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손정우 사건, 신문고 제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운산티앤씨 2020. 7. 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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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해태는 화재(火災)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 또는 벽사의 의미로 장식되었다. 해태라는 말은 해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해치는 요순(堯舜)시대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상상의 동물로 그 이름도 해치, 신양(神羊), 식죄(識罪), 해타 등으로 불렸다. 해치의 모습과 성질에 대해서 『논형(論衡)』「시응편(是應篇)」과 『이물지(異物志)』 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뿔을 하나 가진 동물로서 모습은 양을 닮았으며 대단히 영물스럽고 사람의 시비곡직을 판단하는 신령스러운 재주가 있어 성군을 도와 현명한 일을 많이 하였고 만일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 뿔로 덤비어 받아넘기는 ‘정의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상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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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때문에 해외는 자주 나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신문고 제도가 잘 발달되었는지를 살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하여 국내로만 한정하기로 합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가면 비리를 제보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신문고란 제도가 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있습니다. 한편 검경에겐 고소와 고발이란 읍소에 대한 조치 권한이 있습니다.

취지야 좋죠.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을, 그리고 비호하는 세력들을 엄벌할 수 있으니까. 또 잘못된 법과 제도를 뜯어 고칠 수 있으니까. 억울한 사람들이 양산될 계기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니까.

법은 잘 모르지만... 100명의 악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이가 생겨서는 아니된다. 사형 제도의 폐지에 대한 주된 근거일 겁니다.

무슨 소리냐.

이런 제도와 법조항들의, 그런 편리함의 이면에는 무시무시한 맹점을 안고 있습니다. 나도 몇번 당하고 났더니 얼이 빠지는데, 일단 접수되면 제기한 민원인에게 고소, 고발인에게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안겨줘야 합니다. '당연하지.'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만약 그것이 무고라면?

무고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 않느냐.

글쎄요? 얼마 전 학폭에 시달리던 아이에 대한 청원이었던가, 하여튼 온 나라가 들끓었지만 자작극으로 끝났죠. 이 사람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요?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자신과 다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공무원에 대하여 투서를 넣는 경우는? 무고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지만 당사자는 지옥을 경험합니다. 한번 검색해 보세요. 얼마나 어이없는 경우들이 많은지.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입니다. 동의하는 수가 20만 이상이면 응답해야 할 의무가 생기죠?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을 감정에 호소해서 동의를 얻어낸 후 정부를 압박하고 윽박지릅니다. 분명히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고 또 처벌의 대상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 멍석말이, 조리돌림을 거침없이 해 댑니다.

이웃 블로그님에게 욕을 직사게 얻어 먹으면서도 난 손정우 사건이 미국으로 넘어가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저지른 죄가 가볍다거나 용서할 만해서가 아닙니다. 범죄의 자세한 내막까진 모르지만, 따져볼까요?

형량이 가벼우니 미국 가서 가혹하게 처벌받든지 아니면 뒈져라. 다들 박수치고 정의가 실현되리라 믿습니다. ???? 왜 우리 죄인을 우리가 처벌하지 않고 남에게 부탁하는 건가요? 그건 우리 법이 너무나도 성인지에 관해선 무심하거나 관대한 탓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맞는 것이지 그걸 외부에 맡긴다?

그리고 그렇게 가혹하게 처발하는 미국에선 이 친구가 저지른 정도의 섬범죄가 일어나지 않거나, 혹은 우리보다 비율이 낮을까요? 천만에요.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사형에 처하거나 평생 빛을 못보게 할 정도로 엄한 형을 때려도 외려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곧 그런 범죄들이 일어나는 환경과 범죄자에 대한 심리적인, 그리고 다각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가혹한 형벌은 일시적인 카타르시스에 불과하다는 반증일 겁니다.

이 설명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범위를 좁혀 보겠습니다. 내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데 아비란 자는 보는둥 마는 둥이거나 말로만 타이른다. 오냐, 이녀석 버릇을 고치기 위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옆집 개똥이 아빠에게 반쯤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애가 좀 나아집디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시작은, 오래 전 사적 관계에서나 통할, 더 강한 폭력으로 맞서야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때문입니다.

