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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의 변화란 제목의 짤? 이다. 실감나게 참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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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잠을 청하기 전에 늘 하던 대로 티브이를 틀었는데 종편에서 현미, 한명숙 어쩌고, 스타멘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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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내 기억 속에서 그녀들은, 비록 세월의 흔적은 확연했어도 가요무대에서 열창하던 모습이었는데, 실로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늙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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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씨야 그래도 기력이 왕성해서 87이란 나이가 무색했지만 이 노래를 부른 한명숙씨는 거동도 힘들 정도의 노구에 임대 아파트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고. 60년대 스타들 중 많은이들의 말년이 얼추 이렇더라. 화려했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 후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다 어느새 우리들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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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구글에 연도 + 사망이란 검색을 해보면 익히 기억날 법한 이름들이 그 명단에 올라가 있고 그와 동시에 나 역시 만만찮은 세월의 퐁파를 겪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왜 그녀들이 궁핍하게 되었나 따윈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들 사정이 있겠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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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건 그녀들의 삭아버린 얼굴 속에서 같이 늙어가는 우리 부모, 그리고 나를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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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에서 그녀들은 곽순옥이란 낯선 이름을 찾고 있었다. 알고보니 1980년대를 겪었던 세대라면 다 알만한 '누가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시나요.'를 부른 이였다. 한참 잘 나가던 1960년대 중반에 돌연 홍콩으로 사라져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가, 이산가족찾기에서 등장한 노래때문에 소환된 여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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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찾긴 찾았지만 출연을 거절하더라. 아마 병들고 지친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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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그런 것도 아니다. 아직도 열정과 에너지는 넘쳐 흐른다고 자부하지만 점점 더 컬러풀하고 화려한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저 흑백 사진들과 동화되고 싶고, 더 늦기 전에 성공이란 신기루보단 내 기억 속에서 문득 사라져버릴 광경들을, 더 먼 훗날 그것들을 기억하지 못할 즈음에 꺼내보게 박제하고 싶은 마음이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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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엔 부모님들 찾아뵙고 사진이나 한장 남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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