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술이 웬수여...

운산티앤씨 2021. 6. 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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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가게 오는 손 하나가 느닷없이 물어보길,

'술 끊는다고 하셨잖아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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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잉? 뭐가 어떻다는 거샤? 몸이 괘아나졌다? 정신이 맑아졌다? 워낙 뜬금포 질문이라 약간 어안이 벙벙하며 이런 저런 이바구를 했지. 요는 이거더만.

'

술 끊고 무슨 낙으로 사냐. ㅋ 난 술이야 언제든 마음대로 끊을 수 있다 자신했고 또 이미 거진 6개월 이상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아도 노 뿌라블럼이걸랑. 하지만 담배는... 그거 끊을 경우 우선 답답할 일들만 생각나거든. 혹시 똥이 잘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거하고 먹고 난 후 피우는 담배의 맛을 다신 못느낀다니. 시상이 사라져 글을 못쓰게 될 수 있는데 등등. 하등의 그지 발사개 수준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못끊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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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도 친구들 하고 저녁이라도 하면 술 없인 참석하기가 거시기 하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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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거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걸랑. 세상 어떤 눔이 술 안마신다고 술자리에서 친구를 내쫓는다 말인가. 그리고 다들 남자들 비즈니스는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는게 90쁘로고 어쩌고 하지만 그건 순 개뻥이야. 뭔 술을 처마시고 사업을 논해? 그런 술자리는 성공적인 회합을 축하하거나 혹은 보다 단단한 결속과 약속의 다짐, 또는 술 마시고 난 후 무언가 청탁할 때나 갖는 거지. 나머진 전부 헤롱거리고 싶어 그러는 거야. 안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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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룸이나 가라오케 가서 루즈 묻혀 오고선 어디 감히 아녀자가 남자 사업에 끼어드내고 호통 치는 눔이 있다면, 내가 막아줄테니 밥주걱으로 그 요망스러운 조닥바릴 처버려야 할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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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말 나온 김에 딸래미 불러 한 푸닥거릴 해야 겠다 싶어 백해무익한 술에 대해 일장연설을 했더만 요년이 잘도 지껄인다? 머라카노 하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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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주는 수많은 고민들을 피할 수 없는 우리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친구들과의 대화와 모임이고 그 자리를 더욱 윤기나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술이다. 더하여 술을 통해 우리의 우정을 굳건히 하며 나아가 서로의 발전을 위한 경험 교류의 장으로 이용코자 하니 적당한 음주는 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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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고 있는데 뭔가 나른하고 아지랑하며 또 어떤 면에서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할 수록 그 나불거리는 주댕이를 파리채로 때려주고만 싶어지더만. 이게 누굴 닮아 저런 요사스러운 혓바닥을 갖고 있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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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잤나 보다. 우르르.. 하고선 사람들이 내리는 소리에 눈을 화들짝 뜨니 어랍쇼? 시청이네? 이상하다 분명히 시청에서 타서 사당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게 뭐지? 어안이 벙벙해서 냅따 내리고선 시계를 보니 8시 반에 탔는데 어언 10시라. 아뿔싸, 순환선 타고 일주를 했고만. 오늘 일찍 들어간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좃땠다 싶어 얼릉 다시 탓지. 하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견딜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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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그만 자요. 종점이야.' 누군가 흔들며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오잉? 여긴 또 워뎌? 성수역에 왜 내가 있지? 그리고 왜 반대편이냐고. ㅋ... 이번엔 서울대향 성수 종착선을 타고 또 사당을 지난거지 뭐. 아놔... 시게는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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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역 앞에 살 때였거든. 더 그 이전이지. 쏟아지는 잠을 뿌리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견딜 수가 있나. 눈을 떴더니 망월사역이네? 뉘미.... 다시 건너편으로 가서 인천행을 탔지. ㅋㅋㅋ 또 미치도록 잠이 오는겨. 한참을 졸고 잇는데 뭔가가 슴가를 더듬네? 이게 뭐여 하고선 일어나니 한넘이 후다닥하며 저쪽으로 가더라고. 보니 저질스럽게 생긴 고삐리놈 몇이 모여 날 보고 있는 거야. 햐~~ 이긋들 봐라 하는데 바깥 풍경이 되게 낯설어. 뭐여. 내가 왜 동인천에 있어...ㅜㅜ 도라버리겠더만. 시게를 보니 9시에 가까워졌고 회기까지 가자면 1시간 반은 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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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삐리들은 제끼고 반대편으로 건너갔지. 이번엔 정말 졸지 말아야지. 아니 아예 서서 갈끄얌. 하지만 풀린 다리에 힘이 있나, 빈 자리를 보니 또 유혹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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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지철 바퀴 소리가 요란하고 많이 흔들려. 눈을 뜨니 새카만 밤이여. 어라? 불이 왜 꺼졌지? 헉.. 밖을 보니 장위동인가? 이게 왜 이리 간대냐. 놀라서 지하철 안을 둘러 보메 인기척이 음네. 옴마야 좃땠다 싶어 맨 앞칸으로 뛰어갔지. 역무원인지 기관사인지 한눔이 앉아 어딘가 교신하고 있더민. 문을 쾅쾅 두들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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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안깨워?'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야 말이지요?'

'그렇다고 날 어딜 끌고 가는 거야?'

'어디긴요? 기지창으로 가는 거죠.'

'야, 시끄럽고 내려줘.'

'이 양반이 미쳤나. 어디서 내려, 내리긴. 죽을라고 작정했어?'

'인마, 차 세워. 안세워? 이 새끼 봐라. 그냥 뛰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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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두 길길이 날뛰니 속도를 늦춰 주더만. 내리면서 그냥 가긴 그렇잖아?

'에라이 시벨놈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어린노무 시키가 술 곱게 처먹어.'

'뭐시라? 너 일루 내려와바. 안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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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소매를 붙잡고 ㅎㅎㅎ 그날 잘못했으면 콩밥 먹을 뻔 했지? 그런데 이 시키 봐라. 실실 웃는 거야. 뿔딱지가 머리 끝까지 나설랑 지하철을 추격했어. 그런데 요놈이 속도를 늦췄다 빨리 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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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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