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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을 익힌 곳은, 몇년 전 광고 사업까지 말아먹으면서 뛰어든 후배 회사에서 이다. 누차 떠든 바와 같이, 망한 뒤 개고생했지만 어찌되었건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음으로 더이상 원망하진 않는다. 게다가 그것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장차 내 계획에도 포함시키게 되었으니 어쩌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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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라 해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그러니까 어느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사업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플랫폼은 원래 기차역에서 사용하는 단어라. Plat + Form? 일종의 도명과 형식이 조합되었다는 뜻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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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과거 기차역은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지였다. 이동을 위해 집합하는 장소, 그래서 이들을 위한 각종 상인들이 모여 들었고 결국 기차역 주변으로 거대한 상권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거대 상권은 다시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 툴이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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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람들이 모여들 만한 요소를 갖춘 장소를 만들고 사람들이 모여들면 그에 걸맞는 구색을 갖춰 장사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이 개념은 근래 들어 나타난 새로움은 아니고 과거로 부터 존재했던 것을 지금 환경에 맞게 정의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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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영하는 샵의 근간은 블로그와 카페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카페에 비해 쌍방향 통신이 되지 않는, 거의 일방적인 툴이라 플랫폼으로썬 부족하다. 반면 카페는 우선 목적성을 갖고 설치된 장소에, 그 목적에 동조하는 회원들이 모여 있고, 참여한 모든 이들 간의 소통이 가능하니 거대 IT 기업에 비할 바는 못되어도 일단은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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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저께 중*나라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용건은 '과거 한번 전화하신 적이 있는데 아직도 유료로 게시판을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 단박에 거절했다. 왜냐하면 벗어나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을 것 같았던 압박감이 이젠 나에게 없기 때문이다. 아직 강퇴는 당하지 않았지만 진즉에 대안을 찾은 마당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게시판 하나에 월1백만 원라니. 본인들도 네*버에 돈 내고 운영한다면 모를까, 공짜면서. 게다가 원래 취지와는 무관한 숫자로만 존재하는 회원들만 바글거리는데다 그간 판매한 내역을 분석해 보면 실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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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1천억이란 거금을 투자한 매입한 카페가 시나브로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가끔 필요한 물품이 있어 그곳에 가서 검색을 하면 전혀 얼토당토 않은 게시물둘이 수백개씩 나타나 방해를 한다. 원인이 뭐냐? 다들 검색 상위에 올라가고자 해시태그 혹은 숨은 검색어를 무진장으로 늘려 버린 탓이지. 그러니까 튜너를 찾고 싶다고 하자. 튜너를 입력하면 이미 돈 내고 상주하는 업체들은 혹시 모를 구매와 구매력 자극을 위해,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게 무관한, 그리고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판매 게시글들 안에 '튜너'를 삽입하고 거의 기계적으로, 하루에 수십개씩 쏘아댄다는 거지. 그렇게 되면 정작 필요한 게시물은 뒤로 한 없이 밀려 버리고 페이지 넘기다 지친 방문객들은 짜증만 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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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차역에 간다고 해서 뭐가 생기는 건 아니다. 말이 좋아 구경거리가 많다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그것만으론 부족하지? 그러나 옥션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품들은, 애초 그런 취지가 아니었지만,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쿠폰, 할인, 회원 우대 등등. 하지만 카페는 이에 필적할 만한 금전적, 물질적인 유인책이 전무하지 않은가. 아무 혜택도 없고 필요한 물건 찾기도 힘들고, 더하여 거래의 안전 보장 장치도 미흡하다면? 결국 갈수록 매력이 떨이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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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헛점은 따로 있다. 카페란 동일 혹은 유사한 목적을 가진 이들의 자발적인 집합체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들은 나름 신념과 자부심을 가지고 소위 말하는 활동을 하며 카페네에서의 인지도를 높여가며 자긴 만족을 하는 법이 않은가. 하지만 개인간 믿을 수 있는 중고거래란 모토 자체가 사라져 버리고 오로지 공구와 광고 유치로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그리고 쌍방향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화 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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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존재감을 느낄 수 없고 소속감도 없는데 그렇게 해서 카페 운영이 제대로 될까. 결국 오가는 뜨내기들과 돈내고 본전 뽑으려는 업자와 회사들로 아수라장이 될 수 밖에. 뒤늦게 감잡고 요즘은 활동 정지와 강퇴는 하지 않는가 본데 이미 신뢰는 바닥에 있으니 조만간 및좋은 개살구 신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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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드는 게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는? 앞으론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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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페의 목적은 분명한가? 골동품과 오디오란 주제는 갖고 있지만 형식은 중고나라 식이다. 이건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2. 회원들의 정당한 활동은 보장받고 활발한가? 전혀 아니다. 댓글 분쟁으로 인한 감정 싸움과 법적 다툼이 꼴뵈기 싫어 시비성 댓글을 강력하게 제재하자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상태이다. 게다가 나 이외에는 물건을 판매하려는 이들이 없다. 하지만 이건 양보하긴 애매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3. 회원들에 대한 유인책 내지는 혜택이 있는가? 가격에서 차이는 있지만 어쩐지 부족해 보인다. 무엇이 더 필요할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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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아니더라도 이 글에 대해서는 의견을 좀 주시면 좋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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