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댓글 원칙이 만들어진 이유

운산티앤씨 2021. 7. 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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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 결정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1심 판결 전 판사 직권으로 화해 권고안을 낸 것이니까요. 난 받아 들였지만 상대방이 거부하면 1심 판결로 가겠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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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2019년 10월 어느 날, 난 상품을 올리던 한 사이트에서 눈에 익은 사진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진은 다름 아닌 구매대행으로 판매하던 안테나였습니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들어갔는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상당히 불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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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은 해당 상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것이었지만 그 사이트 특성상 좋은 댓글이 달릴 수 없는 바, 과연 엄청난 악플이 달리더군요. 막대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서 중국 허접 쓰레기를 안테나라고 파느냐, 심지어는 유사하게 생긴 제품의 링크까지 붙여 가며 2만 원도 안하는데 6만 원 이나 받아 처먹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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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말입니다, 신뢰가 알파이자 오메가인 인간의 핵심적인 활동 중 하나이고 또한 신뢰에 바탕을 둔 그 활동들을 근간으로 탄생하는, 한 인격체와 부속된 이들의 삶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입니다. 반드시 물건을 팔아야 장사라는게 아닙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이 장사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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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란 일종의 사회적인 현상을, 내가 오래 전부터 혐오하고 경원시 했던 이유는 그 댓글이 달리는 글이나 팩트가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예기치 않았던 피해자는 양산될 수 밖에 없음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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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상품은 중국 내에서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미국에서 이런 저런 족쇄를 채워 판매가 안되도록 했다는 답변을 받고 시작한 사업이죠.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난 어줍잖은 말빨과 듣기 그다지 좋지 않은 목소리까지 동원해 가며 제품 시연도 해서 첨부를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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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날 올려진 게시물에서, 나의 의견이나 내 주장을 입증할 증거따윈 하나도 없이, 니들 한번 물어 뜯어 봐란 불손한 저의만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달린 댓글들도 마찬가지. 누구도 퍼포먼스를 입증하는 자료따위엔 신경쓰지 않고 근거 불충분한 비난만 쏟아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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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나는 정당하게 의견을 냈고 또 게시물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고 외려 더 보기 괴로운 악플만 달리더군요. 이대로 두었다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1차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달이 흐른 12월에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란 문자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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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를 오가며 전해들은 가해자 진술의 핵심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고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것이었고 경찰도 이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난 이미 범죄로 구성되기엔 행위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느꼈고 또한 고소 직후 게시물이 사라졌음에 적히 안도를 하며 목적 달성을 했다 자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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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닷없이 고객 질문이라고 날아온 메일을 열어보니 온라인 샵의 공개 게시판에 욕설과 함께 사기꾼이란 비방의 글이 올려진 것을 알게 됩니다. 화들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하던 와중에 이번엔 네이버 카페에도 이상한 댓글이 달렸다는 시그널이 오더군요. 그때서야 감을 잡았습니다. 동일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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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악담과 욕설이, 그리고 게시물이 올라갔던 사이트에는 그간의 사정과 함께 내가 합의금을 요구했을 거란 섣부른 예단에, 더하여 혹시 같은 피해를 보셨다면 총대를 매겠다는 용맹한 공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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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단 숨을 고룬 후 난 문제가 된 댓글들을 전부 캡쳐한 후 당사자에게 후속 조치가 있을 거란 경고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모든 댓글과 게시물들이 사라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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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장은 충분히 이해는 되었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이 검.경으로 부터 출두 명령서를 받게 되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죠. 가끔 피의자로 입건되어 구속영장 심사 전에 혹은 출두 전에 목숨을 끊는 이들이 나오는데 사회적으로 이미 달성된 지위와 명망이 그 한방에 끝장나는 꼴을 보는 건 어지간한 심장으론 견디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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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 두번 째 건에서 내가 더욱 분노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카페에 남겨진 작성자 아이디였네요. 앞서 가해자는 분명히 나와 일면식이 없고 서핑 중에 발견된 정보라고 주장해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카페에 남겨진 글은? 하여 가입 일자를 확인해 보니 거의 초창기 멤버였더군요. 그러나 활동이 전혀 없어서 내가 알 수 없는 존재였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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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딱 막히더군요. 고소장엔 충분한 혐의들을 담았고 경찰에선 영업 방해는 인정하지 않고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만으로 입건했습니다. 그러나 검찰로 넘어간 후 담당 검사가 직접 연락을 해서 정황을 따져 묻더니 경찰에서 혐의를 두지 않았던 영업방해까지 추가하여 구약식 200만 원으로 법원으로 넘겨 버리더군요. 짐작으론 1차 사건때의 허위 진술에 괘씸죄가 더해지지 않았나. 참고로 이 건은,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음을 알아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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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단계에서 난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넌지시 의사를 전달했고 이건 검찰에서도 마찬가지. 잘 아시겠지만 명에훼손과 같은 범죄들은 반의사 불벌죄라 내가 고소만 취하하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양반은 무슨 이유에선지 끝까지 가보겠다고 우겼던 모양이었고 그 결과는 200만 원 벌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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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입장에선 별로 도움이 되는 처벌이 아니었습니다. 즉 그가 처벌을 받은 사실은 아무도 알 수 없고 그 처벌로 내 손해가 회복된 건 전무하니까요. 해서 변호사를 선임해서 민사로 돌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도 기회를 주었습니다. 사과하고 합의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 대답은 변호사 선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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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아는 변호사라 돈이 많이 들지 않았지만 이런 건의 경우 기본이 300 만 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결국 손해배상 조정안이 2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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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떻습니까? 댓글로 시원하게 욕한 댓가치곤 비싼 편이죠? 합이 750만 원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경찰서. 검찰 오가며 받은 스트레스에 비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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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론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조정안을 받아 들이지 않고 항소를 한다면 더 길어지겠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의 근거는 명확한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유.무형의 손해입니다. 그걸 없던 일로 어떻게 바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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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고소 후 난 더이상 카페 회원들을 믿을 수가 없더군요. 당시 카페 회원 수가 거진 3천 명 정도였는데 2,500명을 강퇴시키고 불필요한 혹은 무의미한 댓글을 금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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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카페 회원은 늘어나고 있고 머잖아 예전 모습을 찾겠지만 이번 일로 인한 내 원칙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사기의 의도가 내포된 판매글 외엔 다른 어떤 판매글에도 본인의 구매의사와 무관한 댓글은 달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좋은 댓글은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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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가입하시는 회원들의 연령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따라서 더더욱 회원간 예의 있고 정중한 덕담이 오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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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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