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자동 뽕이란 애들 말 기억하시는가? 조금 식자 연하며 풀어쓰자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 두고 운영자는 없어도 알아서 돌아가게끔 하는 걸 말하는데, 당시에 무슨 인공지능이 있었으며 알고리즘이 있었냐마는 내 경우엔 시차를 둔 공략법이라 하겠다.
즉 언제 봐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올리고, 급하지 않을 일에 연관시켜 두었으니 당장 답하지 않아도 질문자도, 나도 답답하지도 않을 그런 시스템.
이걸 두고 놀고 먹는다는 소린 후에 나왔다 만은 좌우지간 꼬박 몇 개월이 걸렸지 싶다. 일단 시스템이 가동되니 그 다음은 그야말로 자동 뽕. 자고 일어나선 들어온 메일 확인하고 설계서 만들어 메일로 보내거나 혹은 위로가 될 이야기를 해주거나. 그뿐이었다. (설계서도 가공이 되어야 한다. 생으로 보내면 무슨 도움이 되는가? 그건 노하우이다.)
여기저기서 글이 좋다, 한번 보고 싶단 요청이 들어왔고 난 단 한 번도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목적 없이 단순히 좋아 만난 관계에 걸림돌이 있겠는가? 친구도 되고 때론 XX도 되고. 하지만 일탈은 한 적이 없다.
회사는 딱 두 번만 나가면 됐다. 얼굴 비출겸 한번, 계약서 제출할겸 한번. 아마 그때가 우리 가족들이 가장 행복했고 늘 웃었던 때지 싶다. 그러나 그건 1년이 넘어가면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외국계 생보사 종신보험 콘셉트로 무장한 이들에겐 막무가내식 지인 시장 빼먹기 영업 스타일이 주류인 국내 시장은 그야말로 호구나 다름없었고, 멀쩡한 대학을 졸업해서 또 멀정한 직장을 다니다 나온 남성 설계사들이 번듯한 정장에 유식한 말을 읊어대니 소비자들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진즉 그 대열에 합류했다면 나도 한 자릴 차지했겠지만 고집스럽게도 S사로 들어간 난 가시밭길을 자처한 셈이었다. 다들 묻는 질문은 그런 외국계 보험사들의 주장이 진실이냐 였는데 몇 날을 연구한 끝에 몇줄의 간단한 description을 정리했고, 그건 맞대결에선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후일담이지만 내 홈피에 올라온 글들을 모조리 캡처해서 전체 교육서로 만들었다더군.
최초의 태클은 팀으로부터 들어왔다. 너의 일탈스러운 영업방식 때문에 리크루트가 되질 않고 있는 애들도 나만 쳐다본다나? 일주일 내내 놀다 딱 하루 나와선 그들 업적의 3-4배를 내니 그럴 만도 하겠다만은.
그 다음은 지점 차원에서의 태클. 출근도 않고 회의도 들어오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나? 급기야 매니저 회의가 열리고 지점장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
혼자 노는 건 좋은데 그런 행동이 타의 모범이 되질 않으니 홈피 영업을 접어달라, 그리고 남들처럼 해달라는 요구인데 이거야말로 개씨나락 까먹을 소리가 아닌가. 내가 왜?
결국 나의 영업방식은 최고 경영층에 보고되었고 그 후 이런저런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이 상품은 올리지 마라, 때론 내 계약자에게
전화를 걸어 금품을 대가를 내세우진 않았는지까지. 참고로 퇴사 후 4년이 지난 후에도 계약 유지율이 98%였다는데 이에 대해선 할 말이 있는지?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이리 할 바엔 차라리 끌어들이지 말지 왜 엄한 이를 꼬드겨 발 들여놓게 하고선 개소리를 나불거리는가?
불뚝 성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화가 잔뜩 나면 계약을 부러 미루고 실컷 놀다 다음 달에 왕창 집어넣으니 여직원이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이번 달은 우수사원, 다음 달은 해고 대상으로 명단에 오르고.,
자......
여기서 왜 우리나라 건 다른 나라건 보험을 업으로 살아선 안되는지 정확히 알기 바란다. 끌어들일 땐 절대 업적이 없을 경우의 불이익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좋은 점만 부각시키지. 일단 들어오면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도 쉴 틈 없이 돌린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그렇게 일을 하나. 언젠간 시장이 바닥이고 체력도 바닥인 때가 오는데. 비실거리기 시작하면 곧바로 태클이 들어오는데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해고 대상으로 오르고 나면 돌아버릴 게다.
그 다음으로 두 번째 중요한 사실이 아시길 바란다.
그래, 더러워서 그만두고 나가지.
??
나가면 남은 수당을 주는가? 딱 한군데 빼고, 그나마도 다 주지 않더군, 모든 회사가 퇴사하면 잔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관리 비용은 드는데 본인이 관리를 하지 않으니 줄 수 없다나? 무슨관리? 내 경험에 비춰보면 내 계약자들은 계약 이후 찾아오는 걸 그다지 반가워 하지 않았다. 그건 그들의 비밀을 아는 자가 지근거리에 있는 걸 싫어하기 때문인데 알고 있으려나?
정말 부도덕하고 양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시스템이다. 즉 신입의 본전 다 뽑아 먹고선 줄 돈을 안주는 날강도 시스템인 게다. 이런 흡혈 시스템이 우리나라 보험 산업을 먹여 살리는 게다. 뭔 눈이 있어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해서 돈 따먹을까. 고작해야 예대 마진, 담보 대출과 잔여 수당, 그리고 정부 보증으로 버티는 게 굳어진 풍토인데?
난 몰랐다. 진짜 이렇게 사람을 등골을 빼먹는지 말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