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사기 치는 건 아닌데..

운산티앤씨 2018. 10. 11. 21:58






가게 앞 거리를 향해 하루 종일 CBS FM을 틀어 놓습니다. 선곡도 좋고 디제이 각각 개성 강한 진행에다 무리가 없어서죠. 게다가 박명수처럼 되먹잖은 개소리나 지껄이고 황당한 웃음을 요구하지 않으니 더 좋습니다.

그제 사연 하나가 흘러 나왔습니다. 요약하면 언제나 내편이 되어 주던 어머니, 그리고 나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어머니. 가슴 뭉클했죠. 아직도 자식이라고 언젠간 성공하리라 믿는 팔순 울 어메 생각도 나서.

잉?

말미엔 대학을 졸업하고 삼년이 지났는데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나와 동생 포함, 너무 죄송해요. ㅋㅋㅋㅋ

잠시 디줴이께서 말을 잇지 못하더만요.

딸래미 뭐하나 슬쩍 가보니 열심히 스마트 폰에 코 박고 계십니다. 뒤통수를 툭치며

'아예 폰 속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너도 들었지? 대학 졸업하고 삼년 동안 저러고 처앉아 라뒤오에 사연이나 날리는 애새끼 이바구.'
'어?'
'어케 생각하냐?'
'부러운데?'
'너도 잘 생각해. 어차피 때려친 공부인데 어렵게 살지 마. 쟈들? 저래봤자야. 더 힘들어져. 얼마 있음 힘든 일도 못하게 된다고. 그 잘난 대학 졸업장 때문에. 그러니 이리 해보자.'
'뭐?'
'너 오늘부터 검정 고시 같은 거 알아 보지 말고, 걍 운동하며 살이나 좀 빼고 얼굴이나 가꿔, 넌 기본이 있으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대학보다 더 좋은.'
'어.... 그래도 대학은 가야하지 않을까? 남들 보기 창피한데?'
'야, 대학 안가고 돈 버는게 낫지. 대학 나와 놀면 더 개쪽이지.'
'어, 그래도 난 가야 핡러 같은데?'

이거 왜 또 핀트가 어긋나는겨? 가지 말라고 하니 간다고 우기네...

'그럼 일단 검정 고시는 나중에 알아보고 우선 운동이나 해. 살 빠지고 얼굴 가꾸면 자신감도 붙고. 공부를 하든 아빠 일을 돕던, 그때 가서 결정하자.'
'어...그러지 머.'

딸래미는 지독한 꼴페미? 뭔진 모르지만 하여간 페미니즘입니다. ㅎㅎ

어제 낮에 나온 기사에 나온 아나운서 김보민, 김남일에게 시집 간 아나운서 말입니다. 같은 아나운서인데 노 머시기는 사귀던 남자 차고 재벌에게 갔다지요? 순정파인지 아니면 모자라는 건지 모르지만 하여간 아직도 남편을 보면 심장이 콩닥거린다 하니 달린 댓글.

개주접이다, 맨날천날 저 소리만해서 식상하다... 갑자기 난 결혼 20년 차인데 아직도 남편 보면 가슴이 울렁거려요. 그리고 소똥처럼 붙어있는 공감 표시는 뭐여?

우잉? 이뇬들이 미쳤나? 

퇴근하니 역시나 마눌님께선 언제나처럼 호통치는 시어미, 야마리 까진 시누, 방관자인 남편, 그리고 순국선열같이 고고한 마누라이자 며느리가 빚는 삼류 촌극의 재탕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고 계십니다. 하여 묻기를...

'어이, 마눌. 낮에 김보민.... 어쩌고... 댁도 나보면 아직도 가심이 발씬거리시나?'
'어!' (오홋? 혹시 오늘 저녁에?)
'거참, 나에게도 아직 매력이 있단거샤?'
'어... 그건 아니고.'
'그럼 워여?'
'볼 때마다.. 해도 돼?'
'괘념치 말고 말해 보거라.'
'볼 때마다 패 죽이고 싶어 가심이 뛰는데?'

지미 떠그랄...

오늘 낮에 딸래미를 다시 호출했습니다.

'너 결혼할겨?'
'틴에이지에게 물어볼 질문은 아니구먼?'
'야, 결혼해봤자야. 좉도 모르는 시키 밥 해주고 빨래 해주고, 자식까지. 얼마나 끔찍하냐? 글고 너 연속극 봤지? 시월드 행패가 얼마나 심한데. 걍 아빠랑 일이나 하고 그러자. 나중에 남은 재산 너 다주고 이 사업체도 너 줄께,'
'오빠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시킨 관심 없다잖아? 그러니 니가 딱이지. 게다가 아빠만한 사장은 없어야?'
'어....... 곤란하겠는데?'
'왜? 너 페미니스트라메? 남자 싫다메?'
'그건 오남리 우럭 (여기 애들이 전부 검은 안경테에 같은 헤어스타일이라, 우럭을 닮았어요.)이라 그런 거지.'
'그럼 잘생긴 서울놈 만나면 바뀔 수 있단거여?'
'모르지. 앞으로 10년후 일인데.'

내가 청개구리를 낳은겨?

추억 속의 재회-MC the 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