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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이었나 봅니다. 오후 1시 개점이다 보니 생활 패턴이 조금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그러니까 새벽 2시 넘어 잠이 들고 토끼잠 좀 자다가 5시에 파다닥 깨고, 티브이 보고 담배 피고 컴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8 ~ 9시경 다시 잠들어 점심때까지 늘어져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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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아침마다 벼라별 일들이 꿈에서 나타나는데, 그날은 기분이 참 않좋더군요. 뭐냐하면 멀쩡하던 (사실은 크라운을 한 거지만) 어금니 2개가 몽창 빠지지 뭡니까. 더 웃기는 건 빠진 자리가 너무나 깔끔하단 건데, 깨자말자 구글에 어금니 빠지는 꿈을 검색하니 지인, 특히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꿈이라고 나오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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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싶어 냅따 카톡과 문자, 전화로 사발통문을 주욱 돌렸습니다. 오늘은 아무도 나가지 마라. 그리고 난 당일 약속 다 취소하고 쥐 죽은 듯 가게에만 있었더니 다행히 1주일은 무난하게 넘어 가더군요. 그리고 한주가 지나고 수요일인가, 형에게서 갑자기 톡이 오길 '셋째 숙모님이 별세하셨으니...' 뭐 여기까진 꿈하곤 연관을 지을 생각도 못했고 부모님 역시 그러하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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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주가 지나자 이번엔 '둘째 백부가 별세하셨으니...' 연타로 부고가 날아오자 찜찜해지기 시작했고 다음 날부터 집에 한번 오지 않냐는 부모님의 성화.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지척임에도 시간 내기 쉽지 않습니다. 자영업을 하면요, 세월 가는 줄 모릅니다. 매일 매일이 전투고 저녁마다 승패를 점고하다 보면 한달이 훌쩍. 그러니 하루를 빠지면 곧바로 매상과 직결되며 펑크 나는게 눈에 보이니, 그 핑계로 미루고 미루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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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집사람도 뭘 받아와야 한다 하니 어제 부모님댁에 들렀지요. 아, 그 전에 정말 오랜만에 연락하고 지내는 여동생이 전하길 거기 갔다가 모친과 대판 말다툼을 벌였고 그 여파가 나에게도 미칠 것이니 좀 있다가 가라. 답하길, '자네도 이젠 나이가 그만하면 넘길 건 넘기고 웃으며 받아칠 줄도 알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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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말자 엄마는 시작입니다. 물경 40년, 50년 전 일부터 꺼내며 울먹이시지를 않나 아버진 그 와중에 나를 잡아 끌고 난데 없이 당신 주식 계좌 로그인하는 걸 알려주질 않나. 오호라. 이는 필시 두 어른 별세에 따른 후폭풍이려니. 아니나 다를까 니 꿈이 우째 그리 신통하게 잘 맞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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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두 분 모두 아흔이 시나브로라 항상 마음이 준비는 하고 계시다곤 하지만 이번 두번의 부고로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리고 보면 조부모님 상 이후로 오랫동안 우리 집안엔 부고가 없었지요. 다들 팔순은 기본이고 구순도 넘기시니 백세도 가능하겠네, 그리 무덤덤하게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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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내내 가슴에 묵직한 돌이 얹어진 양 답답하고 그 기분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이미 그런 이별을 겪은 분들은... 이후의 마음 정리는 대체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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