엽전들은 두들겨 패야 말을 들어.

기집들은 사흘에 한번 북어처럼 두들겨야 말을 잘 듣지.

굴리면 다 하게 되어 있어.

부랄로 밤송이도 깔 수 있거든.

앞에서야 기는 시늉을 하죠. 하지만 그런 폭력에 내성이 생기면 외려 그 폭력성은 자신보다 나약한 자에게 발산되는 법, 직장내 폭력, 학폭, 로드 레이지등등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약자에 대한 가차없는, 비겁한 혹은 선택적 폭력성이나 정의의 노출입니다.

짧게 말하면 그 친구가 괴물로 변한 이유를 찾아야지, 우리완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타국에 의뢰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번 째는 수사의 허술함입니다. 인도조약에는 이미 처벌받은 죄를 이중 처벌해선 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친구가, 이중 처벌이 아닌 죄목이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알기론, 신문에 떠들기론 범죄 수익 은닉이던데, 이거야 말로 개가 웃을 일입니다. 우리 검찰은 왜 이 부분에 대하여 수사를 하지 않았나요? 최초 이 말이 나왔을 때 인도를 피하려는 그릇된 부정 (父情)이라고 하던데, 그건 잘못된 해석입니다. 엄연히 우리나라 법조항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를 밝혀내지 못한 수사의 무능함이 원인이지 않나요? 난 이 대목에서 검찰이, 너무나도 요즘 인심이라고 착각하는 떼창에 무력하고 또한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랜 습관때문에 그와 같은 결정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곁가지 이야기지만, 만약 이 친구가 인도 조약에 위배되지 않는 조항으로 인도되었다. 그리고 미국 법정에서 그 부분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일종의 괘씸죄가 더해져 사형을 받게 된다면? 미국엔 이런 일들이 많습니다. 사형받아 마땅한가요? 자국민도 사형까진 아닌데도? 그때 가서 그건 불합리하니 돌려 보내라? 어지간히 말 듣겠습니다. ㅉㅉ

마지막으로 법적인 판단에 주목해야 합니다. 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하는가? 판관들은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여야 합니다. 어느 정도 재량권은 있지만 그건 증거와 정황을 감안해서 최저와 최고 사이에서만 결정되지 않나요? 자세한 내막을 알 순 없지만 1, 2심의 판단과 인도 거부 결정까지를 추론해 보면 법이 정한 형량과 만들어진 국민 감정 사이에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비유를 하면 속이 상하실지 모르겠는데 징역 20년 씩을 때리는 나라, 과연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이 구축된 걸까요? 왜 그리도 엄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언론들은 그간 죄에 대한 형량의 비교만 열을 올렸지, 그러한 처벌들이 과연 우리에게 맞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의견도 없었습니다. 옐로우 저널리즘에 물든 기더기라면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Why라고 했을텐데 말이죠.

여기서 난 언론의 이중적인 처신은 국민 감정에 호응한다는 명목의 때때옷으로 갈아 입고 북과 꽹과리를 쳐주며, 과거 목소리 크면 장땡이란 저질 문화가 청원이란 고상한 꼬까신으로 갈아타선 이게 국민 정서다 라며 우리를 속이는 자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을 찾으세요. 어디 쪽 팔리게 자국민 처벌을 타국에 의뢰합니까? 거기 가서 깜둥이, 백둥이들에게 똥꼬가 헐도록 강간 당하고 결국 목을 매 자살하든지 아니면 반병신이 되어 돌아와야 직성이 풀립니까? 아니면 독극물 맞고 사지 바르르 떨며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시원해 집니까?

정당하게 판단한 법관을 그리 모욕하시는게 아니올시다.

그리고 인생, 너무 장담하는 거 아닙니다. 이런 떼거지 때창에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음도 아셔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당신들은 해태가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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