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성공에 대한 강박과 노욕

운산티앤씨 2018. 7. 3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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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땅의 수컷들이 이고 진 무거운 삶의 짐에 대해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을 향한 강박증과 터무니없는 노욕도. 이제 결론을 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기기와 씨름하도 보니 1미터도 안되는 가게 앞 도로에 나갈 짬도 나지 않다가 대충 마무리하고 나가 보니, 어쩐지 일기예보가 틀린 것 같습니다. 아마 내일부터는 더 온도가 올라가도 그다지 짜증 나지 않는, 그러니까 습기가 없는 마른 더위가 며칠 계속되다가 이내 가을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연이어 겨울이 오겠지요.

사람은 늙어가면서 가진 재주와 재능의 대부분이 사그라들지만, 유별스럽게 남는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감각입니다. 누구는 육감이 발달해서 점집을 차려도 되겠고 또 누군 잠귀가 밝아져서 반려견도 용도폐기 대상이 되겠지만, 내 경우는 후각입니다. 전생에 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내 코를 통해 계절의 바뀜을 예감하고 그건 점점 정확해집니다. 오늘 맡은 바람의 냄새 속엔 시나브로 닥칠 가을의 냄새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난 그리 삽니다. 돌아보니 후회도 많고 지금이라도 고치면 뭔가 달라지겠거니 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그대로 놔둡니다. 혹시 SF에 관심이 있다면 time traveller에 대한 이야기는 꼭 챙겨 보십시오. 흐름은 두 가지입니다. 특정 사건을 돌이켜 행복해 지거나, 더 큰 불행을 맞이하거나. 만약 당신이 과거로 돌아가 어린 당신에게 내일 당첨될 복권을 알려 준다고 하죠. 대박입니다만 거기까지만입니다. 이후에 어떻게 전개될지는 다시 당신이 새롭게 창조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여행해야 합니다.

갑자기 생긴 돈벼락으로 만약 당신이 타락했다면? 그리고 그 타락의 끝에 자살이라도 한다면? 이미 당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조언조차 할 새도 없을 겁니다.

즉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전개는 과거의 결과로부터 나오니 당신이 어떻게 한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떻게 될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이론이 서로 다른 프레임입니다. 즉 어떤 행동을 저지하거나 바꾼다고 해서 지금의 당신과는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거죠. 측은지심에서 관여할 수도 있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면 방관자로 남을 수밖에요. 그런 고로 타임 트래블링은 가능하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적어도 당신에겐.

그래도 오래전 역사를 지금이라도 뒤집으면 미래는 바뀌지 않을까? 아니죠. 그건 과거를 뒤집어서가 아니라 미래의 단초인 현재를 바꾸어서 나오는 겁니다. 아주 애매하죠.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내 뜻은 이미 벌어진 과거를 회복하고자 노력함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당신은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가공해서 전혀 다른 사실로 탈바꿈시킬 수 있나요? 절대 안 될 겁니다. 내 말은 이미 벌어진 일들은 사실로 인정하고, 또한 그것을 고치려 헛된 노력을 하지 말란 겁니다.

즉 노욕과 성공에 대한 강박은 바로 바뀔 수 없는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도로에서 시작되고 그 끝은 결코 바뀌지 않은 사실 혹은 예상 밖의 결과에 절망하고 기겁하는 당신 밖에 없을 겁니다.

삶은 지울 수 없는 그림으로 가득 찬 도화지 첩입니다. 이미 망쳤다면 다가올 미래나 준비할 일이지 지나 간 일에 집착하고 천착하며 후회하고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는 무모한 시도는 주변을 힘들게 하는 거죠. 내가 말하는 성공에 대한 강박과 노욕이 그래서 해롭다는 결론입니다.

내일은 8월의 시작입니다. 또 다른 미지와 암흑이어서 두렵고 가고 싶지 않지만, 한편으론 어떤 즐거움과 경이가 나를 어떻게, 어디로 이끌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가득 찬 모험이기도 합니다. 난 항상 후자를 택합니다. 언제나.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아도.

그래서 나의 신조는 5분 전을 반추 혹은 퇴고하지 말고 5분 후를 걱정 혹은 계획하지 마라입니다. 히~~~



별이 불러낸 사랑의 기억 - 여행스케치의 '별이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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