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세상/오디오 세상

수입 엘피의 유형

운산티앤씨 2018. 7. 2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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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추하 - one Summer Night




엘피는 오디오 마니아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수집품 중에 단연 으뜸입니다. 그리고 이 수집품의 세계에 들어가면 뒤로 나자빠질 일들이 벌어지죠. 내가 본 엘피 중 가장 고가였던 건 1장에 4천만 원 짜리였습니다. 듣자니 1억 짜리도 있답니다. 흐흐...

우리나라 음반들도 요즘 가격 만만찮습니다. 가장 호응도 높으면서 비싼 판을 들자면 김광석, 한대수 등등 포크 가수들입니다. 그리고 5-60년대 인기 가수들 음반들.

그러나 우리나라 음반 기준은 세계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김광석 30만 원? 이베이나 아마존에 백날 올려 보십시오. 누가 사나? 김추자 20만 원? 모릅니다. 요즘은 한류 바람이 불어 방탄소년단이니 뭐니 알아주지만 이전까진 우리나라 자체를 몰랐는데 그곳에서 나온 희귀판들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우린 우리만의 리그가 있으니 인정은 해줘야겠지요.

어깨너머로 배운 음반 가치의 평가는 이러합니다.

1. 클래식, 재즈, 포크 순
2. 연주는 독주 혹은 협연
3. 남자보단 여자 연주자
4. 살아 있으면 안 됨. 사실 제일 중요합니다. ㅋ
5. 피아노나 기타 악기보단 현악기
6. 현악기 중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작은 순부터
7. 미개봉은 항상 개봉 A급보다 비싸다.
8. 재즈는 백인보다 흑인
9. 재즈는 보컬보단 연주
10. 여자보단 남자 재즈 연주자나 싱어
11. 클래식은 스테레오, 재즈는 모노
12. 수집은 클래식, 재즈, 팝, 포크 순입니다.
13. 초판이 가장 가치가 있다. 라이선스는 나라별로 다릅니다. 특히 우리나라 라이선스판은 소위 똥판으로 분류됩니다.
14. 중량판. 그러나 아주 드물죠. 오일 쇼크 이후에는 없습니다.

포크송은 팝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조금은 다르죠. 참고로 미국에선 포크와 컨트리를 동일 선상에 두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외 많은 기준들이 있겠고 나름의 가치 평가가 있습니다만 여기서 논할 주제는 아닙니다.

음반 상태를 보면 미국에서 나오는 판들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그만큼 플레이가 많이 되었다는 반증이죠. 특히 재즈나 팝의 컬렉션은 구입 시 가격만큼 상태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덩어리로 나오는 건 상태가 좋습니다. 우리도 장당보단 덩어리로 나오는 게 상태가 좋습니다. 왜? 사다 놓고 틀지를 않았거든요. 그러나 카페나 가게에서 나오는 판들은 진짜 못쓰는 판들이 많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재즈 오리지널은 미국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본토이니만큼 당연하지만 현지인들도 여전히 수집하고 있으니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그리고 로컨롤과 하드락, 헤비메탈의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그러나 유럽 지역에선 그다지 인기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특히 미국에서 컨트리나 포크는 앞서 언급한 장르보단 인기가 덜 합니다.

미국 클래식은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그러나 레퍼토리는 별로입니다. 주로 관현악이나 오페라 류이고 구성도 조금 엉성하지요. 하지만 잘만 고르면 보석이고 음반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클래식은 독일이 단연 앞섭니다. 대부분 유명 레이블들의 본산이고 특히 녹음 기술이 좋아 라이선스의 음질도 탁월합니다. 그러나 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간혹 덩어리로 나오지만 자세히 보면 세계 음악류, 이지 리스닝, 그리고 러시아 민요나 스위스 요들송도 보입니다. 그러나 의외의 보석이 나옵니다. 골드 마인인 셈이죠.

팝의 본고장은 역시 영국입니다. 하지만 이 동네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락이나 메탈보단 스탠더드 팝이 많고 포크도 아주 많습니다. 우리 정서에 맞죠. 재즈는 세계적인 인기가수가 아니었다면 찾기 어렵습니다. 음반 상태는 미국과 독일 중간 정도입니다. 포크는 정말 대단히 좋은 컬렉션입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팝의 원조가 많습니다. 여기서.. 59년 왕십리는 흥구어 송이 아닙니다.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영국 포크가 그러합니다. 또 다른 예는 로드 스튜어트의 Sailing입니다. 하지만 그가 원조가 아닙니다.

내가 판매하는 음반 가격은 끽해봐야 장당 4천 원을 넘지 않습니다. 그건 일일이 플레이를 해보지 않았음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레퍼토리를 분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개판 혹은 똥판이다란 불평은 들어본 바 없습니다. 왜? 적어도 못 쓰는 판은 고르지 않거든요.

똥판이든 뭐든 음반 가격은 계속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찍어내질 않으니까. 그리고 당시 나온 음반의 수는 자꾸만 줄어드니까.

하지만 엘피의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어떤 음원보다도 더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음을 전달해 준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앰프, 스피커에 유튜브, MP3, Super CD, CD, 엘피를 걸어놓고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전달되는 느낌이 확연하게 다름을 아실 겁니다.

그래서 엘피 마니아들이 눈에 불을 켜고 판을 사는 겁니다.

에피소드 하나.

5-6년 전 일입니다. 어떤 분이 원판 1천 장을 헐값에 내놨더군요. 그리고 부연하길 돈이 없어 판다.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 그 돈을 빌려 줄 테니 거둬들여라. 왈, 그러지 말고 당신이 사시오. 1백만 원이었을 겁니다.

20박스 정도를 피똥 싸가며 옮겨 놨지요. 물론 당시는 잘 모를 때입니다. 들고 다니기 너무 힘들어 장터에 올렸습니다. 멀리서 한 분이 오셔서 다 꺼내더군요. 1천 장을 바닥에 펼쳐 놓으니 그 또한 장관. 그리곤 살게 없답니다. 헐.... 3시간을 붙어 질알을 떨었는데.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살인 충동이 일어났을 겁니다.

날이 밝고 난 일일이 점검해 보았지요. 1천 장 중 200 장이 미국 코미디와 연설입니다. 남은 8백 장 중 300장이 중복입니다. 중복 빼고 남은 500장 중 200장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남은 300장이 재즈와 올드 팝. 밤늦게 온 양반은 도대체 뭘 보았던 걸까요? 왜 재즈가 없다는 걸까요?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안양 어디 카페에서 나온 걸 땡처리로 샀다네요. 돈 돌려주소. 왜 호의를 이따위로 배신합니까? 그다음부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전부 싣고 직장 앞에 가서 전화를 했습니다. 결국 스피커 2조 받고 똥 밟은 셈 쳤네요. 그리곤 10만 원에 다 넘겼을 겁니다. 아마 소주 두병 마시고 저지른 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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