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세상/오디오 세상

빈티지를 대하는 경건한 자세

운산티앤씨 2018. 8. 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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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Manson - Beautiful People

빈티지: 일반적으로 낡은 스타일을 지칭하는 개념. 구식의 느낌과 남루하고 초라한 개성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데 오늘날에는 틀에 박힌 것을 탈피하고 빈곤과 여유를 강조하는 경향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빈티지는 소외된 것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흐름으로 한편으론 현대 물질주의에 대한 반항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건 또 구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고? 우린 그런 거 모르겠고, 다만 예스러운 물건 중 요즘에도 통할 수 있는 디자인과 당시의 기능이 살아 있어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대상 혹은 생각으로 정의하자고.

이 역시 어렵다면... 나도 물러.

빈티지하면 골동품부터 연상하지만 사실은 광범위한 중고품과 빈티지하게 만든 신품/이미테이션까지 포괄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한 관상용이나 실제 가동이 가능한 제품으로 나눌 수 있고.

오디오를 갖고 노는 우리들에겐 늘 딜레마가 있습니다. 이걸 골동품으로 여겨야 하나, 아니면 값싸게 사서 즐길 수 있는 중고품으로 봐야 하냐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들이라 딱히 누구의 생각이 맞는다고 강요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거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왜 그러냐? 만약 판매자는 골동품, 구매자는 중고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가격에서 차이가 납니다. 골동품은 희귀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니 지극히 주관적인 가격 산정이 이루어지나 중고품은 쓰다 버린 물건이기 때문에 당연히 저렴해야 한다고 여기게 됩니다. 이걸 두고 누가 맞다고 할 수 있느냐? 누구도 옳게 판정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즉 첫 번째 가격적 충돌입니다.

이런 서로 다른 생각 하에선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깁니다. 고장의 경우입니다. 골동품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당연히 고쳐가며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중고품을 사는 입장에서 고장은 뻔한데 고치고 자시고 할 이유도, 짬도 없으니 싸게 달라.  두 번째 가격적 충돌입니다.

마지막으로 골동품은 해마다 가격이 오르지만 중고품은 반대 현상을 보입니다. 그러니 전자 쓰레기 값이 오른다는 하소연이 나오게 된 거죠. 마지막 가격 충돌입니다.

이런 견해의 차이는 아무리 말을 해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안별로 현명하게 처신해야 하죠. 그러나 이 시장을 북새통으로 만드는 잡새들은 따로 있습니다. 누구냐? 1번 타자는 쓰레기를 골동품으로 둔갑시켜 돌리는 업자들이고 그다음은 이들을 능가하는 4번 강타자 급으로, 골동품을 쓰레기 가격으로 구입하려는 야마리 존나 까진 얌체들입니다. 1번 쓰레기는 시장의 윗 물결을 흔든다면 얌체들은 밑에서 진흙물 밀어 올리는 미꾸라지들입니다. 

여기선 잠깐 물건 돌리기에 대하여...

난 장터 물건이나 매입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건 지나치게 혹사당한 기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나오는 중고는 상황이 낫습니다만, 대체적으로 1980년 이전엔 우리가 목메어 찾는 하이엔드급 기기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난 버렸어 하시는 분들. 다시 기억해 보세요. 산수이 9090, 마란츠 같은 건 수입도 불가였고 들여온다고 해봐야 해외 이삿짐 혹은 미군부대, 가끔 출장 다니며 야메로 사들인 것들입니다. 기억하시는 대부분은 국산 전축 혹은 일본산 저가형 전축이나 미니 컴포넌트죠.

즉 빈티지 바람이 불고 중고 전자제품의 수입이 가능해진 15-20여전부터 등장했으니 현존 기기들이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쳤음이 능히 짐작이 되죠. 그리고 그 손들은 소위 말하는 마니아들입니다. 일반 가정에서야 화분 역할 이상도 못하지만 이들 손에 들어가면 아주 줄빵을 당하고 거의 걸레 수준으로 너덜너덜해집니다. 그러니 받자마자 고장이 나든가 못쓰게 되는 거죠.

이건 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수리점에 가면 고치지 말라고 하는 걸 바득바득 우겨 수리해가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그게 얼마 있지 않아 장터에 나오고 누군가 사서 십 원짜리 입에 담으며 싸움박질하는 단초가 되더군요. 참.. 환갑 넘은 양반들이.. ㅎㅎ

(한편 중고로 알고 사간 양반들도 이런 땐 거들더군요. 뒷말 없긔로 하고선 먼 동태 눈깔 빠진 소릴 하는지 원..)

