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IMF 때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운산티앤씨 2020. 9. 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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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이었으니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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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동산, 주식 등 오르지 않는게 없었고 오늘 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어. 그때 8천 짜리 전세에 살고 있었는데 이대로 있다간 안되겠다 싶어 결국엔 일을 저지르고 만거야. 오마니, 마누라 다들 말리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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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얼마였더라? 1억 5천이었던가? 변두리였어도 명색이 강남 3구에 속했는데. 그 전세 끼고 대출 1억 당겨 이래저래 세금 내고 어쩌고. 그런데 그 다음 해에 IMF가 뻥 터진거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2억 7천하던 집값이 1억이 빠진 1억 6천하더만. ㅋㅋㅋ 그러니까 속칭 말하는 깡통 주택 소유주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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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마져 존폐의 기로에 서고, 결국 급여 30% 깍이고 보너스? 몇년 동안 구경도 못해봤어. 그때 은행 이자율이 아마 16-7% 정도였을 거야. 벌어서 이자 내기 바빴고 날이 갈수록 빚이 늘어 나더군. 그나마 폭락한 주식이 빛을 보길래 이번엔 주식에 손을 댔지. 이건 몇번 이야기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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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이미 손자를 본 놈도 있어. 난 아직도 대삐리 둘 데리고 허덕거리고 있고. 손자?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어여 독립했으면 하는 마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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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자산 중 부동산에서 치명타를 입게 되면 그 여파가 몇년이 아니라 몇십년을 가게 되더라고. 나만 그랬다고 생각하지마. 부동산의 폭락은 부동산에 한하는 것이 아냐. 전체 실물 경기에 영향을 주거든. 만약 경기는 좋았고 나만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면 이리도 오래 영향을 받았을까. 더 큰 문제는, 주수입원인 급여 혹은 사업소득도 태풍권 내에 같이 들어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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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친구들, 속 많이 탈 거야. 자고 나면 억으로 치솟는 아파트, 누군 주식으로 몇십억을 벌었다더라. 그래서 강남에 아파트 사고 은퇴하고 어쩌고. ㅋㅋ 전부 개소리야. 작금의 발악에 가까운 투기 열풍 속에서 향후 수십년 아니 대를 이어갈만한 자산을 형성하는 이는 전체에서 0.0001% 정도라고 보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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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썸 게임이라고 들어 봤을 거야. 그거 뭔 소리냐. 이 사회가 갖고 있는 부의 근본적인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야. 다만 어떤 상황 하에서 어떤 분야에 돈이 몰려 부풀어 오른 것뿐이지. 풍선이 언제까지고 팽창하냐? ㅇ느 한 순간, 한계치에 도달하면 터지게 되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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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억. 맨해턴은 10억이라더라. 우린 땅덩어리도 좁고 인구밀도는 더 높으니 그 근처는 가지 않겠어? 그래? 정말 그렇게 믿어? 인구 밀도로 따지면 미국은 그럴 수가 없거든. 널린 게 땅인데. 그럼 뭐가 있을꺄? 자국민의 수요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어야지. 세계 금융의 중심. 홍콩도 그렇고 싱가폴, 런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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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출발은 좋은 학군이지. 그 동네에 살아야 좋은 대학을 가고 졸업해서 좋은 직장과 혼처를 얻을 수 있으니까. 내가 보기엔 이 것외엔 아무런 이유가 없어.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이건 세계 공통 등식이야. 하지만 말이지. 인구가 줄어들면 어찌될까? 벗꽃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가 나온지 석삼년도 더 되겠거든. 이제 마구 치고 올라오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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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하나 없어지면 지역 경제에 주는 타격이 엄청 나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온라인 경제의 급속한 발달로 오프 라인 상권의 붕괴는 예견된데다 인구가 줄어 대학 상권까지 타격을 받으면? 여기까지가 중심 상권의 붕괴와 더불어 부동산이 얼어붙을 거란 나의 논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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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지. 코로나. 상상도 못했어. 이게 그 상황을 점점 가속화시키고 있는 중이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모이지 말란 소리고 모이지 말란 건 그간 호황을 누려왔던 요식업, 음식업, 유흥업이 사라진다는 뜻도 될 거야. 서울 시내 중심부, 그리고 강남 일대에 불야성을 이루는 상가에 이런 업종들이 몇퍼센트일까? 적어도 50%는 넘겠지. 남은 건 쇼윈도를 중심으로 한 로드샵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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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는 음식점, 술집, 노래방등등이 얼마나 버틸까. 지하도 월세 1천씩 내고 들어갔던데 이전에 그 이상으로 버니 버텼겠지만 이젠 어렵지. 하나씩 방 빼면 건물주라고 버틸까. 대학 상권은 이미 폭망했어. 