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기억

운산티앤씨 2018. 6. 17. 15:23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한계는 있을 겁니다. 내 입장에선 기억이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잔상 같은 걸로 여겨집니다만, 의도적이라 함은 굳이 애를 써서 남기려고 하는 기억이고 후자는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난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공부 방면으론 소질이 없습니다. 일단 암기 자체가 싫고 짜증나니까요. 대학을 들어간 것도 운이 좋아서 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자의 기억은 드럽게 오래 남아 있습니다.

몇 주전, 모친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뜬금 없이 어릴 적 일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외갓집은 대구 모처에 있었고 소위 말하는 적산가옥 형태였습니다. 1층은 만화방이었고, 2층은 국수 만드는 기계와 잡동사니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리고 1층에서 두터운 만화책을 꺼내 (읽지는 못해도) 보던 일도, 날 안아주던 갈래머리 작은 이모도, 심지어는 무거운 양동이에 끓인 물을 담아 지게에 지고 이층으로 올라가시던 외할아버지까지도 기억이 나더군요. 그리고 그 앞으론 신작로라고 하죠, 큰 길이 있었는데 여전히 비포장이라 더운 여름날 먼지가 한없이 날렸습니다.

또 다른 기억은 대구에서 서울 방향으로 조금 올라간 시골이었는데, 난 사람들이 복닥거리던 장터에 있었고 작고하신 할아버지가 자전거 뒤에 날 태우고선 천천히 달려, 집 뒷쪽에 있던 세무서가 있던 곳의 큰 나무 아래에 날 내려주시고선 친구들과 어울려 막거리를 마시던 모습입니다.

'야야, 그때가 니 2살때 인데 우째 기억을 하노? 희안하데이.'

하지만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혹시 이야기를 하셨어도 이 정도로 상세히 묘사한 바 없으니 분명히 내 기억입니다.

올초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어 몇년 만에 참석했지요. 원래 만나던 녀석들이야 다 기억나지만 나머진 모르겠습니다.

'야, 00아. 오랜만이다. 니 그대로네?'
'어 그래. 그런데 니 누고?'
'야.. 임마 봐라, 내 니하고 같은 반 아이가. 니 3반 맞제?'
'4반일낀데? 잘 모르겠다.'
'임마, 담임 샘 기억 안나나? 00선생 아이가?'
'아인데? @@@샘인데.'

그제서야 아는 놈이 옆구리 쿡 찌르며 그건 니 2학년 담임이고. ㅡ ㅡ;;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한겨레] 이종호 서울대 교수가 2001년 발명한 ‘벌크 핀펫’ 특허 침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배심원단 “삼성, 특허 고의로 침해”

고의 침해 인정될 경우 배상액 최대 3배 늘어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16일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핵심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삼성전자에 4억 달러(한화 약 400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 소송과 관련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대학교수가 재직했던 국립대 쪽을 여러 차례 만나 특허 소유권을 주장하는 맞소송을 내도록 부추긴 것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에다 ‘산업 기술 무단 유출’ 혐의를 조사하도록 요청하기도 했지만, 결국 소송 패소가 유력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4000억원을 배상하게 된 이 특허는 이종호 서울대 교수가 2001년 발명해 2003년 미국에서 특허를 낸 ‘벌크 핀펫(FinFET)’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등에 쓰이는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로 모바일 기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교수는 현재 카이스트의 자회사 ㈜케이아이피(KIP)에 특허 권한을 양도해 둔 상태인데, 삼성전자와 달리 인텔은 2012년 100억원의 사용료를 내고 이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케이아이피는 2015년 갤럭시S6부터 이 기술을 써놓고도 특허권료를 내지 않겠다고 버틴 삼성전자를 상대로 2016년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특허 침해 소송을 낸 바 있다.

이날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배심원단은 이 교수의 특허가 유효하며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인정한다고 평결했다. 특히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이 기술이 특허임을 알면서도 사용료를 내지 않고 써왔다며 ‘고의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평결의 결과가 확정되는 1심 판결에서 이러한 ‘고의 침해’가 인정될 경우 배상액은 최대 3배(1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특허권자인 이종호 교수가 재직했던 경북대 쪽을 여러 차례 만나 특허 소유권을 주장하도록 부추긴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실제 특허 소유권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소송이 기각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관련 기사 : [단독] 인텔이 100억 낸 국내 기술, 삼성은 특허료 안내려 ‘꼼수’)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케이아이피의 ‘산업 기술 무단 유출’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소송에서 궁지에 몰리자 재판 쟁점을 상대 기업의 ‘기술 유출’로 몰고가기 위해 정부 부처까지 움직이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단독] 삼성, 산자부 움직여 ‘특허권 소송상대’ 기술 유출 조사

그러나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이런 삼성전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인텔이 낸 사용료의 약 4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액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강인규 케이아이피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간 한국에서는 재벌 기업들이 개인 발명가나 중소 벤처기업, 대학 등의 기술을 무시하고 그냥 탈취하거나 헐값의 사용료를 내는 일이 벌어져왔다”며 “이번 재판이 이러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이 기사는 한번 인용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년 전, 모 대형마트에서 남품하던 업체의 레시피를 가로채 자사 레벨을 붙여 전시하고 그 업체는 쫓아낸 사건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우린 툭하면 중국업체의 카피질에 대해서 거품 물고 성토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거품 낼 일은 따로 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출원 시기만 선점하면 어느 정도 보호는 받을 수 있지만 그건 힘 없는 애들에게서 막 생긴 혹은 사건 없어 쩔쩔매는 법무법인등에서 공갈 형식으로 돈 뜯어 내는 정도이고, 대기업이나 힘 있는 자에겐 무용지물입니다.

