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좋은 직장이란 없다는 팩트

운산티앤씨 2018. 5. 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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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De Amor - Pavel Panin / Nathalie Mulero-Fougeras - paintings

직장이란 직업이란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소임을 다하는..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지만 대충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가장 큰 곳이 바로 직업과 직장입니다. 딱히 구분을 하자면 직업은 무엇을 하느냐란 상위 개념이고 직장은 어디서 하느냐란 하위개념이겠지만 직업이 곧 직장을 결정하니 굳이 따따부따 거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떤 직장이 좋은가? 요즘은 워라벨을 부여할 수 있는 곳을 꼽습니다. 하지만 그 워라벨이란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직업적인 만족도가 없는 이들에겐 허상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워라벨이 가장 잘 지켜지는 공무원 세계에도 불만투성이입니다. 일 끝나면 오후 5시, 6시인 양반들이 저녁마다 모여 술 마시며 누가 어떻네, 누군 족 같네로 날밤 까시는 모습, 너무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요즘도 업무의 수행능력 평가는 누가 오래 의자에 앉아 있느냐로 이루어지는 경향입니다만 경영의 입장에서 본다면 답답하고 멍청한 짓임이 분명합니다. 왜 저긋들은 일 할 때 졸라 하지 않고, 가야 할 시간에 남아서 피 같은 내 전기와 수도를 축내지? 아니 뭘 했다구 저녁에 이렇게 많이 처먹는 거야? 아마 일부 선각한 경영자들은 이렇게 느끼지 않을까.

과거 모 그룹에서 다면으로 평가를 해 본 결과 일과 8시간 중 업무에 쏟는 시간은 고작 2-3시간뿐이더린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결과도 나왔지만 스스로 따져봐도 출근해서 똥 싸고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며 야부리 푸는데 거진 1시간, 들어나 마나한 부장이나 이사의 훈시조 회의 1시간, 내 잘못도 아닌 타인의 잘못으로 줄빳따 맞는 시간이 또 1시간, 즘슴 먹는데 1시간, 애들 문제로 마누라와 한바탕, 돈 문제로 친지들이나 친구들과 한바탕을 비롯한 개인 잡사를 해결하는데 1시간, 업체 방문차 오가는데 2시간... 대충 6시간이니 그 조사도 개구라는 아니구만요. ㅋㅋ

그러니 6시가 되어도 퇴근을 못하제. 맞지요? 하지만 이걸 개인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팀 워크로, 탐 내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들은 사실 다른 이의 태클에 어쩔 수 없이 같이 노닥거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워라벨의 출처는 사실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 측이란 겁니다. 대세로 봐선 이미 무료 야근이나 조출 따위 강제하기엔 어려운 시대인지라, 어떻게든 최소 투자/최대 출력이란 Optimal 가성비를 뽑아내자면.. 그랴, 일찍 가라. 대신 낮에 열심히 해라. 그리고 저녁에 놀 돈은 따로 챙겨 주마.

명심하십시오. 모든 경영의 핵심은 인간 존중이 아닌 인간 존중이란 가면을 쓰고 최소 투자와 최대 출력이란 경제학의 기본 원리의 철저한 준수를 통한 이윤의 극대화니까요. 다만 누가 더 가식적인 인간 친화적 경영을 하느냐의 차이일 뿐.

또 드리는 결론은 돈도 많이 주고, 시간도 넉넉하고, 업무 만족도가 대단히 높아 일을 통한 성취감을 충분히 느끼며 혹은 업무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 머리 썩일 일이 별로 없거나, 그리하여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매일이 즐거운 직장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걸 왜 직장에게 요구를 하지요?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인데?

하여 워라벨이 존재하는 직장, 직업은 따로 있지 않으니 결국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 입니다. 이리 이야기하면 또 누군가는 장신 나간 꼰대가 틀딱거리기 전에 꼴리는 대루 내뱉는 개소리라 하실지 모르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공무원들도 불만 많습니다. 그곳 역시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고 피가 튑니다. 다들 그렇게 좋다는 삼쑹도 신입의 5% 이내만 이사라는 타이틀을 달수 있지만, 그나마도 몇 년 안되어 토사구팽 신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습니까? 직장이 문제가 아니라 직업이 문제인 겝니다. 난 사무직, 넌 기술직 이런 일차원적인 구분이 아닌 평생을 끌고 갈 호구지책을 말하는 겁니다. 그 안에서 크게 계획을 잡고 하나씩 실천해가며 달성되는 목표치를 스스로 느낄 수만 있다면 그토록 원하는 워라벨도, 인간다운 삶도 알아서 찾아오는 거지요.

하지만 모두가 그럴만한 능력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워라벨 붕괴의 1차적인 원인은 직업에 따른 Income의 극심한 차이와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편견이고 2차 원인은 분수를 모르는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요즘 만나는 이들 가운데선 소위 말하는 3D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금전적으로도 부족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의식하거나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후자도 때론 터무니없는 편견에 씁쓸해 할 때가 많지요.

어떤 부모가 한 아이를 데리고 가며 이리 말합니다.
'봐라,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니 저런 일을 이리도 더운데 개고생 하는 거야.'

정부가, 사회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같잖은 선민의식을 국민들 머릿속에서 완전히 도려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적폐 청산, 그러니까 공부 잘 했으니 당연히 높은 자리 가서 큰 소리치고 그 지위를 이용해서 남을 괴롭히고, 심지어 다들 줄 서는 출입국대에서 혼자 VIP 출구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들을 없애는 일입니다.

일도 하지 않는 의원 하나가 수많은 수행원과 보좌관을 거느리고 세금으로 놀러 다니며 님이라 호칭되며 존중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선진국. 왜 그럴까요? 선민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시만 없애서 되겠습니까? 행시, 외무고시, 심지어 7급까지, 소위 말하는 과거 제도를 완전히 없애야 하지요. 개인적으론 장교도 지금 수준의 1/20로 줄이면서 차제에 엔 어예 없애고 일반병에서 군에 뜻이 있는 자들을 승진시키는 방식으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천에서건 금수저였건 갑자기 용이 되거나 용도 아닌 것이 용 행세를 못하도록 막아야 하지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세상은 아직 그대로인데 먼 미래의 시간 속에도 존재 가능성이 희박한 직장을 갈구하면 뭐 하냐. 그보단 차라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편이 정신 건강이 이로우리라.

내 말이 틀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