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뿌린대로 거둔다.

운산티앤씨 2020. 6. 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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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禁酒) 2일 차.

금단 현상은 없으되, 온몸에 힘이 없다. 마눌 왈, 술독이 빠져야 한다나? 거참, 사람도 오래되면 영물이 된다더니. ㅋㅋ.

며칠 전 디스 플러스를 2보루씩 일정하게 사가시는 분이 왔다.

'별일 없었어요?'

'넵~~'

'아니 며칠 동안 문을 열지 않길래...'

요약하면 근처 식당 세곳이 아그들한테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를 먹었다는 건데. 그런데 자의가 아닌, 일종의 함정에 빠졌다나. 그러니까 아그가 낀 무리가 우르르 몰려가선 술을 퍼마시고 그 중 한놈이 경찰에 신고하는 수법이다. 경찰이야 신고자가 술자리에 있었던 말건 상관이 없다. 들이닥쳐 신분증 내놔라, 당근 꼬맹이는 걸려 들겠지. 그리고 주인은 진술서 쓰고 경찰서로 넘어갔다가 검찰에서 약식기소로 벌금 1-2백 두들겨 맞게 되겠지. 그리고 그 결과는 주무 관청으로 통보되어 영업 정지 1-2개월이란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고.

사실 나도 현재 1건이 걸려 있다. 하두 억울해서 탄원서를 냈더니 뒤늦게 본 검사님께서 친히 (?) 전화를 해서 정식 재판 청구해 보라고 했거든. 아마 1-2주내 법정에 서게 될 모양인데. 하지만 난 그깟 담배 안팔면 그만이다. 그러나 식당은 입장이 다르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니.

이게 얼마나 큰 타격인지 상상이 잘 안갈텐데 숫자로 보여줌세.

한달 월세를 대충 잡아 150 정도라고 하자고. 식당겸 술집이며 최소 20평은 되야 하는데다 대로변 기준이지. 각종 공과금은 그대로 나오거든. 30정도 잡으면 될 거야. 순익 기준으로 이런 곳에서 기대하는 수치는 대략 6-700은 되야지. 가족이 있다면 그보단 조금 적게 쓰고. 500 정도 쓴다 치면.

계산상으로 이미 680-700 정도가 마이너스야. 그뿐이야. 그동안 단골 떨어져 나가지. 벌금과 미리 받아둔 식재료들은 또 어쩌고? 주인과 악연이 있어서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그냥 장난이었다면 더욱 심각한 거고.

더 골때리는 건 술이나 담배를 판 업주들은 처벌받아도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애들은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아요. 학교에 통보도 안해. 개인 정보 보호 한답시고. 몰랐지요?

내 이야기를 해보지. 나도 그런 골탕 먹어라에 걸린 케이스야. 하지만 두루 동네 불량배들과 친하게 지낸 덕에 금방 찾아냈지. 담배 살 때야 자세히 안봤지만 한번 부딪혔을 때, 혼내 주겠단 생각은 접었어. 왜인줄 아나?

보험 세일즈를 했다고 떠든 적 있어. 그때 2년 간 맺은 계약 건수가 아마 400건에 육박했을 거야. 400/730이니 하루에 0.55건이네. 이 동네에서 잘한다는 타율이 3할이었던 걸로 기억해. 1주일 동안 3건. 그러나 3할을 유지하자면 새로 만나야 하는 고객의 수는 하루에 줄잡아 6명 이상. 주 5일 근무라 쳐도 30명을 만나 3건이니 엄밀하게 따지면 1할 타율이야. 이게 Top의 성적이거든.

난 2.75건이니 Top 근처까진 간 셈이야. 하지만 이게 포인트는 아니고, 주당 30명씩 일년에 52주, 2년 이면 104주 x 30명 = 3,120명을 만난 셈이지. 산술적으로는. 그러다 보니 반 무당이 되더만. 그러니까 목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한 정보가 파악되고, 직접 대면하게 되면 상대의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도 어느 정도 보이더란 거야.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해선 몰라. 다만 한 가지, 후에 내린 결론을 토대로 말하자면 '운명은 없다. 다만 내가 있을 뿐,' 터미네이터 한 장면 같네. ㅋ

담배로 곤욕을 치르게 한 놈을 그냥 두기로 한건 이미 그 얼굴에서 미상불 닥칠 불행을 엿보았기 때문이야. 이거 추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특정인의 행동과 심리 상태의 패턴만 찾아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거든.

아마 여기 오는 분들 중엔 나보다 연배들도 많을 거야. 그분들이 보면 피식할 지 모르겠지만 살면 살 수록 느끼는 건 '뿌린대로 거두리라.'와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진리야.

간혹 못된 놈들이 더 잘산다고들 하지만 진짜 나쁜 눔들은 겉으론 잘 살더라도 결말이 좋지 않거나, 속이 곪아 터져 있지. 겉으로도, 속으로도 잘 사는 놈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온정을 갖지 않는 경우에 한해야 해. 그러니까 내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그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존재들이지. 이런 부류들은 악인들과는 전혀 다르거든.

여긴 또 어린 친구들도 오리라고 보는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건, 머리 속으로 위에서 말한 두가지 격언만 담아두기 바래. 욕을 토해내는 입은 언젠간 더한 욕을 부르고 함부로 내뻗은 주먹은 시도 때도 없이 강적을 부르게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적들은 본인이 행해왔던 악행 그 이상을 서슴없이 해댄다고.

그러니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악동으로, 그리고 법의 경계선을 잘 알고 살아야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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