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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게 공유 공간을 점유하다 패대기 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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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기기 위탁 판매 의뢰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전혀 새롭지 않은, 내가 오디오 시작할 때부터 보던 현상입니다. 말씀인즉 기기때문에 집안이 시끄럽다, 너무 많아졌다, 이젠 지겨워서 그만하련다 등등 이지만 주원인은 가족들과의 불화때문임을 난 알고 있지롱. ㅋ
시계를 획 뒤로 돌려 2009년 이맘 때로 가보죠. 당시 난 중학교 시절, 부친께서 거금 들여 장만했던 인켈의 SAE 세트를 잔뜩 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신주단지 모시듯 이사할 때마다 챙기시니 말을 꺼낼 수가 있어야지. 그러던 어느 날, 난 그 전축이 형에게 물려졌다는 걸 알았지요. 어쩌겠습니까? 워낙 주식으로 말아먹은 돈이 한두푼이 아니다 보니. 그리고 1년 쯤 지났나? 우연히 형네 들렀다가 그게 고물상으로 넘어간 걸 알게 되었지요.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이는데, 세상에 그게 고작해야 20-30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더라고. 그 길로 빠져든게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1세트로 시작하더니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기 시작하더군요. 까짓 술 한잔 먹지 않으면 살 수 있으니까. 결국 24평 아파트 마루를, 사방 끄트머리로 겨우 한 사람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기고 오디오로 꽉 채웠습니다. 물론 그전부터 집사람 표정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긴 했지만.
일이 터진 건,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애들이 오디오에 부딪혀서 다치면서 입니다. 시상에나... 난 우리 마누라가 그리 사나운 줄은 처음 알았네. 아주 이를 바득 바득 갈면서 오늘 끝장을 보자, 니가 나갈래 아니면 오디오가 나갈래? 저게 돈이 얼만 줄 알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내일까지 없애지 않으면 고물상 불러 전부 버리겠다.
ㅋ... 결국 다음 날 무쏘에 실고 3주에 걸쳐 공장 기숙사로 대피했습니다. 이후 일은 길어지니 생략하고. 여하튼 회사를 그만두게 된 원인 중 하나도 오디오였습니다. 저잣거리에 도는 말이 내가 부업으로 오디오 장사를 한다나. 그러나 그건 사실입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문 남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나를 후회하느냐? 전혀 아니올씨다. 어차피 내가 회사를 그만 두게 된 원인은, 지금 생각해 보니 딱히 오디오가 아니더라도, 수십 가지는 더 되니까. 난 내가 겪었던 일이 극히 일부부분에 해당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만나는 이들마다 유사한 고민을 갖고 있었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는 더 심하다는 걸 알았지요. 어떤 미국인이 5억원에 일괄 판매한다는 오디오 사진을 보셨을 겁니다. 200평도 넘어 보이는 지하에 사람 키보다 큰 앵글 수백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칸마다 가득 채워진 오디오들.
누군 이를 두고 물건에 집착하는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하는데.. 그런 질병과는 차원이 다르죠. 여하튼. 그런 이야기를 듣고선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그러니까 가게 근처 50평 정도되는 콘센트형 창고를 빌려 위기에 처한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숨통이 트일 공간을 마련해 주자. 그리고 앵글과 전원을 확보해서 필요한 이들에 빌려주자. 그리하여 많은 이들의 기기가 확보되면 전시 판매 공간으로, 그리고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기기 교환도 가능하게, 대신 점유한 공간만큼 임대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난 관리와 위탁 판매를 병행해서 커미션을 받자. 커피도 팔까? ㅎㅎㅎ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자금 사정상 당장은 어렵고. 괜찮죠? 하지만 느닷없이 뛰어든다고 되겠습니까? 믿고 물건을 맡길 고객이 먼저 있어야 겠지요.
오디오 하시는 분들이 가장 크게 오류를 범하는 부분이 가족이니 이해해 주겠지 입니다. 그러나... 이해 안합니다. ㅋ 아이들이야 애비가 하는 짓이니 지들만 피해 입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는다는 주의지만 그래도 걸리적 거리고 불편하게 만들거나 소리로 귀를 괴롭게 하면 짜증냅니다. 마누라는... ㅎ
말을 살짝 돌려, 왜 여자들이 시댁 식구들이 들락거리는 걸 싫어하는 줄 아십니까? 언론에서 떠들기론 시댁 식구와의 갈등, 여자에게 요구되는 오래된 관습등이 문제라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표면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영역 수호 본능입니다. 동물의 왕국을 보시면, 특히 사자의 경우, 갈기 세운 수컷이 도맡아 외세에 대항하지만 대부분 떠돌아 다니는 다른 수컷에 한해서 입니다. 하이에나나 기타 경쟁자의 퇴치는? 암사자들의 몫입니다.
여자들이 결혼을 하는 이유도 결국엔 자신을 보호하고 자식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공간과 먹이의 확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난 이런 본능적인 욕구가 여자들 유전자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의 눈엔 영역을 침범하거나 방문한 이들의, 상대가 누구건, 조언이나 고언, 충고따위는 평온했던 일상을 깨고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적들의 발칙한 행위이고, 요즘 말론 심각한 내정간섭으로 받아 들이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자연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추론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대상이 무생물이라면? 오디오 말고도 많습니다. 수석은 어떨까요? 난초는? 비디오만 수집하는 이들도 있고 책을 수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만화책이나 무협지만 전문적으로 모으는 친구들도 보았습니다. 골동품은? 이런 수집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차지하는 공간이 우표나 동전과 같은 것에 비해 터무니 없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오디오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여자들은 줄어드는 공유 공간, 나의 공간, 가족들의 터전이 좁아지는 걸 참을 수가 없게 됩니다. 더하여 귀가하자 말자 거지 발싸개같은 (?) 오디오에 붙어 쪼물딱거리며 밥이야 식든지 말든지 질왈하는 남편을 보면 슬슬 끓어 오르기 시작하죠. 처음엔 용돈으로 시작하나 싶었는데 어느 새 요상한 카드 명세서가 날아오질 않나, 몇푼 안줬다는게 알고 보니 기십, 기백이라. 다음 달 공과금에, 식비에, 애들 학비까지 돈 나갈 일이 지천인데 이 인간이 미쳤나? 흠... 뚜껑 열리기 일보직전입니다.