난 월세가 폭락하면 다시금 부흥의 기미도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코로나가 다 날려 버렸어. 월세가 아무리 싼들 다른 물가는 그대로 일거야. 왜? 온라인 소비로 옮겨갔잖아? 월세만 낮추면 1만 원하는 냉면이 3천원으로 떨어질까? 인건비는? 재료비는?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누가 코로나 걸리려 가나? 배달만 늘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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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만 한다면 대로변 상가가 무슨 필요가 있어? 온라인으로만 판매 한다면 누가 서울에 굳이 있냐고? 예전엔 기업들도 관공서 근처에 있어야 로비도 하고 했지만 요즘 공무원하고 밥 먹다간 큰일나거든. 그렇게 꿀빨던 건물주들이 자빠지기 시작하면, 그리고 대학도 없어지면서 서울의 무게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평당 1억이 언제까지 가겠냐고. 여기서 좋은 예제가 하나 있지. 인구가 줄어든 일본은 요즘 취업보단 사표가 더 힘들다고 하더만. 취업 인구가 줄어드는데 배짱 틩기며 지원서 받던 시대가 아니라는 거야. 그렇다면 굳이 강남에 가서 살 이유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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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부동산을 나처럼 잡았다면 손해 보더라도 과감하게 털어버리라고 권하고 싶어. 살아 보니 말이야, 그 지랄하지 않고 살아도 내 나이 정도 되니 집 하나 정돈 어떻게든 마련해서 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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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는 주식이야.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등등. IT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이젠 아냐. 갸들 보고 거품이 끼었다는 둥 떠들던데, 구글은 인공 지능을, 테슬라는 로켓을 비롯한 듣도 보도 못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지. 나머지도 다 그래. 내 말은 이들에게 그렇게 돈이 몰리는 건 현재 영위하는 업때문이 아니라는 거야. 그 이유는 바로 비전에서 찾아야 하지. 미래라는 거야. 그러니까 아직 형성되지 않은 미래 가치를 반영했다는 거야. 이건 주식의 기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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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린? 고작 해야 동네 장사야. 네이버나 해외로 나갔지 그 나머지는 동네 장사. 거품이 끼어도 단단히 낀거지. 이거 몇년 못간다. 개나 소나 달려드니 청약 주가가 하늘 똥꾸멍을 뚫을 양이지만 정작 실적 뚜껑 열고 향후 경쟁 관계나 미래 비젼 보면 지금의 1/3아니 1/10 정도가 적정가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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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주식하는데 월봉, 주봉 보는 건 대체 뭐냐? 난 이런 거 보면 웃겨 죽겠어. 그야말로 겐또지 이게 무슨 과학이고 학문이야? 차라리 미아리 점쟁이 말을 듣는게 낫겠다. 그따위 백날 보면서 연구해봐야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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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가 있지. 9.11 테러가 터졌을 때 빈 라덴은 선물에 몰빵하고 있었지. 그리고 사태가 터지고 테러 자금을 왕창 긁어보았다는 건데. 이런 일이 우리에겐 없을 줄 아나? 그저 남은 돈 적금 드는 심정으로 야금 야금 사두었다가 10년 뒤, 20년 뒤 대박이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이게 바로 개미의 주식이야 하거든. 정보전에 뛰어들면서 전주들은 다 아는 정보만 달랑 갖고 이기겠다고? 이건 말이야, 타짜에게 패 보여주면서 돈 먹을 수 있다는 착각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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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이란 자금이 생겨 대출까지 풀로 끌어넣으니 1억 2천을 굴릴 수 있더만. 상한가 한방이면? 한달 봉급이 생겨. 10%만 올라도 1,200만원이잖아. 그런데 현실은 다르더만. 사는 건 무지 쉬운데 파는 건 어려워. 주식 1천 만원 어치 내놓으면 금방 팔릴 줄 알지? 전혀 안 그래. 어어 하다 보면 5%, 10% 빠지는 건 금방이거든. 그런데 말이야, 이게 꼭 반대 매매 당하는 시점 근처에서 터지더라는 거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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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빠진 상태에서 대출 갚아야 한다고 가정해봐. 원금에서 1,200만 원이 없어지는 거야. 그 다음엔 남은 1,800만 원의 4배로 배팅을 하지. 또 10% 날라가고 반대 매매 싯점이라면? 7,200만원이니 720만 원이 사라지는 거야. 그럼? 원금은 1,000만 원 남는 거지. 그나마 버티는 애들은 6개월 동안 벌어질 일이지만 샀다 팔았다 하다보면 3개월도 채 안걸려. 그리고 더 웃기는 건... 내돈도 아닌데도, 그런 거금을 만지다 보면 간도 커지더란 거야. 전에 없이 비싼 외식도 하고 룸에서 북북 긋고. 안팎으로 빚이 쌓여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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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부동산 전부 못본 체 해. 누가 어쩌더라 하더라도 매일매일 발에 땀나게 뛰며 돈을 모으고 돈을 쓰지마. 부자의 제 1원칙은 돈을 쓰지 않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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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더라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거든. 몇년 하다 보니 친구고 뭐고 연락할 일도 없어지더만. 술도 안마시지, 축의금도 나갈 일도 없지, 기름도 2주에 한번, 3만 원 들어가. 옷도 살 필요도 없더라고. 그러니 돈이 모이더만? 뭐 많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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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흘려 듣지마라. 주식, 부동산보단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거기에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경력을 쌓으라고. 은행 지점장하다 경비하기 쉬운 줄 아냐? 꼬맹이들이 매일 갖다 바치는 서류에 도장만 찍는 이사하다가 대리 한번 뛰어봐.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이 실감 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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