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운산티앤씨 2018. 5. 27. 20:30


김상국 - 불나비 (1987)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난다 혹은 진리를 찾아 떠난다 혹은 나에게 있지 않은 뭔가를 찾을 땐 항상 떠난다란 단어가 늘 있습니다.

누군 이 말을 듣고 집구석에선 자아를 못 찾아 돈 질알하냐고 한방에 골로 보내시던데.. ㅎㅎ 집구석에선 절대 자아나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진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낯선 곳에 있을 때 무엇을 느끼십니까? 불안감? 새로움? 맛? 풍경? 사람? 다양한 느낌들이 나에게 다가오며 이들에게 반응하는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낡은 내가 있지 않을까요?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의 난 늘 같은 반응이고 예상대로의 결과이니 전혀 새롭지도 않고 밋밋하기만 한 일상과는 정말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떠난다고 하고 이를 바로 나를 찾아 떠나는, 미지로의 여행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익숙함에서 벗어났을 때의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내 경우는 모기입니다. 이 모기때문에 난 여름이 되어도 다들 간다는 바다나 산을 찾지도 않을 뿐더러 공짜로 다니던 해외여행의 추억이 겹쳐 속으로 늘 주문을 겁니다. 돈 쓰고 고생하고, 사람 할 짓이 아닌겨.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꼬라지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때가 바로 집과 직장을 떠난 이국에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요는 내가 요즘 어딜 가질 않으려 하는 건 나이 탓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하며 이렇게 까지 늙어버린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거죠. 

얼마 전에도 한번 언급했는데, 지금부터 정확하게 10년 후면 난 경제적인 부담에서 일단 벗어납니다. 그때가 되봐야 알겠지만 이미 대학까지 뒷바라지한 나에게 자식들이 더이상 기대서는 안된다고 선언했고 다가올 10년 동안 마누라는 나 없이 지낼 수 있는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라 했지요.

그래서 어디로 가려고? 중국 무당산 근처로 가겠다 했더니 뭐? 가서 신선될라고? 거기 모기 많지 않을까 따위의 흰소리로 물타기를 하더군요. 너무도 날 잘아 그랬던 모양인데 운동 에너지가 지금의 70%만 남아도 시도는 해보려 합니다.

지금은 알지 못했던 날 찾기엔 지워진 짐이 너무 많고 그런 나를 적응시키는데 내 주변인들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라면 다릅니다. 삶에서 1년 혹은 2년 정도 늦어도 그리 큰 지장이 없습니다. 혹자는 취업 시기를 놓치면 취업이 힘들거란 강박때문에 주저하시는데 오랫동안 인사를 해 본 내 입장에서 장담컨대 졸업 후 1-2년 동안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났고 그 안에서 삶의 값진 무언가를 찾았노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채용해서 일을 시킬 겁니다.

영어 몇 마디 더 잘한다고, 프로그램 하나 더 돌릴 줄 안다고 인재가 아닙니다. 세상을 넓게 보고 삶을 이해할 줄 아는 이가 바로 인재인 거죠. 뽑아 본전만 챙기려는 지금의 기업 풍토에선 달 보고 짖는 개소리로 치부되겠지만 여하튼 난 그런 이들과 일을 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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