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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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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근방 휘트니스? 댄스 다이어트를 운영하시는 여자 관장님이 찾아 오셨다. 새로 이전을 하는데 지금 사용하는 앰프와 스피커가 너무 크고 소리가 쏜다는 불만. 당연하지. PA용 앰프/스피커의 목적은 절대 음감이 아닌 소리 전달이 목적이니까. 당연히 대형 우퍼에 혼이 달린 스피커와 출력 200와트 이상의 앰프의 결합이라 절대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여 그점을 설명하고 음악 감상용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이전에 체육관에 그런 음감용 스피커와 앰프를 달아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있으니까. 결국 디데이에 설치하고 돌아오자 말자 전화가 왔다. 스피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데 일단 가서 맡아보니 스피커 자체에서 나는 냄새였다. 대강 설명하고 돌아온 다음 날, 드디어 사달이 났다.
냄새는 둘째치고 소리가 이상해졌다는데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니다 싶어 가니 우퍼 한쪽은 펄럭거리고 다른 한쪽은 찌그러진 음이 나오고. 게다가 이번엔 진짜 타는 냄새가...ㅜㅜ
관장부터 회원까지 전부 여자들이다 보니 행여 터질까봐 마음 졸이며 있었다는데 월메나 미안하든지. 그런데 이거 보소? 흐미... 딴에 출력 100와트 앰프를 줬지만 볼륨이 최대치인 거라. 이 정도까지 틀까 싶었는데... 제 아무리 150와트 짜리 마란츠도 혹은 AV 앰프도 최대 볼륨에선 스피커와 앰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이처럼 소리가 왜곡되는데다 그런 상태로 장시간 플레이하면 둘 중 하나는 사망에 이른다.
황당해서 왜 이리 크게 볼륨을 올리셨냐. 왈, ' 댄스하는데 그 정도 소리는 틀어야죠. 말씀드렸는데?' 흐미... 그제사 다이어트 댄스의 속성을 알았네. 이런 곳에선 음감용은 절대 설치해선 안된다는 팩트지. 나오는데 관리소장 같은 분이 한마디 거드신다.
'아니 무슨 나이트 클럽도 아니고..'
ㅋㅋㅋ.. 바로 옆 휘트니스 센터에서 불만이 없을 리가 없는데. 다음 날 수업에 지장 있다 하시니 우째. 바로 청계천 수리점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니 대뜸 타박부터 한다? 그런 곳에 음감용을 설치하는 업자가 어디 있냐고. ㅜㅜ 띠바, 내가 알았냐.
요구 조건은 아담하면서도 소리 좋고, 출력 빵빵한 기기. 이런 게 있을까 싶다만은 최대한 찾아보는 수 밖에. 이런 시설에선 노래방 스피커도 골로 간다니 반드시 명심, 또 명심. 견적을 받았는데 00이라나? 헐... 내가 받은 돈이 그 반밖에 안되는데.. 그래도 좋은 소리 듣자면 돈을 더내야 마땅한 거지, 그걸 왜 말을 못하냐고 또 타박.
하는 수 없이 내가 10만 원 부담하고 추가금을 내시라 했더니 이번엔 그렇다면 이전 철거한 PA용 장비들이 맞는거네요? 유구무언이라... 맞긴 맞는데 그게 너무 크고 시끄러웠다는 본인 말씀은 또 잊으신 듯. 그 장비는 헐값에 업자에게 넘기고 내 돈 10만 원 꼬라박고, 청계천 왕복에... 정말 무식이 낳은 참사라 할 밖에.
에피소드 2.
날이 점점 추워지니 따신 물이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 더하여 지난 주 하수구가 막혀 똥물이 역류해서 사무실로 넘치는 일까증. 우리 빼고 전부 음식점이라 설겆이 물을그대로 흘려 보내나 본데 그때문에 가끔 막힌다는 옆집 아자씨 말쌈. 엄청 스트레스라네? 하기사 수시로 막히는 하수구라면....
하여 어제 드뎌 연장을 빼들었지. 그런데 문젠 수도를 잠그고 해야 하는데 이걸 무시했다능... 냉수 조절하는 나사를 보니 고무 패킹이 밖으로 삐져 나왔고 그곳으로 온수 틀 때마다 질질 새네? 오라, 너 이눔 오늘 임자 만났다. 그런데 사실 그건 나사가 아니라 나사 형태를 한 조절부라, 동전으로 조절하던 기억이 나더라고. 여하튼 조절부를 빼야 패킹을 갈아치우지. 드라이버로 살살 돌려 거의 꼭지에 이르렀나 싶더니 조절부가 툭 빠지면서 홍수 같은 물줄기가. ㅜㅜ
워메... 얼마나 물살이 센지 맞은 편 냉장고를 타격하더만. ㅈ됐다 싶어 조절부로 다시 막으려 해도 수압때문에 도로 튀어나오고 그 와중에 물 뒤집어쓰니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 꼴. 문젠 그게 아녀. 사방으로 튄 물이 엘피니 포장용 박스로 닿기 시작하니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일단 엘피라도 살려야지 싶어 치우고 있는 와중에 박스 무더기가 녹아내리기 시작하네. ㅜㅜ
욕 나오더만. 하는 수 없이 옆집 아재에게 헬프 요청해서 건물 전체 수도 정지하고 겨우 수습하는데 꼬박 2시간. 모친 뵈러 가기로 한 일정 다 취소하고 자리에 앉으니 눈물과 동시에 웃음이 터지지 뭐야. 머 이런 ㅂㅅ같은... 아무리 정신 없다지만 수도는 잠그고 손을 대야 기본인데, 이건 마치 전기공사하면서 두꺼비집도 단속 안하는 거랑 다를 바 없네.
아무리 늙어도 아직도 배울 게 많다. 아직 자라는 두넘을 보니 이넘들도 이런 시행착오 겪어가며 내 나이 즈음에 수준에 도달하겠거니. 더 늦기 전에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지만 두넘 다 마음은 콩밭으로. 이야기해도 소 귀에 경 읽기지. 하기사 나도 그땐 아부지 말쌈을 그리 들었으니.
소싯적보다 좀 나아진 점이 있다면 요즘은 뭔 일을 할 때 대뜸 대들어 빨리 끝내기 보다 찬찬히 들여다 봐메 실수와 시행착오로 늦어지는 사건이 점점 더 없어진다는 거지.
노숙하다더니. 老宿. 이 한자의 뜻도 요즘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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