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나이 들면 판단력이 흐려지니..

운산티앤씨 2018. 9. 22. 19:26

나이가 들면서 체감하는 것 중 하난 손에 뭘 들고 있으면서, 그러니까 다른 일을 할 수 없는데도 전혀 다른 일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조금 더 젊었을 땐 이런 일은 없었다. 손에 쥔 걸 다른 곳에 두고 그 일을 하든지, 아니면 손을 바꿔 쥐든지.

그런데도 미련하게 손가락마다 물건을 걸고선 무리를 떨다가 깨거나 찢어 먹거나. 아마 순발력이 떨어지는 데다 판단력까지 그에 못지않게 감퇴하는 것이리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니 모두에게 한 표라는 권리를 주는 게 민주주의이고 그건 나도 부정하진 않는다. 게다가 오래전 고려장 당하던 노인에게서 구국의 지혜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보면 그들의 지혜는 충분히 보존하고 활용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럴 진대 좀 더 나이가 들면 정말 세상을 정확히 보고 판단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고사의 지혜는 칼과 도끼 휘두르던 시대엔 통하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그땐 나이가 들면 일선에서 물러나서 조용히 자연을 즐기며, 간혹 조언을 얻고자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빌려 주는 정도였지 지금처럼 노인들이 설치진 않았다.

틀딱들. 참으로 치욕스럽고 예의 없는 욕이다. 그러나 그 욕지거리가 나오기 전에 당대의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모범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니, 그 욕설은 내뱉는 젊은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노인들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니들이 이리 나대고 잘 먹고 잘 사는덴 나의 피와 땀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야.

맞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이미 은퇴해서 손주 볼 나이고 딱히 하는 경제활동이나 사회에의 기여도 없지 않은가.

은퇴란 단어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 물러났으면, 받은 애들이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알아서 하겠거니, 그리고 도저히 지들 선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 찾아올 때 조언 한마디 던져주겠다는 약속이 아닌가.

지금의 우리 노인들께선 은퇴란 단어를 제대로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주어진 한 표라고, 애들이 뭘 아냐고 단정 짓고선 이래라저래라. 이젠 길거리에 나서서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며 되먹잖은 애국자 행세를 하시니 애들이 욕을 하는 게다.

게다가 어디서 듣도 보던 못한 십창들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개소리를 성경 말씀처럼 받들며 어린 니들이 뭘 알어라니?

그러는 양반들은 컴이든 스마트폰이든 제대로 다룰 줄이나 아는가? 난 나이가 들어 몰라도 되거든, 하지만 니들 사는 건 내가 봐선 엉망이니 참견 좀 해야겠어.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논리인가?

끼고 싶다면 젊은이처럼 공부하고 열심히 스스로를 현대화하면서 감놔라 배놔라 해야지, 개코도 하는 건 없으면서 주댕이질만 해대니, 틀니만 딱딱거린다고 그런 별명을 붙여준 걸 정녕 몰라서 그러는가?

나라에서 지하철도 공짜로 해주고 늙어 설움 받지 말라고 용돈까지 쥐여주면 그냥 조용히 놀러나 다니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골목 청소라도 하든지.

이거야 원, 세월 좋아졌다고 은퇴를 스스로 나불댄 이들조차 거리에 나서 가뜩이나 혼란한 세상에 기름 끼얹어 풀무질하는 꼴을 보는 내 아가미가 답답할 정도이다.

은퇴했으면 조용히 사시오. 태극기 들고 길거리에서 소리 지르지 좀 말고. 태극기를 그런데 쓰라고 만든 줄 아쇼? 그리고 생각 있으면 태극기만 들고. 미국까진 그래도 이해가 가는데 이스라엘 기는 도대체 뭐야? 나이를 똥구녕으로 처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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