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여론을 장악하는 재미란...

운산티앤씨 2018. 5. 25. 13:14



a-ha - Take on Me

내가 쫄딱 망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본업까지 제껴두고 날밤 까며 했던 댓글질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을 두고 쓰기로 하고.

어떤 공간 안에 A와 B라는 두 가지 대립된 논리가 있으면 그곳은 4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A, B 그리고 AB의 교집합, 마지막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외로운 늑대. 그러나 처음부터 두 집단이 대등하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열세인 상황, 이때 히어로가 되는 방법은 약자의 편에 서서 외롭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약자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히어로를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하게 되지요. 나무젓가락 하난 우습지만 두 개, 세 개가 되면 하찮은 그것이 몽둥이로 변하는 법. 하지만 히어로의 목적은 둘 다를 잡아먹는 것입니다. 하여 때론 약자를 꾸짖거나 심하면 약자의 도덕적인 비리를 잡아 배신하는 모습도 보여주지요.

각인이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 상태, 약자들은 돌변한 그의 모습에서 배신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를 그렇게 만든 내부에도 화살을 겨눕니다. 그리고 강자 측에선 마치 일제시대 앞잡이 고등계 형사처럼 난도를 치는 그를 믿게 되지요

이즈음 그는 난데없이 장문의 토황소격문 스타일의 사자후를 토합니다. 이기 나라가? 혹은 이래선 둘 다 죽는다 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지요. 그리고 그는 A도 B도 아닌 교집합 속에 터전을 잡고 양측의 존경과 공물을 날름거리며 무위도식합니다.

 때론 점잖게 던진 한마디에 군중들이 옳거니, 옳소하며 따르는 모습에서 점차 희열을 느끼며 오프에선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신을 착각하게 됩니다. 그래, 난 영향력이 있어. 이 정도면 누구라도 요리할 수 있거든. 하지만 그 영향력은 오프라인에선 지극히 제한적임을 모릅니다.

난 이 양반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깟 댓글 장난질이 그리 큰 죄가 될까요? 특정인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업무 방해 정도입니다. 1심에선 징역형을 받아도 아마 2심에선 반성문만 잘 제출하고 자중하면 벌금 좀 물고 풀려날 텐데 아직도 미몽 속에서 큰 착각을 하며 일을 더 크게 벌입니다.

그의 편에선 입들이 과연 진정한 그의 우군일까요? 그 입들은 원래 쌓아두었던 부와 권력으로 얼마든지 희생양을 만들고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길어야 6개월 아니면 기백만 원 벌금으로 끝날 일을 사자 코털까지 건드리니 머잖아 아예 몇 년간 못 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집니다. 더하여 몇 년 전 한 정치 블로거가 여성 팔로워 하나를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한 사건도 기억하실 겝니다. 그리고 드러난 정체는 놀랍게도 백수였지요. 정치평론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우리의 이웃집 아저씨였던 겁니다.

혹시 넷이나 폰에 너무 빠져 있다면 속히 내 디딜 굳건한 땅을 수시로 밟으며 나의 진정한 존재감은 여기서 보여줘야 한다고 각성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그곳에선 엘프였어도 현실에서 오크라면 세인들이 등돌리는 속도는 전광석화 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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