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Memory warehouse

운산티앤씨 2018. 8. 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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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good times - Perry Como





기억창고라도 해도 될 것을 굳이 영어로 쳐씨부리는 이유는? 일종의 서비스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같이 표현 연구 좀 하자.

사실 기억이란 건 사람에게만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다른 동몰과는 달리 인간은 그 기억에 추억이란 이름을 붙여 되새김질하는 버릇이 있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잊어져야할 기억을 곰씹음으로써 좋지 않은 결과도 낳습니다.

왜 창고라고 했느냐. 창고는, 일반인들이 아는 보편적인 의미론,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혹은 지금은 필요없지만 장차 쓰일지도 모르는, 또는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의 집합소입니다.

난 추억과 기억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억은 용도가 분명하며, 추억은 감성적인 측면에서 보는 기억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거죠. 다시 말해서 기억은 당신의 창고에 정돈되어 보관되고 있다가 언제든지 필요하면 꺼낼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지만 추억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억은 쓰임새가 있지만 추억은 당사자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정도 외의 용도는 없다고 보니, 또한 추억은 그런 의미에서 나만 간직해야 할 것이지 결코 회귀하거나 재현해선 안되는 것이라 인식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습니다. 유튜브는 너무도 상업적 색깔이 짙어져 종래엔 돈 내라 할게 뻔해서입니다. 미리 단련해 두는 거죠.

참 사연도 많습니다. 지금, 과거, 가끔 미래의 다짐으로 범벅된 방송을 듣다보면 라디오야 말로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채널이구나, 그래서 앞으로도 각광받을 수 밖에 없구나.

그 중엔 옛 연인, 첫사랑에 대한 추억과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들이 너무도 많고 그런 사연을 들을 때마다, '아, 저들은 기회만 온다면 못한 말을 하고 싶어하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구나.'하고 느끼죠.

난 OB 모임엔 나가지 않습니다. 가봐야 꺼내고 싶지 않은 추억거리만 있고, 혹자들이 주장하는 인간관계 확장에의 도움을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런 모임의 도움 없이도 앞날을 개척해갈 자신이 있거든요. 그래서 동창회도 나가지 않습니다. 나오라고 잘알하면 일년에 한번 정도 나갈까.

아마 10년 전 쯤인가 봅니다. 난데 없이 초등 동창회가 붐이 일더니 어찌 알았는지 한 녀석으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것도 고향 모임에 나오라고. 황당하죠. 머 뜯어먹을게 있어 없는 시간 쪼개서 돈 써가며 갈까. 하지만 기억조차 없는 기집애 하나까지 거들며 같이 가자고 난리입니다.

왜들 이러지? 아하.. 오래 전 추억 하나를 끄집어내 보니 너무도 유명한 악동이 툭 튀어 나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역시 기억조차 나지 않을 녀석 하나가 또 연락이 옵니다. 좀 이상하네요. 나올거냐고. 몇번이고 물어보는 양이 짜증이 나서 처음 녀석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흠... 안타깝더군요. 당시 여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석 말을 듣고 사진을 뒤져보니 이쁘장한게 기억납니다. 모임을 지들끼리 몇번하다 보니 그여자애까지 연통이 닿았나 본데, 그다지 행복하진 않았나 봅니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나? 두번 째 녀석은 그 애를 그나이를 먹을 때까지 담아두고 있었나 본데, 나오라하고 하니 그 여자애가 나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하더군요.

뭐여... 난 이름도 기억도 나지 않다가 앨범 보고 알았구만. 그래서? 그넘 역시 혼자랍니다. 아항... 알긋네. 그 친구도 짜증이 났나 봅디다. 몇번이고 내가 오는지를 물어보니, 욕까지 하더군요.

그랴, 니 무라. 난 줘도 안묵는다. 물론 그 여자애 속도 모르고 이리 말하는 건 거시기 하지만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선 다 끊어 버렸습니다. 난 이미 12살 악동도 아니고, 그 여자애들도 12살 기집애들이 아닌데 다시 만난들 뭐가 즐거우며 기껏해야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껴안고 춤추는게 전부일텐데. 혹시 모르지, 같이 자려나?

그 질알 하느니 차라리 마누라한테 빳다를 맞고 말지.

다른 길을 너무도 멀리, 그리고 오랫동안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길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이 나나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모르고. 기억 속의 생머리 이쁜이는 배불때기 솥뚜껑 운전사로 변했을지도 모르며, 나 역시 대가리 벗겨진 황혼일텐데, 뭐가 이쁘고 아름다울꺼나?

시간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서로 다른 갈 길입니다. 그리고 추억 속의 당신이나 그녀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이니 터지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평안한 그 삶에 왜 난데 없이 끼어들어 평지풍파를 일으키려 하나요?

그때 못한 말을 지금 하면 맻힌 한이 풀리나요? 상대의 반응도 예상못하는데? 다 부질 없는 짓입니다. 

추억이란 단어엔 Re..란 접두어가 붙어 있습니다. 다시, again이란 뜻이죠.그러나 지난 간 일에 아무리 다시를 대입한들 이왕의 결과는 바뀔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 돌을 던진 이상으로, 안정된 당신의 시간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존재 역시 큰 파문만 가져올 겝니다. 그리고 혼동과 혼란의 연속적 파문이 잦은 후 당신이나 그녀나 정해진 길을 다시 걷게 될뿐입니다.

그래서 기억은 창고에 정리정돈하는 것이고, 추억은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혼자 꺼내 보는 겁니다. 다른 삶에 돌 던지지 마시고요. 아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