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 어느 날인가, 난데없이 방정맞게 까똑하더니 요상한 링크가 톡 튀어나옵니다. 뭔가 싶어 줄 타고 들어가니 흐미... 나이 지긋하신 여자 한 분이 나체로 춤을 추고 있더군요. 이후는 말 안 해도 다 아시지 싶습니다.
끝까지 다 보진 않았지만, 그건 변태스러운 몸짓이 아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부리는 재롱 정도로 느껴졌는데...
'새꺄, 하구 많은 야동 중에 이게 뭐냐. 감동도 없고 감흥도 없다.'
'그 여자 자살했어.'
'뭐시라? 왜?'
'그거 유출되고 창피해서 못 견뎠나 보더라.'
'아놔, 너 지금 나한테 망자 영상 보낸 거냐?'
어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기가 딱 막혔습니다. 사람들이 어째 그 모양인지, 그 일 때문에 이미 세상을 버린 이를 다시 욕보이다니. 정말 짜증 나더군요.
세계 각국의 영상을, 연구 목적상 두루 섭렵하면서 한 가지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수많은 몰카들 중 남자의 얼굴이 나오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거지요. 그리고 그 정도는 서양보단 동양 쪽이 더 심합니다.
왜 그럴까? 사실 유교 문화권에 속한 한중일 삼국의 남자들에겐 체면이란 어쩌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니, 그만큼 자신의 얼굴만큼은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실로 고약한 심보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보이는 건 여성에 대한 강한 지배 욕입니다. 즉 체면과 성적인 지배 욕에 눈으로 흥분하는 남성이 어우러져 그런 영상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이 이야기는 전에도 한번 한 바 있으니 이쯤에서 그치고. 어느 대학가에서 남자 누드가 유출되어 시끌벅적한데 전광석화의 속도로 범인을 색출하더니 구속까지 시키네요?
아무리 우리네 법이 고무줄이라지만 이건..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용납은 더더욱 되지 않습니다. 원인도 따져보니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을 멋대로 점유하다 사달이 났더니만요.
그래서 뭐? 몰카가 괜찮다는 거냐? 이리 되물어 보면 나도 할 말이 있지요. 더운 여름날 가시내들이 왜 벗고 다니다가 그런 봉변을 당하냐고 하던데 이건 맞고 앞에 말은 틀리다? 에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모든 범죄를 법으로 심판할 땐 항상 정상참작이라는 판사의 재량이 있고 그렇게 따지신다면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도 어느 정도 귀책의 사유가 있다고 봐야 맞지요.
그나저나 앞의 몰카로 돌아가서.
'그래. 그 영상 유출한 새끼는 잡았냐? 어케 됐는데?'
'몰라. 벌금 좀 내고 풀려났다더라. 그 여자 남편은 반쯤 미쳤다더구만.'
흠... 물론 고의가 아니었다, 둘이 좋아해서 찍은 건데 실수다. 그걸 어떻게 판단하죠? 고의인지 아닌지? 유출된 영상에 고의가 아님이라곤 쓰여있지 않던데?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나 편파적인 수사이고 일방적인 구속입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던데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은 놈도 불구속으로 석방시켜 주면서.
만약 이 결정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몰카 유출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미수로 전부 구속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빠구리 뜨는 걸 찍힌 것두 아니고 공부하는 애들 앞에 고추 좀 드러낸 건데, 그것 때문에 자살할 정도라면? 우리나라 대로변에 목매달고 약 먹은 여자들 시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와야 할 겝니다.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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