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12시간 동안 청소하기

운산티앤씨 2021. 1. 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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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골동품상에서 한꺼번에 물건들을 받은 게 작년 11월. 그리고 날로 쌓여만 가는 골동품들. 결국엔 사람이 모로 서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었네요.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젠 작년 중반 경 문을 닫은 친구네 노래방 기기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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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문 닫으라고 했건만 조금만 더 버텨보겠다 고집 부리다가 코로나 터지고 나니 가뜩이나 없던 손님 발길이 완전히 뚝. 결국 어떤 여편네에게 잠깐 맡겼더니, 이뇬이, 아 글씨 거기서 노름방 하우스를 했다나. 결국 야반도주하고 보증금 다 날리고 방 빼려 하니 원상 복구하라는 주인 요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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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사는 넘들 불렀더니 알짜배기 앰프만 다 빼가고 보관하기 어려운 스피커는 다 남겨두더랍니다. 결국 이거라도 팔아 철거비라도 건져야 한다는 절박한 요청에 트럭 몰고 가서 다 실어왔습죠. 하지만 바쁘다 보니 대충 쌓았는데 이게 결국 사단을 일으켜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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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벼려별 놈들이 다 와서 돼지 멱따는 소릴 질러댔으니 스피커 고음 터진게 한둘이 아니더만요. 결국 내 돈 들여 전부 다 교체하고 수리하고 엣지 갈고. 요즘 노래방 철거 많다 하지만 실상 가보면 거의 못쓰는 기기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정성 없으면 다 돈 주고 버려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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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12월 말 부터 가게 안을 노려보며 언제 행동 개시냐만 고민하다 결국 연말부터 스피커를 판매용으로 올리면서 정리해 나가자. 그래서 요 며칠 스피커만 잔뜩 올린 거죠. ㅋ 이넘들 치우고 나니 그 다음은 사들인 골동품이 순서라. 결국 어제 오전 10시에 시작한 정리가 저녁 11시가 다 되어 끝났습니다. 저녁 먹느라 1시간 비운 거 외엔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치우고 닦고 쓸고. 아직은 쓸만한 체력이올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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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 지나면서 다 팔릴 물건들이니 급할 거야 없고. 어떻습니까? 깔끔하니 공간이 훤하죠? 이걸 본 마눌왈, 뭘 사서 채울려고 그 작당이냐. ㅎㅎ 사람의 물욕이란 끝이 없습니다. 오디오 할 땐 오디오로 깔려 죽을 지경까지 이르더니 이젠 골동품으로. 그나마 오디오보단 고객층도 넓고 잘 팔리니 마눌님이 조용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애즈녁에 쫓겨났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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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가 있는 상가는 2층입니다. 2층엔 피아노, 태권도, 그리고 아이들 학원이, 1층엔 치킨집, 꽈배기, 헤어살롱, 식당, 그리고 우리 가게. 옆으론 닭찜, 빵집, 마지막엔 고깃집이 있죠. 총 11개 업종이네요. 주인 노인네들 노후, 아니 이만한 장사가 어디 있을까 하는 부러움만 가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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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피아노 학원은 경쟁에 밀려 페업한 후 학원은 코로나 터지고 3개월 만에 접고, 태권도는 에어로빅하는 소리만 간간히/머지 않았죠? 치킨집은 보증금 다 날리고 다시 빚 얻어 의욕차게 출발했지만 노상 파리만 날리고 헤어살롱은 손님이 오면 나오고. 꽈배기는 매출이 1/3으로 줄었답니다. 처음부터 잘 될까 싶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안됐더만요. 그나마 10년 이상 한 식당은 여전히 배달로 버터지만 예전 같지 않습니다. 개업한지 3개월 되는 날, 소리도 없이 빵집은 문 닫고, 옆의 닭찜은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부부가 운영하는데 인건비라도 나오면 다행이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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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고깃집은 그럭저럭 버티나 본데 점유하는 공간대비 손님 수는 터무니 없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나요? 워낙 향소부곡 수준의 생활이었고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다보니 큰 차이는 없습니다. 겨우 숨만 깔딱거리고 있고 그나마 계약이 끝나는 올 7월에 창고나 비닐 하우스로 갈 생각입니다. 대로변 상가는 이제 아무 의미도 없으니 비싼 월세 낼 이유도 없죠. 조금 떨어진 곳에 30평 비닐 하우스가 1년 이상 비워져 있는데 거기로 갈까. 