게다가 이들 눈엔 앰프 하나에 스피커 하나면 충분한데도 계속 사들이고 한번 듣고 전시만 해두는 행태도 용납이 되질 않습니다. 결국 몇번에 걸친 무언의 경고가 먹혀 들어가지 않으면 실력 행사에 들어가죠. 아... 이게 바로 대가리 뚜껑이 확 열리는 순간인데 당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공포이고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서운 미져리였음을... ㅋㅋㅋ 나도 그날 진짜 놀랐다니까요. 이게 미쳤나가 아니라, 진짜 무서버서 혼났쪄. ㅜㅜ
그리고 말이죠, 가끔 가다가... 침실에 1 세트, 거실에 1 세트, 서재에 1 세트, 애들 방에 1 세트 식으로 늘려가시는 분도 뵙는데 감히 말하건대 제발로 지옥으로 가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돈에 관한한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능력이 있는 분이라면 여잔 참습니다. 하지만 쵸큼 빡빡한 생활이라든지, 아니면 늘 부족하다. 곧바로 터질 활화산을 끼고 산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여보, 저게 전부 얼만 줄 알어?'
'몰라.'
'좀 알아라. 앵글 칸마다 앰프 몇대로 잡고 요즘 시세로 따지면 4칸에 앵글이 20개니 어쩌고 저쩌고..'
'시끄럽고 본론만 말해.'
'내 말은 내가 혹시 없어져도 저게 재산이다 이거지.'
'웃기고 있네. 내가 저게 어느 게 얼마인 줄 알고? 난 못 파니까 죽기 전에 다 팔고 가라잉?'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연세 지긋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가게로 쑥 들어오시더군요.
'오디오 사요?'
'그..글쎄요?'
'아니 우리 영감이 작년에 죽었는데 그 인간 평소에 끼고 살던 오디오를 내가 죽기 전에 처분해야할 것 같아서요.'
'아니 글케 아끼시던 물건이면 간직하시든지 애들에게..'
'아휴, 나도 진저리가 나지만 애들은 이를 간다우. 벌써 갖고 가라고 했지. 근데 재활용할 때 내놓으라더만.'
하여 싹 수거해서 몇달 재미는 좀 봤습니다만, 출처를 묻는 손들에게 딱히 답할 말이 ㅎㅎㅎ 죽은 사람이 쓰던 거라고 하면 기분 좋을 리가 있습니까? 나야 이런 경험이 한번이지만 고인 유품 정리도 하나의 사업으로 등장한 마당이니 장터 도는 물건 중 일부는 그러하리라 추측은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린 갈 땐 동전 한푼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태어날 땐 꽉 쥐고 있던 두손이 죽으면 다 펴진다는비유도 있겠습니까? 공수래 공수거입니다. 누군 공수레라고 하더만요. 뭐.. 틀린 말은 아입니다. 빈 수레로 왔다가 빈 자전거로 가는 건 매 한가지니까. ㅎㅎㅎ
오디오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고 또 들인 돈만큼 아까운 줄도 압니다. 하지만 뭐든 정도가 있는 법, 가족이 중요합니까, 오디오가 중요합니까. 다른 돈은 펑펑 쓰고 물건 마구 갖다 버리면서 10만 원도 안되는 오디오 사시겠다고 왕복 50킬로를 오밤중에 달려와선 기름 값 만원 빼달라, 안된다 하면 삐지고. ㅋ
정말 왜들 그러셔요?
장사하는 입장에선 해선 안될 말이지만... 뭣이 중요헌디? 이거이 정말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시방 내 인생에서 뭣이 중요헌디? 오디오는 리얼돌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것때문에 가정의 화목을 해치고 부부 사이 나빠지고 대인관계까지 피폐해진다면 담배보다 이로울 리가 없죠.
그래도 꼭 해야겠다면?
1. 공유 공간을 침범하지 마세요. 나만의 공간이 없다면 점유 면적을 최소화하세요.
2. 어차피 앰프 1, 스피커 1, 턴테이블 1 혹은 시디피 1이면 소리 듣는데 문제 없고 그 이상은 전부 무용지물들입니다. 바꿔가며 듣는다? 여건이 허락하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참으세요.
3. 스피커 팔고 새로 들이고, 앰프 팔고 새로 들이고 식으로 운용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늘지 않습니다.
4. 정히 위의 조언대로 못하겠다면 반드시 판매 후 수익을 집사람과 나누십시오. 그래야 입을 닫습니다. 이거 팔아 남긴 돈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돈 더달라? 싸다구 맞습니다.
5. 도저히 이마져도 따를 수 없고 집안엔 공간도 없다. 오디오 몇 대 팔아 보증금 마련해선 거주지 외각의 저렴하거나 낡은 공간에 전세나 월세를 얻어 독립하세요. 경험상 이 방법은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마누라가 참았거든요. 하지만 항구적이진 않으니 참고하세요.
길게도 썼지만.. 어차피 내 말은 듣지 않으실 겁니다. 마누라 말도 콧등으로 듣는데 뭘... 아마 타이탄의 분노를 능가하는 마누라의 광기를 목도하셔야 그만 두실 겁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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