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애드 아스트라

운산티앤씨 2020. 6. 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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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왔던 영화다. 꼭 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못해 미루다 오늘 대여해서 보고야 말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어떤 면에선 무미건조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요소, 요소 들어간 극적인 장면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요약하면 우주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우주 비행사가 된 주인공이 어느 날 써지라는 전류 급증 현상때문에 윗선의 호출을 받아 간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실 주인공도 이 현상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오래 전, 지적 생명체를 찾아 태양계 외곽까지 진출하는 리마 프로젝트에서 발원한 에너지가 원인이고 우주 총사령부 (?) 에선 죽었다고 여겼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살아 남아 모종의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마무리는 다소 황당하게 전개되는데, 사실 주인공인 로이의 아버지인 클리포드와 그의 대원들이 해왕성 근방에 이르러 그간 수집된 모든 데이타를 분석해 보니, 어디에도 생명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고 이를 알고 실망한 대원들이 반기를 일으켜 지구로 귀환하려 하자, 클리포드는 생명 유지 장치의 일부를 셧다운시켜 대원들을 몰살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원자로가 녹아 내리게 되고 바로 이때문에 써지 현상이 생겼다는 건데...

웅? 그럼 중반에 나오는 반물질은 어디로 가고? 그리고 우주사령부의 추측의 근거인 아버지의 마지막 통신, 그러니까 그 내용은 어쩔 수 없이 대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나 혼자서라도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는 건데 이게 무슨 모종의 위험한 실험?

브래드 피트와 토미 리 존스의 연기력은 봐줄만하고, 그래도 어느 정도 현실성 있어 보이는 CG들은 괜찮지만 어거야 이렇게 앞뒤가 안맞아서야. ㅋㅋㅋ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니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태양계 어디에서도 우리 이외의 생명체의 흔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도 결코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제이다.

오래 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상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면 낭만이 넘쳐 흐르는 줄 안다. 갈매기 날아 다니고 돌고래가 파도를 가르고, 물 속을 들여다 보면 온갖 물고기들이 보이는. ㅋ

다 개소리로 아시면 된다. 근처에 육지가 없으면 갈매기도 없고, 돌고래도 서식지가 아니면 구경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넓은 바다에서 눈 가는 곳마다 물고기가 있다면 이미 바다 속은 그것들이 갈긴 똥때문에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할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우린 눈에 밟히는게 사람이고 그나마 사라져가는 읍면 단위에도 민가 하나 없는 적막 강산은 거의 없으니 상상도 못하겠지만 미국이나 호주같은 곳을 가보면 우리의 눈이 얼마나 좁은 줄 알게 된다.

간혹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별을 찾았네 떠들지만 그 거리는 가까워도 몇십광년이다.

다시 말하건데 아폴로 이후 우주 진출이 전멸하다시피 했던 이유는 달리 없다. 가봐야 아무도 없고 설사 어딜 착륙한다 해도 그곳에 있는 자원을 갖고 오기란 불가능. 게다가 그런 불가능때문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쓸 수도 없다.

생각해 보라. 몇조, 몇십조의 돈을 퍼부었는데...

가보니 아무도 없네?

근처까진 갈 수 있어도 착륙은 어려워. 그러니 뭘 갖고 오지도 못해.

그리고 그 먼 거리를 견딜 강인한 체력의 인간도 없어. 장비도 개발 못해.

가만히 있을 국민들이 어디 있나. 당장 때려 치우라고 난리지. 그러나 우야둥둥 사업은 이어가야겠고 하다 보니 요즘은 망원경 띄워 눈알이 빠져라 뭔가를 찾는 모양인데, 돈은 덜 들겠지만 내가 보기엔 지들도 뭘 찾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웃음만 나온다.

나도 한때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흠뻑 빠져 '이 넓은 공간에 우리만 존재하다는 건 공간의 낭비..' 어쩌고 하는 10소리의 신봉자였지만 이젠 그야말로 개10소리로 치부하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열광하던 X파일 역시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져가는 파트를 뺀, 외계인 이야기는 나오면 꺼버릴 정도로 신물이 난다.

이쯤 되면 모 환자님들께서 '거봐, 우리만이 창조주로 선택받은 유일한 존재야.' 하고 희희낙락하실지 모르겠는데 그건 그야말로 찐다들의 떼창이나 마찬가지다.

스티븐 호갱왈, 우주는 점에서 태어났느니. 점 이전엔? 아무도 모르지. 블랙홀 이야기가 이 대목에서 나와줘야 할텐데, 그게 다른 곳으로 가는 통로가 아닌,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된 점이고 계속 주변을 빨아 들인다면서? 전에 어디서 봤는데 우주는 결국 다시 수축해서 원래의 점으로 간다고 하더만. 무한 팽창을 할것같더니 난데 없이 점으로 된다나.

결론이다. 주인공은 이제 일에만 미쳐있던 자신과 아버지에 대해 존나리 반성하며 떠난 옛 연인을 다시 찾으며 주변에 좀더 포커스를 맞추는 삶을 살겠다고 주억거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요즘 다들 난리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루 종일 입에 거품 물고 경기, 아니 발광에 가까운 포악을 떠는 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이 영화를 보시면서 너의 삶이, 너란 인간이 얼마나 허무한지 각성 좀 하고, 날 알아주는 이들이 그나마 있을 때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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