난 여기 블로그나 카페에 오셔서 내 글을 봐주시는 분들만큼은 명확하게 이해를 하셨으면 합니다. 나도 팔아야 하는 입장인데 전술한 중고품 안목을 가진 분들이 온다면 난감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언급하자면.. 폭탄은 주로 어디에서 나올까요? 업자라고 단정 짓지 마십시오. 일부에서만 그런 짓을 저지르지 나머진 수리점 점검, 자체 점검을 해서 내보냅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비용을 더 얹고, 그러니 비싸죠. 외관까지 다듬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하지만 중고품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은 이들이 마땅찮습니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면 싸게 구하려 용을 쓰지요. 이게 바로 폭탄입니다. 그리고 나오는 출처는 다양하지 않으며 소위 말하는 게시판 토호들로부터입니다. 잠깐 쓰고 내치든지, 아니면 실컷 데리고 놀다가 고장 기미가 보이면 내던지는 족속들입니다.

1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하소연을 들었지만 압도적으로 폭탄을 양산하는 측은 업자가 아닌, 개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엔 선의를 가진 이들도 무시 못할 숫자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거진 60% 수준은 되리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과의 분쟁은 금방 해결됩니다. 환불해 주든지 아니면 깎아 주든지.

하지만 남은 40%들은 그런 폭탄을 내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멀쩡한 물건도 폭탄으로 둔갑시켜 후려치기를 합니다. 어떠니 저떠니 하다가 슬며시 알아서 할 테니 깎아 달라. 그 가격 수준이 제시된 가격의 50-60%입니다. 일종의 모험이라고는 하나 사실은 간단하게 수리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수리점의 과도한 수리비 요구에 대해선 일전 한번 언급한 바 있으니 이 역시 시장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만 여기시면 되겠습니다.

결론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일, 빈티지/골동품 VS 중고품
골동품을 찾는 분이라면 가격에 대한 네고는 가능해도 항의는 하시거나 부당하다고 소리치면 안 됩니다. 그건 중고품도 마찬가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 내가 팔 물건에 똥을 싸지르고 갔다면? 즉 비싸다, 저거 뭐라고 하는 식의 언어의 똥입니다. 다른 이들이 살까요? 이건 기본 예의에 들어가는 겁니다. 아침에 욕 직사게 얻어 처먹은 두 잡놈의 주닥빠리 놀림질이 바르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골동품이라면 니 견해가 있듯이 나의 견해도 있다. 당당하게 난 이 정도로 생각하는데 절충 좀 안되겠느냐? 여기서 또 한가지. 손님이냐 주인이냐의 문제와는 조금 또 다릅니다. 어떤 양반은 소비자 운운하던데 그건 이마트가서 하시고.

여긴 니가 안사면 됐어라고 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즉 법적인 테두리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과격한 언사나 행동은 화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거죠. 샵에 가보시면 잘 아실 텐데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너 아니라도 팔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아무리 샵이라도 지킬건 지키면서 내가 취할 바를 얻을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한 셈입니다.

따라서 여기선 중고품 시각은 승패 중 패이니 앞으론 같은 소리를 하덜 마십시오.

이, 고장
중고품이든 골동품이든 언제든 고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기를 찾는 분이 계셨는데.

4-5년 잘 쓰다가 갑자기 못쓰게 되었다, 이런 걸 팔면 어쩌냐는 하소연입니다. 그 기기가 출시된 시기는 무려 40년 전입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항의라고 할 수 있나요? 싸대기 맞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골동과 중고, 두 가지 분류에 공통적인 룰이 있습니다. 사전에 약속이 없는 한, 돈이 오가면 끝입니다. 신품과는 다른 룰이 적용되어야 거래가 됩니다. 사고 나서 1년 보장해라? 어떻게 하나요?

그나마 덜 스트레스받자면 이런 고장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때론 그것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과하지 않다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려니 하시란 겁니다.

삼, 나만의 네트워크
구입이든, 수리든 고정적으로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죠. 왜? 찾는 물건을 다 갖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수리점 하나 정돈 단골로 만드시고 투자를 좀 하세요. 이에 관해선 또 언급한 바 있으니 생략. 그리고 나에게 소개 부탁도 거절입니다.

며칠 전부터 같은 소릴 계속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판매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찾아가는 세일즈라도 마찬가지. 일종의 설득이고 타당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펴는게 바로 영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오디오 시장엔 너무도 암담한 발상을 하는 이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힘든 시기는 심화될 뿐입니다. 

그러나 난 그런 시장 보단 다 같이 즐겁고 웃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고, 또 이를 위해 내가 관할하는 시장의 원칙을 하나씩 정립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 블로그와 카페에서만큼은 이런 원칙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