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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기억 속엔 우린 평화를 사랑하고 예의범절과 효 정신이 뼛속까지 박힌 착한 민족이며, 그래서 늘 흰옷을 즐겨 입지만 한편으론 풍류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배웠는데 요즘도 그렇게 배우고 계시나?
그런데 고대사부터 훑어봐도 우리가 과연 그런 평화스러운 품성의 핏줄인지 의문시럽고, 그 이후 역사를 봐도 태평성대라고 할 기간은 새발의 피 정도였으며 허구헌날 서로 간의 칼질이 끊이지 않았더라고. 게다가 태평성대란 것도 알고 보면 신라 이후 중국에 빌붙어, 그 땅을 지배하던 왕조가 강성할 때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을 때만이었지.
통일신라 이전까진 같은 민족끼리 (솔직히 같은 민족인지는, 지금은 더욱 의심이 가지만) 피 튀기고 살점 뜯겨 나갈 정도로 치열하게 전쟁을 치렀고 통일 후 여태까지 외세 침범만 몇 회라고 했나? 하여간 수백 회를 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땅에서 살아온 우리일진대 도대체 저따위 병신 같은 자화자찬은 어디서 기어 나왔나 모르겠다.
얄팍한 역사 지식에 역시 얄팍한 연륜을 더해 해석을 좀 해 보자면, 고구려는 북방민족의 혈이 많이 흘러들었을 터이고 백제는 거기에서 갈라진 동혈이다. 예로부터 북쪽 사람들은 남쪽에 비해 거칠고 성격에 장대한 체구를 갖고 있다 했지만 실제 많이 접해 본 바 없어 장담하긴 거시기하다만, 동북 삼성에 흩어진 조선족 중 북방 출신들을 보면 그 말이 과히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서울에서 보아 우측인데 부산에서 보면 좌측이라, 아주 웃기는데. 남도 지역 이들 중엔 기골이 장대하고 호전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대략 어찌 생겼냐 하면 전설적인 프로복서 박종팔을 연상하시면 되는데, 이 양반 역시 불과 초등의 나이에 쟁기를 끌고 밭을 갈았다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나 역시 우측 출신이지만, 오래전부터 들어온 개소리가 있다 보니 이유 없는 적의를 갖고 그들을 대했다가 서울로 오면서 많이 바뀌었고 이젠 내 곁에 남아 있는 지기라곤 그 동네 출신들 밖에 없다. 죽이 맞아 그런가?
여하튼 이 친구들도 보면 그 면상이 여즉없는 박종팔상인데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 뼛속에 근육이 들었는지 몰라도 힘도 세고 담대하기 짝이 없다. 난 이 때문에 이들이 고구려의 후예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선 세계를 휩쓸고 다녔던 칭기즈칸의 후예들과 나눈 피가 아직도 남아 있다 본다.
그리고 동해를 면해 포항을 거쳐 남도와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사는 이들은 호리호리하고 얼굴조차 갸름한 것이 분명히 피가 좀 달라 보인다. 특히 중국 신장에 가면 이 지역인들과 닮은 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이들 역시 그닥 만만찮은 이들이라는 반증일게다. 내 짜드라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특정 지역에 잘 보이고 지역 분열 초래할 발언할까.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서두에도 밝혔지만 그렇게 호전적인 혈을 지녔고 호전적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왜 서두의 말 같잖은 미사여구를 입혀 양으로 만들었냐 이거지. 그리고 감히 단언컨대 내가 역사를 배울 때 부각을 시킨 건 우리의 숨어 있는, 혹은 의도적으로 감춘 정복사나 전쟁사는 거의 없었고 고작 외세에 맞서 수성하고 그 안에서 복닥거리며 사색당파 질알하며 허송세월 보낸 무기력한 양반 이야기와 천하에 쓸모없는 이가 넘들 왕 노릇이 전부였다는 게다.
게다가 지금은 좀 덜하지만, 사극이라고 나오는 건 하나같이 장녹수니 김자겸이니 하는 희대의 요녀와 간신들 틈바구니에서 놀아나는 궁정사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이합집산하는 붕당정치놀음만 주구장창 틀어댔다는 게다. 물론 대조영이니 뭐니 기획작으로 내놓긴 했지만 워낙 빈약한 사료와 형편없는 연출이라 보는 둥 마는 둥.
기마민족들은 구전으로 그들 조상의 용맹함을 칭송하고 왜놈은 왜놈대로 사무라이 정신을 강조하고 뙈넘은 지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어거지 부리며 중화사상으로 자국민의 자존심을 공갈포로 나마 세워주는데 왜 병신 같은 백의민족 타령을 여즉지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풍류를 즐겨서, 술에 취해 에미 애비도 몰라보는 개가 되어도 관대한지 모르겠다만.
인도에서 온 어떤 미친 영감탱이는 동방의 조용한 머라고 개나발을 처 불었다고 한동안 자랑질을 해대더니, 그 영감 가는 곳마다 비스무리한 헛소리를 지껄여 댔다고 하는데 내 손하고 발이 왜 그리 오그라드냐? 아직도 그 되먹잖은 문구가 초딩들이나 중딩들 역사 교과서에 나오고 사지선다형으로 문제로 출제되는지.
이 역시 거대한 프레임의 한 축이겠거니. 하지만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을 집단 최면하여 지들 마음대로 끌고 갈 만큼 힘 있는 세력들은 어디에서 암약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프레임 설정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 판 벌이자면 돈도 만만찮을 텐데.
하기사 늑대나 호랑이에게 쟁기질 시키긴 어려울 테고 고기로 먹자면 너무 질기니 그렇게 오래 세월 두고 천천히 가축화를 해왔을 터. 하지만 언제까지 통할 것이며 그런 시스템이 버틸까.
요즘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난데 없이 깨어난 우리들의 야성 탓인지, 아니면 새로운 프레임으로 가고자 하는 거대한 세력의 또 다른 시도인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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