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The Deal? 트럼프씨가 저술한, 지가 하게 뭐 있습니까? 전부 인터뷰 동안 나불거리는 걸 받아 적어 전문가들이 감수하고 수정하고, 하여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입니다. 얼마 전까지 미치광이란 소릴 듣더니, 세상인심 참.
하여간 영업을 하다 보면 가끔 황당한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중 압권은 다른 곳에선 얼마 하는데 왜 비싸냐? (일전 다른 글에서도 언급은 했습니다만.)
순간 할 말을 잊습니다. 싸우자는 건지, 비싸니 깎아달란 건지. 후자가 맞겠지요? 당황한 난 그런가요 하고 반문하고선 뒤져 보면 이미 팔렸거나, 쌍팔년도 가격이거나. 지인들은 일일이 상대할 필요 있냐, 그럼 그거 사시라고 하면 되잖아. 말이 쉽지 이건 맞받아치는 셈입니다.
물론 그중엔 비분강개 혹은 의협심에 쿡 찔러보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협심은 이런 곳에서 보여줄 만한 사회적인 가치가 아닙니다.
다시 되돌아가서, 그런 질문을 받은 사람 입장은 어떨까요? 갑자기 사기꾼이 된 기분입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하지만 대부분 이어서 터져 나오는 건 분노입니다. 이미 툭 건드려 놓고 거래가 되겠습니까?
이런 접근 방식은 정말 좋지 않습니다. 하물며 시장에 가서도 마찬가지. 나도 처음엔 옆 가게 얼마 하던데 식으로, 밑져봐야 본전이다는 식으로 툭 던져 보았습니다만 되는 경우보단 상대의 짜증으로 인한 내 감정의 손상만 더해 이젠 아예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논리적으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이 상해버린 상대는 논리적인 굴복에 따르는 굴욕감으로 속은 이미 분노로 활활~~
결국엔 싸겐 샀지만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나중에 다 까먹기 일쑤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사정이 이러하니 그 가격에 줄 수 없겠느냐는 읍소입니다. 내 돈 내고 사는데 내가 왜? 이건 아니죠. 당신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니, 그리고 팔아야 먹고사는 입장이니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서는 안되는 대등한 관계입니다.
물론 백화점이나 할인점처럼 가격이 공개된 곳에선 손님이 왕일 수 있지만 이런 골동품 동네에선 그다지 추천할 만한 협상술은 아닙니다.
두 번째로 머리 아프게 하는 건, 멀쩡한 물건을 두고 여기저기 트집을 잡는 방식입니다. 내 경우에도 이런 분 만나면, 그냥 됐다고 가시라고 해 버립니다. 이건 정말 매너가 아닙니다. 오래전, 멀쩡한 앰프를 두고선 밸런스가 맞지 않다고 하시는 분도 뵀는데, 정작 본심은 그 수리비 만큼 깎아달라. 내가 초짜도 아니고 수리비를 몰라서 반으로 후려쳐 봅니까?
얼마 전 여자들에게 저인망식으로 쓸데없는 농을 던지는 친구의 예를 들었는데, 본인 생각으론 안 보면 그만이지 하시겠지만 나중에 꼭 사야 할 물건이 그 가게에만 있는 경우 전화를 걸면 대부분 없다, 팔렸다란 짤막하고도 냉정한 답만 듣게 될 겁니다.
이건 달리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이상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니 나중에 딴 말하지 않을 테니 조금만 깍읍시다. 사실 톡 깨놓고 말하자면 그런 미미한 부분에 대해선 당장 옳다 그르다 답을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즉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터무니없다면 아예 협상도 시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바보라도 내놓은 가격의 절반을 깎아 팔진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선 그리하셔도 될 겁니다. 워낙 관광객을 노린 상술이고 그들도 다들 즐겁게 맞장구쳐주니까요.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시장 질서가 집힌 곳에선 그리하시면 큰 낭패를 보실 수도 있음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나도 블랙 리스트가 A4 2장 분량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혹시 내가 방금 올리고선 곧바로 없다고 하면, 문득 오래 전 일을 더듬어 보시길. 나도 그러고 보면 과히 속 넓은 이는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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