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보험 5 - 종결

운산티앤씨 2018. 4. 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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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DYLAN - Mr Tambourine Man




먼저 광고 들어갑니다..

여러분이 저에게서 사주셔야 시간이 남아돌아 야부리를 풉니다. 아직 못다 한 야부리를 따지자면 1톤 카고 5대 분량이며 99% 실화올시다. 여기 구라와 공갈까지 다하면 아마 20대가 30대 중반이 다 되어야 할 정도며 난 그때쯤 딴 세상에서 놀고 있을 겝니다.

구매대행 가격이 오픈 마켓보다 비쌀 수도 있습니다만 철저한 검수와 사후 관리로 구매자의 손해를 최소화하는데 전력투구 중입니다. 모쪼록 제가 내내 야부리 까며 즐거이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배려 부탁드립니다.

--------------야부리 끝------------

당시엔 포털 노출에 돈이 들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일 년에 10만 원 정도? 게다가 HTML 속에 검색어를 심을 줄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 종신보험이란 단어만 검색해도 내 블로그가 상위 혹은 첫 번째로 나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다른 설계사들의 만나자는 요청도 받았고 그들과 실제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고민은 이왕에 갖춘 세일즈 능력인데 판매 범위가 너무 좁다는 불만이었고 부당한 회사의 지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었다. 난 무릎을 탁 쳤다. 옳거니, 손해보험도 하고 자동차 판매도 하면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니 일거다득이려니.

하지만 당시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교차 판매, 즉 겸해서 파는 건 법으로도, 회사 정책으로도 금지되고 있었다. 게다가 본업과 다른 판매를 하다가 적발될 시엔 해촉/퇴사도 각오해야 했다. 그러니 일사 일상품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밖에.

한편 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 하나와 조우하게 된다.

종신보험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국내 생보사는 물론 화재보험사까지 들썩 거리며 시장에 뛰어드니 한마디로 난장판이 되어 버린 게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한 회사에서 연금 특약이란 걸 개발했다. 표면상 이론은 보장받을 때까지 보장받고 이후는 쌓인 해약환급금을 연금으로 전환해서 쓰라는 건데, 난 대가리 털 나고 기만은 처음 보았다.

그들이 종신보험 때문에 깨우신 저축성 보험과 연금보험은 예정이율이 얼마였나? 8%부터 최대 14%까지였다. 요즘 이런 금리를 주는 금융기관이 있던가? 게다가 보험사가 파산해도 계약 이전으로 정부가 보증하는데? 요상한 논리를 파괴한 시장을, 다급해지니 작위로 호도하려는 한심한 작태. 난 어이가 없어짐과 동시에 그들과 같은 노선을 걷지 않았음에 한편 안도를 했다.

뒤이어 너도 나도 연금 특약. 참.. 가관이네.

당시 설계사라면 근사한 노트북에 라이프 플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담아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난 아직도 이 프로그램만큼은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월 급여, 지출, 가족 수, 자녀에 대한 교육 희망 등 변수를 집어넣으면 일생에 걸쳐 소요될 자금의 변동 그래프가 일목요연하게 나오니까.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의 보장이 필요한지 감이 잡혔으니까.

아시다시피 주보험을 제외한 보장성 보험은 해약환급금이 적립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죽음을 전제로 한 보험은 그만큼 소멸성 보험으로 활동기의 보장을 해야 함은 타당하나, 반드시 개인적인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신변잡기적인 취미부터 생활 패턴, 직업적 위험도, 유전적 내력, 가족에 대한 가장의 시각 등등 정량적, 정성적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제대로 된 설계서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접한 대부분은 당장 죽을 가능성도 없거니와 죽더라도 든든한 뒷받침이 있거나. 생활수준의 변화는 있으되, 그토록 강변하는 급전직하는 없는, 일반 가정들이었다. 그렇다면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주계약을 빵빵하게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 그게 노후에 도움도 되고. (이는 후에 연금 특약 도입으로 내 주장이 맞았음을 반증하게 된다.)

게다가 연령대별 사망 원인도 따져 봐야 한다. 2-30대 사망의 원인 중 최다는 질병이 아니다. 재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면 될 것 아닌가. 어차피 목돈 받았고, 남은 가족들도 나름의 생계수단을 이미 갖고 있으니 그편이 낫다는 생각. 물론 여기엔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난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집엔 그런 설계를 해주지 않았다. 남들처럼 해주었으며, 고객 역시 자기 사정을 자신이 잘 알고 의뢰했는데 무슨 이견이 있겠나?

