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술독에 빠지다.

운산티앤씨 2018. 5. 25. 22:14


김광일 - 길.바람.아이 (1986)




여. 하니 리오. 이나 리오. 하고 로다. 하니 로다. 하고 로다. 하고 로다.

돌아가리라. 전원()이 장차 거칠어져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스스로 마음을 육체에 부림 받게 하였으나, 어찌 근심하며 홀로 슬퍼만 하겠는가. 이미 지나간 것은 따질 것 없음을 깨달았고 앞으로 올 일은 제대로 따를 만함을 알겠다. 진실로 길을 잃은 것이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떠가고 바람은 살랑살랑 옷자락에 분다. 길가는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면서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하고 하니 하고 이라. 1)이나 이라. 하니 이로다. 하고 이라. 하니 이라. 하니 이라. 2)라가 이라. 하고 이라. 하니 이라.

마침내 일자대문 집을 바라보고 기뻐하며 달려가니, 종 아이는 반갑게 맞이하고 어린 자식들은 문에서 기다린다. 세 갈래 길은 거칠어져 갔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남아있다. 어린것들 손을 잡고 방에 들어가니, 술이 항아리에 가득하다. 술병과 잔을 당겨 혼자서 따라 마시고 정원의 나뭇가지를 돌아보며 얼굴을 편다. 남쪽 창가에 기대어 의기양양해 하니, 무릎을 넣을 만한 좁은 곳이 편안하기에 쉬움을 알겠다. 정원은 날마다 거닐어 취미가 되었으니, 대문은 비록 세워져 있으나 항상 닫혀 있다.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다 쉬면서 때때로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의 바위틈에서 나오고 새는 날기에 지쳐 돌아올 줄을 아는구나. 햇볕이 어둑어둑하면서 장차 지려 하니,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거린다.

여. 호리라. 하니 리오. 하고 로다. 하면 西로다. 하고 하여 3)하고 4)라. 5)하고 6)로다. 하고 로다.

돌아가리라. 교제를 그만두고 어울림을 끊어야겠다. 세상이 나와는 서로 어긋나니 다시 수레를 메고 나가 무엇을 구하겠는가. 친척들과의 정다운 대화를 기뻐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시름을 잊으리라.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다고 알리면, 장차 서쪽 밭에서 농사일을 해야겠다. 혹은 천을 두른 수레를 준비하게 하고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이미 깊숙하게 물골을 찾아들기도 하고 또한 울퉁불퉁한 길로 언덕을 지난다. 나무들은 생기를 머금은 채 무성해져가고 샘물은 졸졸거리며 흐르기 시작한다. 만물이 제때를 얻은 것이 부럽고 나의 삶은 장차 끝나 감을 느낀다.

라. 하고 오. 이요 7)라. 하고 하며 하고 리라. 하니 리오.

그만두자. 세상에 몸을 의탁해 사는 것이 또한 얼마나 된다고, 어찌 마음에 맡겨, 가고 머묾을 임의대로 하지 않겠으며, 무엇 때문에 허둥대며 어디를 가려고 하겠는가. 부귀()는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고 신선 세계는 기약할 수 없다. 좋은 시절을 생각해 두고 있다가 홀로 나서고 혹은 지팡이를 세워 놓고 김매고 북돋워줄 것이며, 동쪽 언덕에 올라 시를 읊조리고 맑은 물에 이르러 시를 지으리라. 그저 변화를 따라 죽음으로 돌아가리니, 천명()을 즐김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오.

[네이버 지식백과] 귀거래사 [歸去來辭] (중국의 명문장 감상, 2011. 9. 18., 한국학술정보(주))

내가 책을 많이 읽느냐, 아마 끝까지 다 읽은 책은 10여 권 남짓. 대신 두산대백과는 똥 싸면서 내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하여 하고픈 말은 글 쓰는 재주 따로, 말하는 재주 따로 라는 겁니다. ㅎㅎ

일을 마칠 때면 입이 근질거립니다. 그리고 가끔 이 시를 펼처놓고 저넘처럼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나 손 꼽아 보지만 아직도 3,650일 넘게 남았습니다.

철 없는 여자들은 지 죽을지 모르고 그렇게 퍼마신다고 하지만, 가족과 성공한 아버지와 남편이란 허상을 양 어깨에 이고, 등짝엔 노후란 고약한 상너므 시키까지 진 남자들은 그야말로 하루가 지옥일 겝니다. 시쳇말로 죽지 못해 사는 거죠.

뜬금없이 그녀들은 그들이 긍휼스럽게 여길 때가 있으나, 이내 우리 모두라는 태두리를 치고선 마구 몰아댑니다. 그리고 허망하게 그들을 떠나 보내고 나선 나선 대책 없는 원망만 늘어 놓습니다.

물론 죄도 많아 밉지만, 난데 없이 사라진 그넘의 자리가 이리도 넓었을 줄은 아마 짐작도 못했을 겁니다. 못질을 할 줄 아나, 수도 빠이뿌가 줄줄 세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지요. 나사 대가리가 원래 십자 였든가, 아니면 쪽 째진 일자였나.

페미니즘에, 남녀평등에, 출산과 국방의 짐은 여자만 진다고, 시월드가 어떠니 시누이가 뭐니 아우성들이지만 잠시라도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그 남자들의 일탈과 어거지가 그리 논리 없지 않았음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토끼 같은 자식들과  여우 같은 마누라 먹여 살리느라 개족같은 씨방새들의 허세에도 조커 같이 웃음만 지어야 했던 불가촉천민류 가장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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