심경이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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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끝날까요? 정말 말처럼 주사 두 방이면 면역이 생기고 다시 거리는 예전처럼 활기차게 돌아갈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임상에서 나온 당장의 결과는 면역률이 90% 이상이지만 그 면역이 얼마나 지속될지 말 수도 없고 워낙 강력한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라 개발된 백신이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하죠. 같은 플랫폼에서의 신약 개발은 용이하다지만 그럼 1년 내내 백심만 맞고 다닙니까? 그 돈은 또 누가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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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유럽들과 일본 미국. 이번 대처를 보며 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에서야 기대 이하 혹은 수준 이하의 시민의식을 꼬집으며 비웃었지만, 글쎄요. 다들 복지때문에 죽을 지경이 아니었던가요? 늘어나는 노령 인구,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되는 국가적인 지출. 급기야 선택적 의료라는 극단적인 정책까지. 과연 경찰력과 행정력을 통한 통제가 없어서, 또는 시민 의식 부재라 그런 건진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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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코로나가 극복되어도 이젠 과거의 일상으론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죠. 그리고 몇번 이야기했지만 전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도 우리나라처럼 야밤에 흥청거리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네 처럼 사교육비 지출하는 것도 없었고. 도대체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서, 태권도를 하기 위해서 대학을 왜 가야만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왜 아이들이 하나쯤 예술과 운동에 능통해야 인간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대학을 못가면 절대 빈곤층이라는 공식은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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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실용음악과 교수라는 분이 (아이돌 출신 ㅎㅎㅎ) 나와서 요즘 아이들 춤동작을 분석하고 강의에 활용해서 명강의라는 칭송을 들었다는 기사를 보고 반나절을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길 진학하는 애들도 이상하고 집팔아, 등골 빼서 진학시켜 주는 부모도 이상하고. 내 생각이 이상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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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든 언론이든 몇달만 버티라고 하는데, 그래서 언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몇백씩 쥐어주는데 그게 과연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네요. 차라리 그 돈으로 전직을 돕던지 빠져나올 때 생기는 철거비나 남은 월세나 지원해 주든지 해야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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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그리고 만약 식당이나 사교육 관련 시설을 운영한다면! 바로 접을 겁니다. 코로나 극복되어 봐야 나아질 것 하나도 없습니다. 보증금 날리고 철거비용까지 물며 개털 되느니 아직 건물주의 온정이 남아 있을 때 월세만 손해보고 빠져나올 겁니다. 그러면 뭐하냐고요? 뭐 먹고 사냐고요? 이런 바보같은 반문이 있나요? 그건 본인이 알아서 찾는 대답이고 난 지금 당장의 손익을 따져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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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는 더 오르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모아서 박리다매가 불가능하다면 1:1 대면 교욱이라도 해서 대학을 보내고 싶은 부모는 아직 많으니까. 혹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이와 관련된 장비업체도 호황을 누릴테고. 그렇게 학원은 또 살아남을 겁니다. 그리고 본인 손재주로 식당이나 술집을 운영하는 분도 온라인으로 진출 가능하겠지요? 포장기계는 비싸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 배달은 그야말로 총알이니 늦어도 2-3일은 머틸 수 있는 여건만 조성해 주면 되겠지요. 술집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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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더 생각하면 접지 않아도 살 길은 보일텐데, 왜 이미 효력상실한 옛길만 고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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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부터 판매글이 홍수를 이룰테니 쵸큼 민망해서 올린 글이걸랑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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