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Rolling Stones

의미심장한 판결 하나

운산티앤씨 2019. 11. 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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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해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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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법원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이 하나 나왔다. 모 채널에서 제작한 '백년 전쟁'이란 프로그램이었는데 503 시절 방통위 제제 대상으로 판정받았다가 이번에 부당한 처분이라 재판결하고 하급심으로 내려 보냈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도 7대 6의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던 모양인데, 그간 욕을 만바가지로 먹던 김명수 대법원장 이하 정말 큰일을 하셨다고 밖에.

난 이 프로그램을 반 정도 보았지만 대략 이승만을 독립자금을 횡령한 파렴치범으로, 박정희를 남의 공을 가로 챈 얌체로 표현했다 하여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및 편향된 역시관이라 판정을 하고 제작자 이하 징계를 요구했던 모양이다. 다음은 그상세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방송된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아 진보·보수세력 간의 '역사 전쟁'을 촉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 편인 '두 얼굴의 이승만'과 박 전 대통령 편인 '프레이저 보고서 제1부' 등 두 편으로 이뤄졌다.

각각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로 사적 권력을 채우려 독립운동을 했다는 내용과, 박 전 대통령이 친일·공산주의자이며 미국에 굴종하고 한국 경제성장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챘다는 내용이 담겼다. RTV는 위성방송 등을 통해 2013년 1∼3월 두 편을 모두 55차례 방영했다.

방통위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을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다뤘다"며 프로그램 관계자를 징계·경고하고 이를 방송으로 알리라고 명령했다. RTV가 불복해 낸 소송에서 1·2심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했을 뿐 아니라 인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재구성해 사실을 오인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장했다"며 방통위의 제재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사실 우린 몇년 전만 해도 이런 기사나 역사적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도 마찬가지. 철저하게 귀와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먹은 탓도 있지만 그롯된 역사관을 가졌다고 비난 받는, 요즘 일부 지식인들이 당시에는 대세였고 또한 사실을 아는 자는 언제 닥칠지 모를 탄압때문에 공포에 떨며 숨을 죽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어떤 분은 나에게 톤을 좀 낮추라고,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어찌할 것이냐는 걱정을 해주셨을 정도이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을 몸으로 겪은 이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고 수많은 사실과 사료와 증거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바뀐다고 욕을 보다니?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오, 있는 사실을 감춘 것도 아닌데 단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역사관이 뒤바뀌어야 한다면 우린 아직 선진국이라 자신할 깜도 못되는 것이 아닌가.

길게, 멀리, 넓게 볼 것도 없다. 이승만은 전쟁이 터지자 말자 혼자 살겠다고 한강 다리 폭파하고 남으로 튀었고 그 전엔 민족주의자의 최고 반열이었던 김구 선생의 암살을 사주했다.

박정희는 또 어떤가? 그의 최후만 봐도 얼마나 추잡스러운 삶이었는지 알 수가 있다. 쌀밥도 겨우 명절에나 먹을 시절에, 딸보다 어린 여대생을 채홍사를 부려 옆에 앉혀놓고 비싼 양주 마시며 흐느적거리다가 김재규 장군의 일발에 비명횡사했다. 난 그다지 현실 정치엔 참여하지 않는 편이지만 김재규 장군의 마지막 육성을 들어보면 정말 그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호사를 누릴 수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이 대목에서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도적에겐 무한대의 관용을, 작은 도적에겐 칼날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이다. 위 두 인물은 공과를 두고, 설혹 반반이라 할지라도 절대 우리 아이들이 배우거나 존경해서는 안될 만고역적에 불과하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다음을 더 읽어 보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춘재임은 세상이 다 안다. 죽일 놈이다.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정도이지. 하지만 그가 평생 나쁜 짓만 하고 살았을까?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과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춘재가 만약 전술한 두 인물 중 하나였다면? 주변에 파리 떼처럼 모여들었던 난신역적들과 간신들의 뱀같은 혀에 녹아 그 정도 살인은 대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소의 희생이었다고 할 게다. 자세한 역사를 언급하긴 지면이 짧아 건너 뛰며 보자.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하에서 억울하게 사형 당했다가 복권한 이가 얼마나 되나? 이춘재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이춘재의 희생자도 억울하지만 이 두 난신역적의 손에 죽어간 이들은 일반인도 아닌, 우리나라의 동량지재들이었다. 단지 그들의 정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모함해서, 그것도 법이란 이름 하에서 교수형을 시킨 게다.

이춘재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인을 저질렀지만 이들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 누가 더 나쁜 놈인가? 물론 이춘재를 동정하거나 그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를 욕보이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다들 과는 무시하고 공만 칭송을 하고, 이 난신역적들이, 그들이 죽인 독립 유공자와 민주 투사들이 묻힐 자리에 아직까지도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음에도 아무도 화를 내거나 비난을 하지 않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100년 동안 왜곡 되어온 역사가 뒤를 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오래 전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고 민주를 달성할 수 있는 때는 바로 김재규 장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김재규, 이 인물을 위인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그가 결행했던 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면서 그가 복권된다면 김일성 신화를 능가하며 철옹성처럼 굳건하던 박정희의 가짜 신화가 무너지고 그것은 도미노처럼 이승만까지 물고 들어가니, 결국 나라의 역사가 바로 서고 우리가 제 정신을 차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인용하지만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짧은 단편이지만 만들어진 영웅의 이면에 얼마나 더럽고 추잡스러운 사실들이 존재하는 지를 우린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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