재미나는 건 당시 재해 특약 보험료가 무척이나 쌌고 주계약의 세배까지 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재해의 정의 역시 외부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면 모두 인정이 되었고. 아마 30대 초반 남성 주계약 1억의 보험료가 12만 원 정도에 3억의 재해 보험금의 보험료는 1만 원이 채 되지 않았으며 보장 기간도 80세까지. 정말 끝내주는 보장이 아닌가?

나의 주된 보험 설계서 내용이다.

주계약 1억 - 5억
재해사망 3억 - 15억??
재해 상해 3억
암,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 등의 중대 질병 3천-5천
(재해 쪽으론 한도가 있었던 걸로 기억되며 이런 경우나 보장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특별 진단을 받아야 했다.)

40대가 아닌 이상 20만 원 이상이 나올 수가 없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짜증 나기 짝이 없는 기괴한 설계서였다. 하지만 후에 이런 혜택은 후에 점점 줄어들게 된다.

얼마 전 자살로 인한 보험금을 주지 않아 금감원이 격노하여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난 분명히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도 보장받으며 외력에 의한 죽음이기 때문에 재해사망으로 분류된다고 말이다. 여기에 지점 차원에서도 독려가 있었다.

가입 후 납입을 못할 정도로 위기라면? 가장이라면 가족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난 그런 식으로 계약자들에게 권한 바 없다만, 풍문으론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을 해서 보험금을 탄 케이스가 꽤 있었나 보더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못 준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행패가 아닌가? 지금은 모든 자료가 다 사라졌지만 만약 있다면, 그리고 계약자 중 누군가 요구한다면 난 주저 없이 증언했을 게다.

하여간 결정타는 지금부터이다.

IMF 탈출을 선언했지만 오히려 경기는 더 침체되어갔다.

이게 이상하다고? 노~~~

연 8%대의 국가 성장률은 개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이고 그 이후부터는 꺾여야 정상인 게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가 저지른, 그리고 저지르고 잘못은 좀비화된 기업들을 세금으로 살려줬다는 거다. 결국 신생기업이 낡은 자리를 기워 새롭게 일어설 기회를 박탈하고, 이미 후진국형 산업으로 분류되는 산업들의 전후방 효과만 보고 목을 매달았으니 날이 갈수록 기업 채산성이 나빠지는 건 당연지사.

여하튼 돈을 빌려 주고 싶어도 빌리는 곳이 없으니 금리는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었고, 다급해진 쪽은 확정 고금리로 신나게 장사하던 금융권이었다. 은행권이야 조달 금리 따라 자신들이 이자를 결정하고 그리 긴 장기성 예적금도 없었으니 그나마 타격을 덜 했지만, 20년 후 30년 후를 봐야 하는 보험사들은 똥줄이 탔을 게다. 

투자형 종신보험. 이른바 변액 보험이라고 한다. 3가지 펀드를 마련해 두고 가입자 성향에 따라 선택하도록. 대신 최저 보장 금리가 2-3%대였을 게다. 난 그때 이미 주식으로 한차례 망가졌고 그 동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정말 겁도 없는 사기꾼들이었다. 브랜드가 운영하는 편드인데다 코스닭이나 잡주는 투자하지 않는다. 채권과 우량 주식으로만 운용하니 믿어도 된다. 그러면서 외국 유수의 굴뚝산업의 대표주자들의 주식 변천사를 보여줬다. 코카콜라를 위시한 식음료, 정유회사, 사료 회사 등등.

코닥이 어떻게 되었더라?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도산하지 않았는가? 기업이 인간보다 장수한다 혹은 불멸이다란 헛된 믿음의 출처는 대체 어디메 인고? 지금 잘 나가는 IT 공룡도 한방에 훅 간다. 페이스북을 잘 보기 바란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고객의 확약서는 잘도 챙겨댔다. 못되면 전부 니탓인거 알지? 그래도 2%는 최저 보장해주고 보험도 살아 있는데 잔말 마라였다. 혹시 10 수 년 전에 그 보험에 가입하신 분들, 해약환급금 확인해 보셨나?

