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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풀 레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나도 몰러요, 당신도 물러요, 인터넷도 못 믿어요. 정말 정확한 정보를 주는 문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의 글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썰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그리 좋다면 왜 지금은 안 나오냐?
스피커 변천사를 보면 필드 코일을 거쳐, 아이들 공작용 자석 같은 자석이 달린, 그리고 두터운 마분지 같은 콘지의 스피커에서 출발합니다. 1920년대부터 대략 1930년 대 중반까지 이런 형들이 채택되었고, 한편 마분지 스피커는 소리가 매우 작게 나며,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드 코일이 나왔나 싶기도 해요.
그리고 1930년 중반부터 우리가 아는 스피커의 전설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강자는 역시 필립스, 지멘스보다 앞섭니다. 그 추세는 1940년 초반까지 이어지다가 지멘스의 유닛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독일계 유닛들이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필립스도 당시 독일에서 생산되었다는 기록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텔레풍켄, 사바 등 진공관 라디오 메이커들이 그들의 제품에 풀 레인지 유닛 (주로 8인치)를 채택하면서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선 스탠토리안, 셀레스쳔 (이게 아마 당시에는 롤라였을 겁니다.) 등이, 미국에선 웨스턴 일렉트릭, 젠센, 유니버시티, 유타 등등에서 다양한 사이즈의 풀 레인지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웨스턴을 제외하곤 구라파 쪽보단 성능 면에서 조금 떨어집니다.
이 추세가 아마 1950년 후반까지 이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1960년대가 도래하면서 시장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본격적인 스테레오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걸맞은 스피커 시스템으론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지 않았을까. 미국에선 엘비스, 영국에선 비틀스, 요란하고 신나는 음악을 플레이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죠.
그리곤 이 풀 레인지들은 트위터, 미드 레인지, 우퍼로 나눠지는 시스템과 마치 경합이라도 하듯이 동축이라는 시스템으로 발전합니다. 동축은 영어로 Coaxial이라고 하죠. 티브이 안테나선에 사용되는 선재도 동축이라고 하는데 역시 코엑시얼입니다.
이 단어를 분석해 보면 축을 의미하는 axis가 떠오릅니다. Co는 협업이란 의미를 갖고 있죠. 즉 하나의 축을 공유한다는 뜻입니다. 실제 동축 스피커를 보시면 하나의 축을 따라 우퍼, 트위터의 배열이 나옵니다.
여기선 한발 더 나간 형이 트라이엑시얼입니다. Triaxial, 즉 세 개가 하나의 축을 공유한다는 의미이니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가 일체인 셈입니다. 혹은 미국에선 디펙시얼이란 단어도 사용됩니다. Diffaxial. 짐작으론 Different + axis? 즉 하나의 축에 다른 소리?
그리고 끝입니다. 요즘 나오는 풀 레인지들은 천정 매립형 유닛으로 주로 나옵니다. PA 용이라는 거죠.
장황하게 설명을 했습니다만 결론은 풀 레인지는 기술의 발전에서 탈락한 후보이며 그것이 지닌 장점은 테크니컬 한 면이 아닌, 희소성과 제한된 장르에서 발휘되는 음질 측면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로 대단히, 엄청, 존나, 미안하지만 지난 십 년 동안 들은 풍월의 결론입니다. 국내의 추세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초 6.5인치, 육반이 쥑인다메 하시다가 8인치가 갑이네 하시더니 어느새 10인치, 12인치, 이젠 15인치가 쵝오야....
니미... 10인치 넘어가면 풀 레인지가 아니라 우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어찌 아냐고요? 유닛 많이 다루다 보면 8인치 이상의 유닛 사진이나 원형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엔 오롯이 쥐방울 같은 트위터가 함께 하는 사진도 발견되죠. 주로 젠센, 롤라, 유타, 마그나복스 등 미국계가 주로 그렇습니다.
한편 우리가 잘 아는 지멘스 클랑필름 8인치도 고깔이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트위터가 있는 경우를 봅니다. 그리고 영국의 대표주자인 스텐토리안 10인치는 당연히 우퍼고.
햐... 그동안 열나게 모은 유닛들을 팔아먹자면 이런 개소리는 접어야 하는데, 도당최 그너므 입술이 가만있질 않네요. 역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가문 출신인지라...
이쯤에서 사실 관계의 다툼은 그만하겠습니다.
성능 면에서 보죠. 스피커가 음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판단됩니다. 즉 앰프 30, 스피커 30, 그리고 남은 40%를 음원, 소스 기기의 성능, 청음 환경, 그리고 청자의 민감도 등이 나눠먹기 한다고 보죠.
그러나 스피커의 성능을 유닛이 절대적으로 좌우하진 않습니다. 나의 견지에선 유닛 50%, 통 40%, 그리고 남은 10%는 선재와 흡음재 등입니다.
풀 레인지의 강점은 모노 시대의 음색을 여과나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해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즉 음색의 투명함과 고역에서의 장점이 두드러진다는 뜻입니다. 그런 고로 클래식 소품, 포크 계열의 조용한 곡이나 Unpluged, 오페라의 아리아 등에서 탁월하죠.
그러나 베이스가 강력한 음악이나 대편성에선 아마 실망스러울 겁니다. 6.5, 8, 10, 12, 15인치로 왜 추세가 바뀌는지 이해가 되십니까? 저음이 받쳐주질 않거든요. 그러나 넓적한 걸 찾다 못해 세숫대야 수준으로 가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한편 통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작을 하셔서 그릉가? 자작나무 합판을 많이들 이용하시는데 내 견해론 비추입니다. 나무 재질이 강성이라 음이 튑니다. 그렇다고 MDF나 칩보드가 좋다? 그건 모르겠지만 아마 풀 레인지가 가진 특성을 반감시킬 겁니다. 어느 사이트에 가니 나왕이 좋다고 되어 있던데 아직 해본 적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Full range, 즉 전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내 추측으론 이 용어는 사용하던 세대가 아닌 후대에서 만든 용어가 아닐까요?
결론입니다. 풀 레인지가 적합한 장르는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적화된 통의 설계 역시 확립된 바 없습니다. 그러니 오롯이 본인의 귀와 감각에 의존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풀 레인지가 어려운 게죠. 정답이 없는 곳에서 스스로 찾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면? 포기하세요. 시간은 돈조차 대신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재산입니다.
하지만 그 고단한 여정이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면 해볼 만한 가치도 있습니다. 아니 내가 좋다는데 누가 뭐라고 한들 무슨 상관입니까? 이렇게도 만들어 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고. 아 이런 소리는 어떻게 하면 나오네. 호기심이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고 개인의 발전도 그것에서 기원하고 있습니다.
오디오는 말이죠, 일단은 내가 즐거워야 하고, 이단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곳에 돈 쓰는 재미입니다. 또한 그 자체가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자기 구원적인 행동이고요. 그러니 남 눈치 볼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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