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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불능의 병에 걸린 환자에 대해서 최근 법적으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오로지 온전한 정신을 가진 본인만이 할 수 있거나, 전문가적 소견이 첨부된 그리고 법적인 각족의 동의 하에서만 가능하도록 함은 행여 부정한 의도가 개입될 수 있음을 상정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동안, 유별나게 효 문화가 강조되어 온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반감과 격론을 초래하였습니다. 글쎄, 나 역시, 처음엔 반대 의견에 어느 정도 동조를 했었지만, 나 스스로 차차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그리고 나보다 먼저 늙어가며 조우하고 싶지 않은 날을 세는 이들을 보며 확연하게 찬성의 입장으로 돌아 섰습니다.
난 이제 그러한 반대의 의견에 대해서는 단호히, 실제 동일한 혹은 유사한 고통을 겪여 보지 못한 무경험자의 막연한 시스템적 반발 (이에 대하여, 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나 일어나지도 않을 희박한 확률만 갖고 나에게 피해가 올지도 모른다는 망상 수준의 집단적인 반발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며, 그런 포지션을 취하는 이들도 그런 상황에 처해 심적, 육체적, 경제적인 고통을 겪을 땐 어쩔 수 없이 나처럼 동조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주제와는 조금 동 떨어진 내용의 전개입니다.
난 경영학을 배우면서 기업은 영생불사가 가능한, 그러나 살아 숨쉬는 유기체라 배웠으나 영생불사란 가정은 실로 공허하고 이룰 수 없는 진사황의 염원이나 진배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 가정은 새롭게 투입되는 자원, 그중 인적 자원이 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통하여 일신우일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건데, 가뜩이나 불합리하고 경쟁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진 지금의 대기업들, 정경유착없인 언제라도 공중분해되어 흩어질 허망한 조직엔 투영되어선 안될, 말도 안되는 가정이라는 겁니다.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혹은 우리보다 장수하리라 믿었던 기업들은 고대의 인류 평균수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사멸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난 이 사멸의 법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 보고 있습니다.
아마 에이 라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들 기업보다 더 항구적일 것이라 믿었던 역사 속 국가들의 몰락을 보시면 과연 여전히 에이 라고 하실 수 있을지요.
하여 난 기업에도 존엄사법이, 당연히 묵시적인 사회적 합의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땅에서 벌어진 터무니 없는 기업의 연명치료 계산법을 간단하게 언급해 볼까요? 예를 들어 직원 3만명인 대기업이 도산의 위기에 처했다고 하죠.
3만명 x 4인 가족 = 120,000 명
전후방으로 연관된 하청업체, 협력업체를 3천개 정도 된다고 보고 개별 기업의 종업원 수를 평균 100명만 잡아도
3,000개 기업 x 100명 x 4인 가족 = 1,200,000 명
여기에 주변 상권을 또 산입합니다. 슈퍼, 식당, 임대업자 있는대로 다 집어 넣어 1천개 정도라 하죠. 그리고 종사원은 3명 정도만 잡을까요?
1,000 개 자영업자 x 3명 x 4인 가족 = 12,000명
다 합하면 1,332,000 명이 거리로 나앉게 되니 어지간한 대도시 하나가 거지로 전락한답니다. 그리하여 나온 논리가 뭐냐하면 귀족노조 비난입니다. 계산도 참... 최초 대기업 평균 연봉 x 사람 수 / 12개월 식으로 계산하면 귀족 노조 연봉을 얼추 7천만 원으로 때려 잡고 계산하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70,000,000원 x 30,000명 = 2,100,000,000,000원/12개월 = 175,000,000,000원이 매월 인건비다 식의 주입을 이 사회에 합니다. 그러니까 일개 기업이 월 치르는 인건비가 1,750억원인데 월 매출이 얼마다. 그러니 노조가 얼마나 지들 이익만 챙겼냐, 이젠 지들도 살고 기업도 살고 우리 사회 전체가 살아야 하니 반에 반으로 깍아라. 저 주제에 무슨 정년이냐, 퇴직금은 또 뭐고? 이게 우리 기업을 다 죽이고 나라를 망하게 하니 노동 유연제를 시급히 도입하자, 이들을 몰아내야 청년들이 산다 였습니다. 물론 나 역시 숫자 공갈포를 좀 넣었습니다만.
그리고 나오는 레파토리는 이 많은 식구들을 책임진 경영진에 대한 초법적인 사면입니다. 얼마 전 풀려난 기업 총수를 모신 임원은 인터뷰에서 그 분이 계시지 않으니 앞날이 암담하고. ㅎㅎㅎ
사실 그 양반은 마이더스가 아닌 마이너스의 손으로 악명 높았고 그 양반 없는 동안 기업 실적과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말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 가서.
과연 저런 공갈포가 실현된 적이 있나요? 우리 재벌사를 보시면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과 재벌들이 하루 아침에 날라갔지만 저 정도로 큰 여파가 일어나진 않았으며 그 빈자리는 10년도 되지 않아 다른 신생기업들이 메꾸었습니다. 저 논리대로라면 우린 지금 어떻게 되야 할까요? 소말리아 수준? 하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가고 있으며 어찌되었건 생활 여건도 점점 나아지고 일자리도 새로 찾아 안착했습니다. (얼마 전 날라간 한진을 생각해 보세요. 국가 기반이 흔들리고 어쩌고 했지만 금방 그만한 기업이 태어나 자리를 잡았더군요. 과연 거기 근무하던 이들 중 몇명이 아직도 실직 상태로 있을까요?)
이런 게 바로 가짜 뉴스고 여론 조작인 것입니다.
지금 빈사 상태에 빠진 기업들에게 세금이라도 퍼서 살려야 한다고 난리들입니다만 또 역사상 그런 식으로 수혈받은 기업이 리바이벌한 경우는 단언컨대 하나도 없습니다. 왜 존엄사부터 떠들고, 중간에 기업도 영생불사할 수 없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실지.
이미 빈사 상태에 빠져 죽음을 기다리는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온몸 구석구석 암세포가 번져 있는 환자나, 생존 불가한 사양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이나 혹은 재생 불능할 정도로 재무적 데미지를 입은 기업이나 매 한가지. 아무리 수혈을 하며 산소호흡기를 달아줘 봐야 개피 보는 건 그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이고 그 기업과 상관 없는 이들의 고통이란 점입니다.
당신에게 사과 한 상자가 배달되었습니다. 포장을 풀어 보니 다 괜찮은데 하나가 썩었습니다. 너무 썩어 꺼내 먹기도 그렇네요. 그냥 둡니까? 과감하게 들어내서 남은 사과라도 보전해야 이성적인 행동일 겁니다.
사회든 국가든 우주처럼 무한대의 공간을 갖고 있지도 않으니 무한대 팽창도 불가능합니다. 난 차라리 그렇게 퍼 줄 돈이 있다면 지금 취업이 되질 않아 힘든 애들에게, 결혼해서 양육에 힘겨워 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조건 없이 1억씩 주라고 하겠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무보증, 무이자로 빌려 주던가요.
아마 그게 남는 장사일 겁니다. 그래서 기업에도 존엄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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