라나? 어쭈구리 하고 차를 놈쪽으로 밀어 붙는데, 아니 글쎄, 이놈의 노루가 대가리에 난 뿔로 차를 마구 찌르더라네?
뚜껑 완전히 열인 그치는 박거나 말거나, 후진한 다음 냅따 노루를 콱 박아버렸고 그길로 노루란 놈 황천으로 길 떠났단다. 내려 보니 내갸 너무 심했나 싶었지만 찌그러진 차를 보니 다시 분기탱천. 어차피 보험도 안될테니 니눔이나 잡아 먹어야겠다 하곤 차에 실어 귀가한 뒤, 잘게 썰어 냉장고에 재워두고 틈날 때마다 몸보신했다는데.
허나 이상하게 노루 먹던 날부터 일이 베베 꼬이더니 아는 눔의 사기에. 인사 사고가 이어져 급기야 집까지 날렸다네?
이야기 끝에 왈,
'며칠 뒤면 딱 삼년 채우는구마이. 이 시버랄 노무 차만 보면 열불나여.'
그런디 며칠 후 보니 차가 없어졌더라고. 왜 팔았냔 내 질문에 답하길,
'아 누가 그러는디 그 차도 갖고 잇으면 안된다는구만. 그걸 팔아야 내게 붙은 옴이 딴눔에 옮겨 간다잖여? 해서 똥값에 인심 썼구마이. 히히히'
언넘인지 모르겠다만은 똥 한번 제대로 밟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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