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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리스팅하는 해외 물품들 중 상당수가 하드웨어라고 보기엔 조금 미약한, 소프트웨어적인 물품들을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난감한 건 케이블과 선재들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최초의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즉 절대적일 수 없다. 그리고 느끼기엔 그 차이는 너무도 미약하다.
하지만 가게로 오셔서 직접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이런 말도 했을 겁니다.
'만약 귀하께서 아주 훌륭한 청음 시설을 갖고 있다든지, 또는 지금의 환경을 넘어설 만큼의 명기를 가지고 있다면 고급 선재와 케이블을 적용함으로써 어떤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스튜디오 수준의 청음 환경에선, 평상시 듣지 못하던 화이트 노이즈나 약한 험, 또는 기기 잡음들이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자재들을 사용함으로써 그것들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즐겨 듣던 음악의 사운드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뭐나 된다고 저런 만년체로 나불댔겠습니까만은 요지는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말씀도 드렸습니다.
'앞서 말한 걸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만약 귀하께서 10억 가까이 하는 마이바흐를 샀다고 합시다.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필요 없다고 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정품이나 고가품을 두고 싸구려를 사서 장착하시겠습니까?'
혹은
'돈을 넣는다는 용도의 측면에서 남대문표 지갑이나 몇백 만원 하는 에르메스 지갑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급 술집에서 게산을 할 때, 남대문표 지갑에서 라이언이 그려진 카카오 카드를 꺼내기 보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레티넘 카드를 꺼낸다면 대접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한편 오디오는 진정한 진상 하드웨어입니다. 유지와 보수에 많은 시간과 품이 드는데다 워낙 민감해서 갖가지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소프트웨어적인, 즉 엘피를 비롯한 각종 음원들과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대한 지식까지 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용되는 용어들도 전문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서 소비 영역임에도, 상당히 난해합니다. 그리고 이런 난해함은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장벽이 되었으며, 소수 전문가연하는 이들에 의해 더더욱,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 혹은 신비의 세계처럼 포장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날이 갈수록 시장은 위축되었지만, 이미 깊고 넓게 퍼진 물욕은 치유할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하여 결국 온 집구석을 오디오판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아, 끊이지 않는 가족간 분쟁과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자처럼 취급받는 황혼의 고독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상상보다 너무나 협소한 시장,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기기들은 (사실 많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기기의 가격 인하를 가져옴과 동시에 기기의 가속 열화를 재촉하게 되어 시장의 불신을 팽창시키고 있습니다. 뭔 소리냐.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여기 저기 돌리다 보니 결국 걸레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ㅋ
또한 몇년 전에 있었던, 해외 시장에서 일부 기기를 헐값에 줏어 오다시피 하니,
당시 신규 구매자들의 진입으로 인한 수요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앙등도,
배송비조차 고려하지 않는 무작배기 해외 가격 후려치기와
우리가 남이가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동호회 정신의 강변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이젠 개도국 국민들의 생활 향상으로 인한 수요의 증가에 비해 턱없이 모자른 공급때문에 앙등한 가격은 내 몰라라 도외시하며,
전자 쓰레기니 기억조차 가물거릴 고리짝 가격을 뒤져 찾아내선 그게 시세라고 박박 우겨대니,
업자 입장에선 없던 부레가 다 부풀어 오르고 아가미가 터질 지경입니다.
게다가 어지간하면 그러려니 할만한 증상도 무조건 고장이라고 우겨대며 바꿔달라, 고쳐달라, 아주 진저리가 쳐집니다.
오래 전 모셨던 상사께서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올랐지요. 사업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하는거야. 하드웨어? 그거 골치 아파. 자금 회전율도 떨어지고 사후 서비스니 뭐니.
이해가 조금 더 되십니까?
마지막으로 어차피 오디오는 과거든 현재든, 심지어 미래에서 조차 돈 없으면 할 수 없는 사치스러운 취미입니다. 먼 소리냐고? 기기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돈 걱정 없이, 시간이 넉넉해야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거죠.
그리 아시고.. 필요하시면 문자 주세요. 오늘 자 업무 일지로 갈음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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