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쌀과의 전쟁

운산티앤씨 2018. 8. 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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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 해변의 여인 (1972)


20세 53킬로 28인치.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음.
23세 60킬로 30인치. 복무 중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황구 두 마리 먹고 (애견인들에겐 죄송. ^^;;)
33세 65킬로 33인치. 결혼하고 집밥 먹으며 찌기 시작.
40세 75킬로 35인치. 점점 더...
45세 82킬로 38인치. 맞는 바지가 없음. 중국에서 양고기 너무 많이 먹었나 봄.
요즘... 95-100킬로, 42인치. 내 발 끝이 기억나지 않음. 1미터 떨어진 재털이를 파리채로 끌어 옴. 양복 바지는 포기. 의상은 몸빼나 츄리닝 계열로.

받뜨, 혈압 정상, 당뇨 없음. 심장병 없음. 대신 쓸깨는 없음. 그래서 씰데 없는 소릴 자주 하나 봄.

갱상도 일부 지역에선 먹는 쌀을 살이라 하고 몸의 살을 쌀이라 발음해 타지역 거주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어 시급히 시정해야 할 문제라 사료됨. 또한 ㅜ 와 ㅠ의 경계선이 모호해 휴가, 휴지를 후가, 후지로 발음함.

이야기했던가요?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번호 붙여!!
하나, 둘, 서이, 너이, 다, 여...
동작 그만. 이 새끼들 봐라. 누가 그따위로 번호를 붙이나?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일어서. 다시 번호.
하나, 둘, 서이, 너이, 다, 여....
이 새끼들 정신 안 차리지? 야, 조교, 전부 집합. 이 새끼들, 조교 하는 거 똑똑히 봐라.
일렬횡대! 번호 붙여.
(부산 출신 조교들) 하나, 둘, 서이, 너이, 다, 여~~~ ㅋㅋㅋㅋ

결국 이후 부산에선 서이, 너이, 다는 3, 4, 5의 겸용 표준어가 되었다는 전설같은 사실이 떠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 댁에 갔습니다.
'야야, 살이 떨어졌데이.'
'뭔 소리하노? 그대로 구마이.'
'모가?'
'쌀이 오데 빠졌노? 통통하이 고대로구마.'
'이노마야, 그 쌀이 아이고 먹는 살 말다.'
'아, 살. 말하지 그랬노? 사올낀데?'
'니 쌀좀 빼야겠네. 와 그래 배가 나왔노?'
'밥이 살 아이가. 탄수하물. 그라이 쌀이 이래 찌지?.'
'그라모 보리살 좀 무라. 쌀 빠질끼다.'

흐흐흐... 요즘 가게에서 잡니다. 일단 덥고, 이단 매출 제고해야겠고. 삼단, 얼마나 더운지 보일러 틀지 않아도 물이 미지근하여.. 게다가 영업용이라 밤새 틀어도 그다지 걱정이 없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라는 조언과 잔소리때문에 어제, 오늘 완전히 뻗어 놀았습니다. 가게를 떠나면 바로 매출 저하로 이어지는 터라 방법을 찾은 게 여기서 먹고 자고.

바닥 냉기가 밤엔 올라오니 에어컨은 꺼도 되죠. 워낙 아무데서나 자던 신세라. 난장 치는 건 일도 아니죠. 하지만 딸래미가 세쌍둥이 아니냐는 농을 던지길래 거울에 비춰보니... 대갈장군 아들래미가 마누라에서 벗어나기 직전의 2배라.

외모에 자신이 있진 않습니다만 워낙 관심이 없습니다. 좋은 옷도, 장신구도, 신발도 다 귀찮습니다. 미식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으면 장땡이니 짜장면이 최고죠.

하지만 약속은 못지키면 병 납니다. 어지간하면 개길텐데.. 이 상태론 현재 바이탈 수치가 정상이라도 머잖아 중량때문에 문제를 분명히 일으킬 겁니다.

해서 단단히 마음 먹고 70킬로 시절도 돌아가려 합니다. 내 계산으론 65세까지만 버티면 알아서들 하겠지 입니다. 10년 하고도 조금 더 남았는데.

사견으론 현 세대가 노동 능력을 발휘될 수 있는 나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70세 정도입니다. 물론 그 이후도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난 조금 더 앞당겨 65세를 한계로 잡고 남은 5년은 65년 고생한 나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그 즈음 병에 걸려 간다면야 다행이지만, 그러지 않아도 가려고 내심 마음 먹고 있습니다. 이미 내 눈과 귀엔 봐야 될 것과 보지 않아도 될 것으로 가득차 있는데. 더 집어넣어 봤자..

슈바이처가 너무도 일에 빠지다 보니 친구가 그랬다죠?
'그렇게 초를 양쪽에서 태우는 식으로 일을 하다간 얼마 못사네.'
슈바이쳐 왈,
'괜찮아. 초가 길다면.'

유전적으로 긴 초를 받았음을 알지만 그닥 관심이 없고 자꾸만 눈을 감고 꿈속을 헤메고 싶네요? 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