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길 위에서 묻다

만남과 이별이라니..

운산티앤씨 2019. 10. 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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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장수 집안이다 보메, 큰 장례식에 갈 일이 그동안 거의 없었고 백부나 고모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무덤덤했다. 워낙 왕래도 없는 탓도 있지만, 소싯적 추억을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얼마 전 모친께서 침대에서 낙상을 하시는 바람에 골반뼈가 깨졌고 결국 인공관절을 넣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놀란 가슴 진정시키며 달려가니 기력을 여전하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늦게 온 부친을 야단 치는데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더라고. 아부지가 연로하신 탓도 있지만 말씀만 꺼내면 젊은 시절 당신 애 먹이던 일들의 재탕이라 차마 반박은 못하시고 웃기만 하시는데 약이 바짝 오른 표정이 역력하다. 하여간 둘 다 어지간 하네 싶지만.

그에 그리도 세월이 흘렀나. 더벅머리에 반쯤 넋나간 표정으로 처음 보는 서울 풍광에 헤롱거리며 서울역을 헤메다 다시 을지로를 돌고 돌다 겨우 2호선에 올라 두리번거리던, 서율역 앞 그 더러운 국밥을 맛있다고 끝까지 다 드시던 아부지 모습에 창피해 하던 같잖은 기억. 훈련소를 나와 집에 도착하자 나를 보고 대성통곡하던 어무이. 그리도 긴 세월인데 추억으론 1분도 안걸린다.

어젠 모처럼 아들눔이 왔는데 키가 더 자란 것 같다. 이젠 올려다 봐야 하네. 하지만 우리랑 할 이야기가 있나. 오후 늦게 까진 퍼질러 자다 어미에게 밥 얻어 먹고선 그에 나가선 종내 무소식. 딴엔 아덜 왔다고 바리바리 음식 챙겨선 기다리는 눈치가 역력했는데 무쟈게 섭섭했나 보다. 이 바보 같은 여잔.. 나와 어무이를 보면서도 깨닫질 못하네.

결국 소주를 사오라고 하고선 갖은 패악질을 내게 퍼붓더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이 달은 그럭저럭 타작을 했건만 난데없이 돈타령으로시작하더니 20년 전 일부터. 으악!!!! 이미 저 난리가 나를 향한 것이 아님은 알지만, 이거야 말로 뭐대주고 싸대기 맞는 꼴이라 나도 부애가 치솟아 결국엔 소릴 질렀지. 다행히 개새끼 두마리만 있었는데 딴에 눈치를 얼마나 보든지 말이야.

섬망

전신마취 수술 후 찾아오는 정신착란 증세.

지난 번에도 그러시더만 이번엔 더욱 심해지니 우형의 명대로 온 가족이 시간대별로 면회하기로 하고. 오늘 나만 빠진 수하들이 방문했다가 영상통화로 엄니를 보여준다. 퉁퉁 부은 얼굴, 흐트러진 머리하며 영락없는 환자지만 계속 목욕하러 가아한다고. 달린 수액 주사기며 진통제며 다 떼버리고 답답하다 소리치는데 우째... 비러먹을 목구멍 포도청만 밉지. 게다가 요즘은 늦은 시간 방문도 금지라 갈 짬도 없는데 저러다 덜컥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다들 그러더라고. 가고 나면 후회와 죄스러움만 남기는 존재가 부모라고. 하지만 아무리 잘했던 자식들도 비스무리한 후회를 하더라고.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100세 시대라곤 하지만... 아마 남은 시간 속에 그들은 인형처럼 변해 버릴 거야. 내가 누군지,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 말이야. 그래서 더 슬플 것 같다. 교감이라도 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같이 할텐데,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같이 울며 또 다른 연을 기약할텐데. 그러나 그런 드라마틱한 장면은 연출될 것같지 않아.

애가 되어버린 엄니와 아부지를 보며 나만 눈물 철철 흘리겠지. 이미 그들의 기억 속엔 난 없을텐데.

이별도 연습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리고 인이 박혀야 충격이 덜할텐데 말이야. 난 너무 무방비야. 차라리 매일 저녁 소주 나발 불며 미리 울어볼까. 그럴 시간에 얼굴 한번이라도 보라고 이야기할테지만... 그 많은, 새털같은 시간들 속에 이 냥반들에게 나눠줄 시간이 그렇게나 없더라고.

아참, 아까 마누라가 술 한잔 하자고 하는데 매몰차게 거절했어. 난 당신 술꼬장 받아줄 마음 없다고. 흠... 잔소리가 듣기 싫은게 아냐. 그냥 딴엔 매시간 최선을 다하고 지나간 보상 해주는 동력 떨어질까봐 그런 거지.

핑계도 참 많아. 그러고 보면 잘한 것보단 핑계와 변명이 반인 내 삶이라 디게 쪽팔린다고,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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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DmfoT9Rr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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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악에 조회가 깊은 줄 아는데... 아냐. 그냥 내가 듣고 싶은 것민 들을 뿐이야. 난 전공이 다르잖아? 그 분야에 전문가들 많은데 굳이 내가 굳이 뭐하러 끼어들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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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요즘 시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거든. 왜냐면 그 안에서 무슨 답을 얻을까 하는 거제. 욲낀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