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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 친구들이 굳이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난... 난 어딜 가도 사람을 잘 사귄다는 장점때문이지!!!
여하튼 언제, 어디서건 잘 지내고 상대는 얼마 가진 않아 금방 속내를 털어놓는다? 가끔 내 속을 너무 개워내서 문제지만!!
그래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는데 나랑 갑장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난 내 나이와 같은 이들을, 사회 생활을 하면서 거의 만나질 못했다. 이유가 뭔지는 묻지 마라. 나도 모르니까.
헌디 사연이 참 딱하다? 그 친구가 이 글을 보면 화를 낼진 모르겠지만 사대육신 멀쩡한 내 입장에서 보면 딱헌 건 딱한 거지. 골육종의 일종이라고 하던데, 없앨 수는 없고 약의 힘으로 평생 눌러 가며 살아야 하는 처지라. 대꼬챙이 처럼, 겨울 동장군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삭정이처럼 몸은 여위었고 늘 힘이 없어하는 모습이 참 거시기한데.
우리가 어케 만났냐고? 사실은 내가 그에게 담배를 팔았기 때문이지.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저 인간이 양심이 있나 하시겠지만 굳이 친하자고, 그리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더하여 너 아니면 담배 살 곳이 없어 오겠냐는 허풍에 넘어 간거지.
그리곤 시계 부랄처럼 오가다 들러 차 한잔, 노가리 풀고, 맞담배질하며 근 2년이 흘러 간거지. 늘 변함없는 모습이라 옛말에 잔병치레 많이 한다는 넘들이 오래산다더만 하는 황당한 생각까지 품었지.
그런데 말이야. 며칠 전, 불쑥 찾아봐선 담배를 또 달라는 거야. 사간 지 1주일도 안된 것 같은데 이게 미쳤나 싶었지. 그러나 워쩌겠어? 없다는데. 하여 한 보루 건네주고 카드를 부욱 긋고나니...
'나 암이 폐로 전이 되었다는데.."
뉭기리... 순간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듣자하니 6개월 전에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찍으니 나왔더라나. 그래서 다음 달 초에 열어 보기로 했다는데. 그리고선 샀던 담배를 도로 가게에 두고 가네? 그리곤 다음 날 와서 한대 꺼내 피고.
'야. 끊어라.'
'이제와서 끊으면 살아남을 수 있냐?'
들어보고 힘이 들거나 돈이 많이 들거나 하면 치료를 거부하겠다는데.
'살만큼 살았잖아? 애도 대학 보내고.'
'어린 눔이 어른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
인명은 재천이고 가고 싶다고 스무스하게 찾아오는 죽음은 분명히 아니지.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눈에서 난 좀더 세상을 담아두고 싶어하는 간절함을 느꼈거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야 나도 지면을 빌어 몇번이고 여한없이 살았다고 흰소리쳤지만 마음 한 구석엔 자식들 잘되는 모습도 보고 싶고. 갸들이 개워낸 손주들 똥기저귀도 갈아주고 싶고, 평생 뺑이만 친 마누라 손잡고 산천경계 유람도 가고 싶고.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한강도 담을만한 욕심 주머니를 차고 있지.
이 생의 다음에 뭐가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한번 갔다가 되돌아 온 이가 있어야 말이지. ㅋ
언젠가 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지. 나의 이번 삶은 내 영혼의 끝없는 여정 중 잠시 멈추는, 수많은 중간 지점 중 하나라고 말이야. 내세나 천국 혹은 천당이 다음이 아니라, 내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다음 경유지, 그러니까 끝없는 우주의 어디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믿고 있지.
딴엔 근사해 보이지? 뭔가 숭고하고 거룩하고. 천만에. 바지에 똥지리는 꼬라지 보여주기 싫다는 일념뿐이거든.
난 말이야, 남들이 팔순, 구순 잔치한다고 그 나이에 색동옷 입고 바쁜 내 자식, 손주 불러모아 동네 떠나가라 송장되어가는 내 몸뚱아리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거든.
이것도 말했을 거야. 내가 할 숙제를 마무리하고, 가야겠다 생각이 들면 말이지...
그동안 유감있던 놈들 전부 찾아가서 귀빵맹이 한대씩 올려 붙여주고, (사실은 야구 방맹이로 대그빡을 갈겨 버릴거야.)
은혜 입은 이들 찾아 감사 인사하고,
꼭 봐야 할 놈 (년)들에게 초대장 보내서 그 인간들과 정겹게 하직 인사를 하며 쿨하게 갈라고. 그래야 날 더 기억하지 않겠어? ㅋ
머 이런 생각을 늘 품고 있으니 야망이고 조지고 다 부질없더라고. 어여 밀린 숙제나 마무리하자는 생각외엔.
그 친구에게도 헤주고픈 말이 있는데...
누군가에게 해야 할 일이 있을 땐 죽음도 연착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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