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죽고 싶은 자와 죽이고 싶은 자

운산티앤씨 2019. 10. 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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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잠 못잘 넘이 하나 있지? 두고 봐라.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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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연일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와중에 참한 여자 언예인 하나가 목숨을 끊었다. 전자의 경우, 사이코패스니 살인중독이니 적당한 수사를 붙이려 용을 쓰는데다, 아니나 다를까 역대 살인 기록을 주루룩. 레파토리나 좀 바꾸지. 후자의 경우, 우울증이 원인이니 악플이 원인이니 원님 행차 뒤에 나팔 분다고 또 난리다.

그러나 살인 충동과 자살 충동은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먼저 살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런 시리얼 킬러, 연쇄살인범이 과연 근대 산업화 이후에 등장했느냐. 그건 아니다. 문헌상 범죄자로 기록된 바는 없지만 우린 군주라는 자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권력 유지, 왕조 수호를 위한 정적의 제거라는 그럴듯한 명목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자행한 사형이나 극혐스러운 고문들을 보면 반드시 그외의 유희적 감정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억은 정확하진 않지만 야사엔 특정 연대, 시간대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의 기록들이 가득하다.

서양에선 죽여버리겠다는 실행 의지의 표현이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지만 우린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이 차이가 생명 중시와 경시의 차이 혹은 인종적 특질인지는 모르나 분노를 참기 어려울 때 나오는, 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일반적인 행동임을 볼 때 이춘재와 같이 살인을 연달아 실행한 이들에게서 원인을 찾자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갖고 있는 살인 본능, 그것이 경쟁자의 제거이든 분노의 표출이건 혹은 유아기의 기억이건 간에 말이다.

요는 방아쇠, 즉 트리거에서 찾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우린 교육을 통하여 그런 본능을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런 도덕적 교육과 법룔적 처벌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사기 한번 치기 시작한 놈은 계속 사기만 치고 도둑질도, 강도질도, 푹력도 마찬가지다. 즉 교육과 도덕으로 통제가 아니 되는 존재들이 있다면 그것을 지금과 같은 거사 후 평가가 아닌 사전적이고 선행적인 조치, 즉 방아쇠에 대한 연구가 좀더 활발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셈이다.

그 다음은 죽고 싶어하는 성향과 결행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이들이 자살을 결행하고 성공하고야 만다. 유달리 우린 참하고 이쁘고 전도 유망한, 특히 여성들의 자살엔 극렬하게 반응한다. 차별이라고 하기까진 그렇지만 내가 그 뒤에 숨은 수컷들의 음험한 욕망도 보았다면 너무 오버일까.

한편 아무리 잘나가도, 아무리 행복해도 우린 자살 충동을 느낀다. 이제 그만 죽고 싶다.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는 이가 있을까? 역시 관건은 방아쇠, 즉 트리거다. 누군가의 자살 이유를 반드시 우울증이란 관점은 지나치게 의학적인 면만 부각되는 느낌이다. 악플이 원인이다? 안보면 그만인데 왜 굳이 보고 충격받아 자살하는지 나 같은 위인들에겐 불가사의다. 난 잘은 모르지만 자살하는 이들 역시 공통의 트리거가 있다고 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 말고 인산 본성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문송하다는 말도 이젠 퇴조한 유행어가 되었다. 이 두가지 현상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프로 파일러나 의학적 접근만이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바로 인문학에 대한 홀대와 그로 인한 빈약한 교양적인 혹은 지식적인 토대가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우린 AI의 반격에 의한 인류의 종말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갖가지 묘수들이 속출하지만 AI 입장에선 우리 인류는 분명히 파괴적인 본성이 있다고 판단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광역대의 인공지능이 취할 방법은 인류의 말살 아니면 강력한 통제일 것이다.

난 이런 측면에서 인류가 생존하는 한 외계인과의 조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있는데, 또한 동시에 우리가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그것들이 따라올 수 없는 인문학적 소양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가올 미래에서 가장 유망한 항문은 철학, 문학, 예술 그리고 심리학이다. 전적으로 술 마시고 내지른 내 사견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