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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전 직장 후배가 놀러 오겠다네? 본 지도 오래되었고 그나마 몇 남아 있지 않은, 나의 과거 사회적 실존에 대한 증거라 반갑기 그지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 직장 다니는 녀석이 업무가 한참일 오후 4시 경에 온 거야. 순간 나의 동물적 감각은 여지없이 발휘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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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회사 관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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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연이야 많지. 세력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혹은 진퇴유곡, 영어로 버틀넥에 끼었다고나 할까. 그 정도라면 누가 질알하지 않아도 환장할 노릇일 터. 결국 사표를 들이밀고 쇼부를 친 모양인데 결과는 퇴사야. 어차피 마음 떠난 회사였으니 일종의 무력 시위로 나도 성깔 있다라고 외친 모양인데 그거야 말로 허공에 용두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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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표는 사표에 불과할 뿐 나의 안온한 재직과 무난한 승진을 위한 네고의 툴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거야. 뭔 소리냐고? 몇번이나 사표를 썼지만 회사에서 하두 발목 잡는 바람에 지금 대접 잘 받고 승진도 쑥쑥 잘만 하는 걸.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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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생각해 보지. 너의 따까리가 어느 날 기세등등하게 칼 들고 와서 니 목을 따버리겠다고 으름짱을 놨다 치자고. 겁도 나지, 저거 없으면 불편할 상황이 하나둘이 아니지, 게다가 언제 후임 뽑아 저만큼 길러. 내가 참고 말지. 이러지 않겠어? 이젠 무슨 뜻인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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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이바구 했었는데 사표를 네고의 수단으로 즐겨 쓰는 이들이 이제라도 배워야 할 항문은 조직론이야. 서두에 이리 나오지. 조직의 하나의 유기체다. 유기체가 뭘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거지. 그러나 다들 유기체란 개념보다는 거대한 메커니즘의 부속품으로, 자신을 인지하는 경향이 짙어. 그러니까 수명이 다하면 버려지는 디스포우저블 파츠 (Disposable parts)란 인식인데 이게 큰 착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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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우리의 실체에 대한 정의는 셀/세포이고 오르간 (Organ)/기관이야. 세포가 너무했다면 팔이나 다리로 해보자고. 다리 하나 없으면 죽나? 팔 하나 없으면 밥 굶고? 아니거든. 다른 다리와 남은 팔이 대신하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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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큰 착각은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건데... 요즘 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메모리때문에 손발이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오글거려. 왜인 줄 아나? 흠.. 예를 들어 내가 영업을 담당한다고 해보자고. 아주 잘해. 단골도 많고. 대금 결제도 짱이야. 그래서 내가 없으면 회사에 치명적일 것이다? 아녀... 니가 지금 잘하는 건 회사가 뒷배를 잘봐주고 있기때문이 반 이상이야. 그리고 니가 전체 영업을 다한다면 몰라도 끽해야 10% 미만일 걸? 그런데 니가 나간다고 무슨 타격을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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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보자고. 잘하면? 남보다 빨리 계산하거나 숫자의 의미를 좀더 빠르게 혹은 획기적인 면으로 본다 정도야. 모르지, 사장의 비밀장부를 관리한다면. 다 이렇거든. 존재하지 않아 위험한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한 정도야. 그런데도 착각하는 건 앞서 말한 조직을 매커니즘으로 보기 때문이지. 거대한 기계도 나사 하나 없으면 멈추니까 난 시방은 꼭 필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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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향후 조직의 나아갈 바를 정할 정도이거나 존패를 결정할 정도라면,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어떤 미친눔이 종질하나? 그 머리, 그 아이디어로 내 사업하지. 안 그래?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유치원생 불알깜도 안되는데 그걸 마치 수탉 벼슬 흔들듯 깝쭉대는 거야. 덜자란 숫병아리가 마구 모가지 흔들다간 모가지 부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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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판국에 사표 들이밀어 무슨 좋은 결과를 얻겠어? 그건 지 눈 지가 찌르는 행동이야. 불만을 참을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해. 그리고 어느 때이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면 나갈테다 라는 냄새 풍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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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사표 쓰는 일은, 당장은 뭉개진 자존심에 대한 아까징끼는 될 수 있어도, 믿고 따르는 식솔들에겐 청산가리 탄 워러를 먹이는 행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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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데? 사표 던지고 나와봐라. 뒤로 벼라별 소문이 다 돌아. 좋게 이야기할 줄 아니? 재수 없으면 재취업에 실패하고 몇달 놀다 보면 똥이고 된장이고 일단 먹어보자는 심정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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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아. 자정에 스마트폰 들고 분주하게 뛰는 남정네들. 그닥 나이도 많지 않더라고. 주둥이로야 할 만하다고 씨부리지. 해봐라. 얼마나 좆같은지. 호주머니에서 꾸겨진 만 원짜리 열댓장 보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 희망이 솟아? 죽고 싶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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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갖고 장난하지 마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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