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턴테이블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소스기기는 여간 귀찮은게 아닙니다. 여타 기기와는 다르게 플레이 부분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바늘, 톤암을 자칫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큰 비용이 요구되는 낭패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스트 커버는 가벼운 터치에도 손상 받기 쉬우며 경첩은 왜 그리 잘 깨지는지요. 더하여 엘피를 매번 갈아 끼우는 수고에, 다른 음원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공간을 요구하는 엘피 자체의 부피와 무게만 해도 왜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었나를 잘 설명해 주지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즉 두터운 매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고, 또 아직도 생산되고 있으면서 (턴 테이블이나 엘피, 바늘 모두) 신규 진입자를 만드는 건 다른 음원에서 느낄 수 없는 묘한 감성, 그러니까 엘피를 긁어며 나는 잡음, 그리고 플래터 돌아가는 소리, 미세하게 들리는 모터 소리에 더해진 엘피만의 독특하고 큰 음향은 과거 속으로 혹은 경험치 못했던 소리의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하튼 이중 가장 귀찮은 건 바늘, Needle, Stylus라고 불리는 부품입니다. 관리도 까다롭고 소모품이라 언젠간 교체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이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몇자 적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MM 과 MC
-- 인용 시작 --
MM과 MC 카트리지는 코일의 감은 횟수가 다르다. 그래서 출력전압이 차이가 나고, 소리의 특성도 다르게 된다. 코일을 적게 감은 MC 카트리지가 상대적으로 고음이 잘 나오고 좀 더 생생한 소리를 내준다. 이에 비해 MM 카트리지는 고음이 상대적으로 덜 나와서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소리를 내준다. 물론 비행기보다 빠른 자동차가 있듯이 MM이지만 MC보다 고음이 잘 나오는 카트리지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로 보면 MC 카트리지가 MM 카트리지보다 고음이 더 잘 나오고 좀 더 생생한 소리를 내준다고 할 수 있다.
-- 인 용 끝 --
두 종류를 통칭해서 다이아몬드 바늘 혹은 다이나믹 바늘이라고 합니다. 요즘 나오는 바늘, 그리고 대다수 보유하고 계신 바늘에 해당합니다. 이전에 사용되던 바늘은 세라믹 (Ceramic)이라고 부르며 세 종류 간엔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즉 MM/MC를 구동하기 위한 앰프에는 포노 앰프란 별도의 증폭기가 따로 있어야 하고 세라믹의 경우엔 없으며 MC 바늘에는 특별한 카트리지가 달려 있어야 합니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MC>MM>Ceramic 순입니다. 음질로 따지면 MC≥MM>Ceramic 순 일 겁니다.
참고로 세라믹 턴 테이블의 입력단은 포노 앰프가 없어 음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음원 소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오리지날과 대체 바늘
생산 당시 장착된 바늘을 오리지날이라고 한다면 대체 바늘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동시대에 생산된 대체 바늘, 그리고 요즘 생산되는 대체 바늘.
가격으로만 본다면 대체 바늘쪽이 분명히 저렴하니 당연히 음질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오리지날은 찾으시지만, 이미 수십년 지난 지금 남아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국 쪽엔 미사용 신품 재고가 많았지만 이미 꾼들이 그나마 남은 재고조차 입도선매를 다 쓸어 버린 상태입니다.
한편 신품 대체 바늘의 경우,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이 되지만 주문은 미국 쪽에서, 스펙과 품질 검사를 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고 일부 중국 측에서 뒤로 빼서 파는 바늘이 있다고 합니다. 후자의 경우 불량이 많아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습니다.
오리지날 바늘 중엔 상상도 못했던 고가의 바늘이 꽤나 있고 이런 현상은 MM보단 MC쪽 더 합니다. 더하여 MC 바늘은 바늘만 따로 나오질 않고 카트리지까지의 교체를 요구하는 바, 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3. 논점
- 오리지날과 대체 바늘에 대한 오해
바늘을 구해 드린다 하면 상담 내용의 70% 이상이 대체바늘을 의미합니다. 질문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가격적으로 오해를, 그러니까 어마어마 하게 비싸다 혹은 매우 저렴할 것이다란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계시니까요.
오리지날을 10으로 본다면 미사용 신품 재고 바늘은 7-5 정도, 그리고 최근 생산된 대체 바늘은 5-3 정도 입니다. 대체 바늘의 가격이 7이라면 오리지날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이고 5 이하 라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정말 답답한 건 실정을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비싸다고 하시는 경우입니다. 구매 대행의 대상이 되는 대체 바늘은 25,000원 정도 부터 입니다. 대뜸 비싸다 부터 시작하시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할 지, 지금도 적당한 답변을 궁리 중입니다.
내 기억으론 바늘 값은 수십년 전에도, 당시 물가에 비해서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 지난 10년 전, 그러니까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와도 차이가 없고요. 도대체 뭐가 비싸다고 하시는지,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그게 상식선에서 나올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 기가 막히게 하는 건 오리지날의 가격은 10이고 대체 바늘은 3이라고 했을 때의 반응입니다. 성능의 동일함을 강조하거나 보장을 요구하시는데..
50년 전에 10이라는 가격이 지금도 10이라 해도 정상이 아닐텐데 그보다 낮은 가격에서 동일 품질을 요구하시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한편 그렇다고 해서 음질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건 아닙니다만 그 미세한 차이가 결국 가격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말씀은 드려야 하겠습니다.
-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
난들 모든 바늘의 가격에 정통할 수 없습니다. 그 일 아니라도 할 일이 태산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슬쩍 찔러 보고선 고가의 바늘, 희귀한 바늘 특히 MC의 모델만 알려 주고선 가격을 물어 봅니다. 당연히 모른다는 대답이 나올 수 밖에요. 하지만 이런 분들은 이미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꾼들입니다. 국내의 시세에도 정통하고 어디 가면 파는지, 심지어 해외의 판매처까지 다 알고 있지요.
얼마 전까지 초보였던 난 국내 시세를 물어 봅니다. 대충 반으로 뚝 잘라 말씀을 하시지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나야 수고비 정도만 받으니 반으로 뚝 자른 가격에 몇푼 더 얹어도 시세의 2/3 이하로 살 수 있다고 계산기를 두드리시는 거지요.
세상 그리 만만하게 보시면 안됩니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날밤 새며 저렴하게 파는 판매자를 찾아 알려 주면 우회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국내냐?
아닙니다.
해외군요. 일본 인가요?
아닙니다.
미국이겠네요.
기존 거래처인가요?
아뇨.
인터넷이군요.
나랑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스무고개 놀이를 합니다. 전직 국정원 출신인지, 아니면 수사관인진 모르겠으나 골 때리는 질문들을 하다가 감을 잡으면 그날로 잠수 탑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몇번이고 강조하지만, 생계를 위해서이고 그를 위해선 어느 정도 마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다음 목적은 선의의 구매자를 폭리로 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습니다.
어헐~~ 이런 착한 판매자가? 아닙니다. 그래야 더욱 많은 시장 참여자를 모을 수 있고 내가 가져갈 파이도 커지니 그리하는 겁니다.
분명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얌체는 이미 내 고객이 아닙니다. 더더구나 다른 분의 이익까지 편취하고자 하는 분들에겐 100% 효과 확실한 지뢰를 깔아 드리겠습니다. 고이 즈려 밟고 가 보세요. 뭐가 나오나. 10년 경력이 땅 따먹기나 고스톱치다 생긴 걸로 아시면, 정말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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