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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티브이에서 중국의 한 격투가가 각파의 장문인급에게 도전해서 차례로 박살을 내고 '쿵후는 쑈다.라고 단언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보다 앞서 1930년대 태극권 고수간 대결이 유튜브 영상이 올라가 화제도 되었지요. 한마디로 이전투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모습에, 이소룡과 성룡의 신들린듯한 액션에 젖어 있던 우리로썬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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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전통 무예에 대한 실망감은 K-1부터 UFC에 이르기까지 근 10여 년 이상 증폭되어 왔습니다. K-1을 제외하고 실전이나 다름 없는 각종 격투기 대회에서 처음엔 유도와 레슬링이 득세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방어술을 익힌 고수들이 유단자 혹은 금메달들을 때려 눕히자, 그 다음은 주짓수가 대세를 또 이루었고 마침내 모든 방면에 능통한 종합 무술가, 그리고 종합 격투기란 명칭으로 오늘 날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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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재미난 사건은, 영화에서 (주로 헐리우드) 인간 병기로 길러진 특수 요원이 수십명을 상대로 전투를 치르는 과장된 장면들이 여과없이 우리들 눈에 비춰져선, 그 동네 출신이면 손가락 하나로도 사람 잡을 수 있다는 환상을 주었지만, 웬걸... 격투기 경기에 나오자 말자 전부 개박살이 나서 체면을 구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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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젠 전통 무예가나 그런 인간 병기들은 하등 쓸모 없는 쑈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그건 전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무예의 근원은 생존입니다. 살고자 하는 인간 본성에서 출발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현재 개박살나고 있는 전통 무예들이 창성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합니다. 일례로 1900년대 초반 만주 마적 출신 중 하난 출중한 무예를 바탕으로 병장기를 든 수십명을 상대로 싸워 전부 격살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지나 기타 고전 속에서 다소 황당하지만, 역사적 사실로 입증되는 사례에선 이런 전통 무예들이 충분히 통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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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그럴까? 그건 이미 그 기술들이 현대로 오면서 부터 더이상 유용하지 않고 외려 기술을 시전한 이가 살인자나 범법자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 태권도를 들어 봅니다. 도망 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사각의 선 안에 낭심과 얼굴을 보호하는 호구를 차려 입고 손에는 치명상을 방지하기 위한 글로브를 낍니다. 주먹을 얼굴 때리면 안된다. 선 밖으로 나간 경우 공격하면 안된다. 낭심을 가격하면 안된다 등등. 택견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대의 손이 땅에 닿거나, 넘어지거나 혹은 발로 머리 부위를 가격하면 경기는 종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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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게 잘난 종합 격투가들이 태권도의 룰에 따라 정통 태권도인과 겨룰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작심하고 죽이려 들면 외려 만신창이가 될 가능성이 높죠. 이를 입증했던 가장 극적인 사례는 종합격투기술과 아가리 파워가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코너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와의, 복싱 룰에 따른 대결입니다. 결과는? 권투 꽤나 한다던 맥그리거는 주먹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못하고 TKO패를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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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파마다 비전의 기술들이 있죠. 내가 배운 무술 중에선 눈알 빼기란 기술이 있습니다. 이게 뭐냐하면 말 그대로 상대의 눈을 찌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끄집어 내는 기술이죠. 너무 위험해서 과정엔 없습니다. 이 기술이 허용되면 누군들 과연 승부를 장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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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하고픈 이야기는 격투기와 무술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던 사실들을 느닷없이 떠올리다가 이건 인간 사회 어디에나 적용되는 진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도전 정신, 안되면 되게 하라, 불알로 밤송이도 깐다 등등의 협박에 가까운 경구들은 사실 호연지기를 키워준다기 보단 다수의 패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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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건 장사건 간에 신규 진입자들이 성공하는 확률은 2% 정도라고 했던가요? 그보다 높을 수도 있겠지만 경험상 100명이 도전하면 대박은 2명이, 20여 명은 그럭저럭 버티는 정도, 그리고 나머진 5년 안에 퇴출 대상입니다. 무모한 도전이 낳은 참극들입니다. 요즘은 전문 파이터를 고용해서 장사나 사업 진출을 돕는다고 난리죠. 프랜차이즈들입니다. 마케팅부터 레시피, 고객 응대술까지 전 분야에 걸쳐 컨설팅과 전문가를 투입해서 사업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준다, 넌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 결과는?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4차 산업 시대로 이미 진입한 지금에선 피만 빨아먹는 구조밖에 되지 않는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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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결론을 내자면 모든 돈이 되는 분야엔 나름의 룰, 규칙이 정해져 있고 그 틀 안에서의 경쟁만이 허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업을 구상할 땐 사업성과 동시에 그 동네만의 룰이 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하지만 그걸 일일이 늘어놓자면 한도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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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하는 사업이 복싱과 유사하다고 가정해, 아니 똑 같다고 해 봅시다. 일단 링 위에 올라가서 공이 울리면 3분 동안은 도망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이미 백전노장에 각종 타격법을 익힌 고수입니다. 젊다고, 호연지기 충만하다고 이길 것 같습니까? 타고난 천하장사라면 어쩌다 소 뒷발치기식 럭키 펀치로 한 경기 정돈 이길 수 있겠지요. 하지만 도전자의 힘이 보통이 넘고 맞는 순간 케이오를 피할 수 없음을 아는 다음 상대는 보나마나 정면 대결보단 날렵한 풋워크로 힘빼기를 시도할 겁니다. 복싱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처음 경기를 하게 되면 시간이 언제가는지도 모를 정도죠. 그리고 불리한 형세라면 3분이 3시간이 될 수도 있음도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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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젊으니까 무조건 덤벼 봐라? 살아야 하니 일단 뛰어들어 봐라? 이건 정말 무책임한 충고이고 타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마의 혓바닥일 겁니다. 나도 한때 자식들에게 되잖은 직장 생활로 대충 살 생각 말고 나처럼 사업을 생각해 보라고 했었습니다만 이젠 아닙니다. 이제 겨우 밥술 뜰 정도로 오는데만 10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게임이 더 중요한 애들에겐 너무 무리한 요구였죠. 그래서 요즘은 재미나게 놀라고만 합니다. 밥 걱정은, 돈 걱정은 내가 있는 한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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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내가 사는, 어른들이 사는 모습과 각기 다른 세상을 보게 되면 자신들의 삶을 고민하고 설계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난 그때가 아이들 나이 마흔이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나 역시 마흔 중반부터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늦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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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뭔가, 정확히는 파악되진 않지만, 왜곡된 우리 사회 구조가 정당하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머잖아 공정한 룰에 따라 승자가 결정되는 때가 오기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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