과거엔 어떠했을 것 같습니까? 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일류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음에 설익은 자긍심도 느꼈지만 간간히 터져나오는 이런 일들을 볼 때마다 점점 더 어이가 없어집니다. 저들이 과연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세운 금자탑일까.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근로자에 대한, 독재자들 못지 않게 사악하고 악랄한 탄압과 모략을 보며 이젠 더 이상 저들이 지껄이는 사회공헌이니 국가 경제 발전 이바지 따위의 개소리는 믿지 않으려 하며 동시에 이젠 오늘 날 이렇게 살기 어렵게 만든 역적 중 1등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했습니다. 도대체 그 삼대에 걸쳐, 얼마나 단단히 두른 철갑임에도 불구하고 할애비 부터 손자까지 엄중한 범죄 행위로, 그것도 주범으로 중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 경제적 위기 하에 선장 없는 배에 비유하며 잘도 빠져나갔습니다.

물론 이번 일은 그들은 몰랐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도적놈 두목 밑에 도적놈이 있지, 경찰이나 선인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설사 있다해도 두목이 가만 두겠습니까? 훔치라고 보냈더니 외려 퍼주고 오는 놈을 누가 수하로 두겠느냐 이 말입니다. 그러니 난 몰랐단 개소린 이제 좀 그만 하셔야 합니다.

선거 끝나니 이젠 경제 가지고 난리들입니다. 고용지수, 성장률 어느 하나 만만하지 않으니 경제 실정으로 프레임 짜서 몰고 가려나 본데 이건 정말 국민 알기를 개똥으로 여기는 작태입니다. 이미 오늘에 대한 단죄를 선거로 보여줬음에도 불고 하고 다 늙은 나팔수들을 동원하다니 간이 정말 너무 커진 날강도들입니다.

주변을 둘러 보십시오. 소위 말하는 강소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강소기업이란 명칭은 대기업에 준하는 봉급과 복지라서 강소기업이 아닙니다. 아닌 말로 그들 없이도,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입니다.

돈 되겠다 싶으면 법을 뜯어 고쳐서라도 들어오고,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이들 중 좀 세다 싶은 놈만 돈으로 틀어막고. 위의 기사 속 기술 강탈 수법 좀 보십시오. 드라마도 이렇게 까진 차마 못 만들겠습니다.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교수가 재직했던 기업에 압력을 넣어 소유권 탈취를 시도하질 않나, 아니 처음엔 특허도 아니라고 주장했었지요. 더하여 이번에는 정부까지 동원해서 기술 유출로 몰고가선 한 양심 바른 학자를 반역자로 만들려고 하다니.

반도체 라인에서 젊은 애들이 암에 걸려, 눈 멀고 죽어가는데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던 자들이 불리해지니 기밀이라고 자료도 내놓지 않고 뻗댑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논리가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작업장에서 한 사람이 아닌 다수가 유사한 증상의 질병을 앓고 있다면 응당 작업환경을 의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원인을 규명해야 하고. 이제까지 결론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입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론 뭐가 투입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또한 작업자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전무했다는 점입니다. 그러고서도 서류를 보고 정확히 판정을 했다는데 이건 정말 지나가던 똥개도 웃을 일입니다.

운 좋게 제약과 의료기기 일을 하다 보니 동물실험이란 것과 사람을 상대로 하는 임상실험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면 밝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하지 않죠. 이 역시 저들의 부도덕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경제를 살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거죠. 반도체만이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논리도 웃깁니다. 그런 기술 없는 나라들도 잘만 삽니다.

지금 막 시작하는 정치인들을 탓해선 안됩니다. 그들은 아닌 말로 똥 치우느라 앞으로 개고생길이 훤하게 열린 이들이고 잘못되면 만고의 역적으로 몰릴 패를 들고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지는 이들입니다. 응원은 못할망정 고춧가루나 뿌리다니, 정말 사촌이 논일 사니 배가 아픈 걸까요?

좀더 있어 보십시오. 정권의 주문에 따라 가공되었던 수치들의 민낯이 다 드러나며, 왜 오늘이 만들어졌는지 만천하에 드러날 겁니다.

한편 그제 한일합방까지 거론하는 무리수를 두었는데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난 사회 저변에 깊숙이 깔려 있는 망국의 통치이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쓴 글입니다. 조선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적통도 아닌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사라는 걸 인식해야 하며 그때 숭상했던 이념들 중 쓸모있는 것만 남기고 나머진 전부 폐기 처분해야 합니다.

즉 오늘은 오래 전 망해버린 청의 공국을 호령하던 망령들과 그 후예들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이제 그 기억을 되찾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더이상 조용한 동방의 아침같은 개소리 인용은 그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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