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글을 잘 쓴다라...

운산티앤씨 2018. 5. 27. 10:55



Nina Simone - Black Is The Color Of My True Love's Hair

고등학교 시절 배운 생물 수업 내용 중에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란 썰이 있습니다. 쓰면 쓸수록 발전하고 쓰지 않으면 퇴화여 없어진다로 간단하게 설명되지만 이젠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론이 되었군요. 즉 한 개체의 삶에서 획득된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입증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전문 분야이니 논외로 하고, 하지만 살아 있는 자들에겐 여전히 유용한 썰입니다. 그것의 바탕은 뇌의 발달이겠지만, 대칭을 이루는 인체 구조에서 어느 한쪽이나 기관을 쓰면 쓸수록 쓰지 않는 쪽보단 분명히 월등함을 보입니다. 한계는 있겠지만.

가끔 글을 잘 쓴다고 하시는 분들을 뵙는데, 솔직히 민망해 죽겠습니다. 그럴 때 난 이런 식으로 피해나갑니다. 먹고살자니 넷에 가게를 오픈했고 이왕 판을 벌인 이상 손님을 끌어야 하지 않겠냐고? 아닌 말로 핸드폰 가게는 젊은 여자애들까지 고용해서 난리가 아니냐고 말입니다.

흠.. 실로 내가 생각해도 간교한 변명입니다. 이는 질문자의 슴은 의도까지, 그러니까 상반되는 생각에 대한 질문자의 숨어 있는 비난조차 생계라는 명목으로 물타기를 하고 또 어떤 터무니없는 논리에 대한 황당함조차 가려보자는 목적이 분명히 숨어 있으니까요. 동시에 나를 좀 봐달란 은근한 압박까지 싣고 있으니.

말이 좀 엇나갔는데 하여간 주장은 글이건 말이건 자꾸만 하셔야 논리도 갖춰지고 세련미도 더해져 종래에는 오.. 하는 감탄사를 타인으로부터 불러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당연히 용불용설은 각인시켜 두어야 하는 이론이라는 점이지요. 그렇다면 글을 잘 쓰고 말도 잘 하자면? 

1.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상의 구조물들은 어느 정도 구조변경이 용이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블로그만 해도 조금만 손에 익으면 대문 디자인부터 메뉴, 게시물의 이동 등 거의 대부분의 개별 내용들을 간편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난 으리으리한 구조나 이쁜 디자인보단 몇 개 되지 않는 메뉴를 갖고 있더라도 일단 시작을 하고 글을 쓰되,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진 목적을 먼저 가지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들 일상 잡사에 무슨 목적하시겠지만 그런 잡사의 작성도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생활의 반성, 내일의 계획, 논리의 정리, 글쓰기 연습, 이유야 붙이기 나름입니다.

2.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마십시오.
개인적인 목적이고 굳이 특정인을 지적해서 비난하는 글이 아니라면 누가, 어떻게 읽고 생각하건 일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동호회 카페와 같은 오프의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은 가상 공간에서의 개인적인 활동을 굳이 개인적인 만남으로 이어가고 하지 않는다면 (난 이를 대단히 위험하고 좋지 않게 봅니다만) 길을 걸으며 스쳐가는 연보다 가볍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더더구나 그 혹은 그녀가 말을 걸어오거나 먼저 친근함을 표시하지 않는 한, 불특정 다수의 생각을 개인적인 상상으로 부끄러워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3. 길게 쓰려 애쓰지 말고 이미 쓴 글은 퇴고하지 마십시오.
길어야 누가 볼까요? 노... 길게 쓰면 짜증 납니다. 요즘 트렌드를 보면 촌철살인에 각종 이모티콘 혹은 전혀 글이 없는 사진이나 동영상입니다. 바쁜데 다 읽어볼 시간 없으니 메시지만 전달하자입니다. 물론 그 추세에 맞추라는 뜻은 아닙니다만 참고 삼아 처음부터 만유체로 장광설을 늘어놓느라 시간 낭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람이 살며 연을 맺는 지인의 숫자는 200명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 이상은 스쳐가는 연이고 여긴, 가벼움까지 더해지면 2만, 200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당신의 생각과 글에 동조, 동감하는 이를 분명히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의 비밀을 까발려 자충수를 두는 글이 아니라면 지나간 글을 그대로 묻어 버리십시오. 난 그리합니다. 댓글이나 달리면 다시 보고 답을 할까, 그 외엔 일체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의도적이지 않은, 귀차니즘이지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똥 싸고 난 후 똥 들여다보십니까? 오바이트하고 난 후 토사물의 구성을 뒤지십니까? 거참 쓰고 보니 그럼 내 글을 보는 이들은 내 똥이나 오바이트를 보는 건가? ㅎㅎ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부담 갖지 마라.

4. 싸우지 마라.
어딜 가나 동네 구장질 하고픈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갖고 이를 본다면 그냥 지나가질 못합니다. 어떤 면에서 정의감의 발로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특히 이런 곳에선, 쓸데없는 오지랖입니다만 충돌은 어떤 형태로든 금물입니다.

글로 하는 다툼은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한번 생긴 오해를 풀고자 또 글을 쓰지만 이미 삐딱해진 상대는 말꼬리만 잡고 늘어집니다. 이럴 땐 수긍해 주고 심하면 기분 상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면 그만입니다. 아니 잘못했다고 했는데 또 난리를 피우면 제 정신이 아닌 이지만 99%는 물러납니다. 왜? 그런 이들일수록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는 법이거든요.

5. 어차피 볼 것은 많아지게 마련이다.
짧지만 꾸준히 쓰다 보면 제법 모습을 갖춘 책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건 미국이건 엿보기의 오르가즘과 남의 신상사는 항상 흥미롭게 마련. 아, 이 사람이 이리 사는구나, 앞으론 어떻게 살까라는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모이게 합니다.

어차피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어느 정도 관종의 인정을 품고 있으니까요.

6. 길어지는 글, 깊어지는 생각, 논리 정연한 언조
하루가 다르게 글의 길이가 늘어나고 늘어난 만큼 생각은 깊어지고 다양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글을 쓰는 습관처럼 말도 그리된다는 점입니다.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서도 의외로 한 템포 줄이며 다음 말을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언어질은 나를 보호하고 타인도 보호합니다.

분명한 목적은 결국 이 여섯 번째로 변하게 됩니다. 자, 오늘부터라도 나를 위해 글을 써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세상 이야기 > Rolling Ston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로기 상태  (0) 2018.05.27
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0) 2018.05.27
비가   (0) 2018.05.25
술독에 빠지다.   (0) 2018.05.25
여론을 장악하는 재미란...  (0) 2018.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