난 더 이상 그런 걸 판매할 자신이 없어졌다. 2년이 채 되지 않을 재직기간 동안 고객이 아마 400명이 넘었을 게다. 1주에 3계약이란 룰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지만 난 딱 1건만 변액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것도 우기는 고객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면 남은 수당은 못 받는다는 걸 알았지만 누군가 같은 회사 다른 조직으로 가거나 여러 가지 보험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계약 이전이란 절차를 통해 50%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즈음 나를 리크루트 했던 매니저가 중도 탈락하게 된다. 모든 원망은 나에게. 나를 롤모델로 삼아 팀 빌딩을 하려 했지만 내가 따라주지 않으니 힘들다, 게다가 지점장과의 알력도 힘들다.

그가 나를 꼬드길 때 보여준 영화가 톰 크루즈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였다. 그는 날 그렇게 성공시키고 싶어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게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의 나에 대한 원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스템적으로 부대낄 수밖에 없는 캐릭터임을 몰랐던가? 이미 대가리 굵어질 대로 굵어진 날 무슨 수로 주는 옷에 맞춘단 말인가?

결국 그의 탈락과 동시에 나의 최후 방어선이 무너졌다.

GA. General Agent. 서구에선 이미 보편화된, 영역의 구분 없이 상품 판매가 가능한 대리점 체제. 난 이곳 외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이다음부터는 재미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라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를 만난 셈이니까. 그러니 여기서 글을 멈추고자 한다.

가끔 보험을 해보고 싶다는 이들을 만난다.

'보험은 좋은 겁니다. 하지만 판매는 수십 번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을 채용하려는 이들이 제시하는 비전을 믿어선 안됩니다. 정 갈 곳이 없다면, 최후에 택할 수 있는 옵션이지만 당신에겐 지금까지 겪었던 길 보다 더 험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 겝니다.'

길었던 글이지만 요약해 보자.

그들이 입만 열면 떠드는 개인 사업가로서의 여유로운 삶은 절대 없다. 이건 대리점이건 직영이건 마찬가지다. 실적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자라도 잘리게 되며 남은 수당은 받을 수 없다. 그러니 수당을 이어받으려 한다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생활해야 하며 전체에게 네거티브한 영향을 주는 영업패턴은 수시로 태클을 당하거나 왕따 당하게 된다.

매니저, 지점장도 마찬가지다. 직접 영업을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적다곤 하지만 리크루트를 제때 못한다면 그 역시 추풍낙엽이다. 지점장은 안심인가? 지점 실적이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마찬가지. 얼마 전, P사의 지점장 하나가 투신자살을 했다. 아무리 잘나도 회사의 정책에 대든 대가치곤 너무도 잔인하지 않은가?

보험은, 형체가 있는 공산품과는 달리 미래 불확실한 사건에 대한 담보인 상품이다. 언제 어떻게 컨셉이 바뀌어 세일즈맨을 농락할지 모른다. 난 차라리 대출이 정직하다고 본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 조달 금리 등락에 따라 필요한 이들에게 돈 빌려주는 시스템인데 무슨 개소리가 낄 것인가?

퇴직하던 그들의 악담이 떠오른다. 인터넷으로 영업을 해서 감동이 없으니 계약이 대부분 해지될 거라고. 정말일까?

퇴사 후 3년이 지나 내 계약들의 유지율을 누군가 알려 왔다. 98% 라나? 그렇게 잘 났다 내세우던 MDRT도 90% 수준을 간신히 유지했는데?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나의 퇴사에 대한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왜? 그들은 설득 당하지 않았고 자기의 선택으로 가입했으니까. 내가 있건 없건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게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시면 살짜쿵 물어보세요.

- 끝 -

후일담
그렇게 나간 매니저는 이후 유량을 하다 아주 큰 GA조직에서 사장이란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단합해서 나와 그를 몰아낸 일부 매니저와 지점장은 실적부진으로 모두 잘리곻 그토록 욕을 해대던 GA업계를 떠돌다 결국 그 매니저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로 갔다나? 그리고 로비에서 만났단다. 쫄따구 거느리고 나오는 그와 마주했을 때의 반응이 궁금했다.

'인사는 합디까?'

그는 거만스럽게 빙그레 웃기만 하더라. 너도 같은 놈이야...

세상사 알 수 없다. 한번 갑이 영원한 갑인 줄 안다면 큰 착각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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