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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처음이라. 시간 배열이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어지러울 겁니다. 왜냐? 당일 생각나는 대로 쓸 예정이거든요. 그리고 현재 행동의 정당성은 과거의 행적에서 찾아야 하는 법. 너무 비난 마시고, 또 글쓴이와의 동질성을 찾지 마시고. 누구나 악당되는 꿈은 꾸지 않나요?
난 악당이 승리하는 소설을 좀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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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승리
쾅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나와. 이 씹새끼.'
다찌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리 불렀다.). 교내 폭력 서클의 대장이자 동급생들에겐 공포스러운 최상위 포식자였다. 어릴 적부터 운동으로 단련된 다부진 몸에 또래보단 머리 하나는 더 튀어나온 덩치, 포악한 성격까지 갖춘 터라 부모건 학교 선생이든 다룰 수가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일설엔 이미 조직폭력단에 가입했다나?
나? 그에 비하면 실로 조족지혈 정도. 고작해야 국민학교 때 배운 태권도 빨간띠가 전부였으니까. 게다가 제대로 싸운 적도 없었다. 그러나 날 아는 사람들도 나에 관해선 아는 바가 없었다. 나 역시 다찌 못지 않은 잔인함이 탑재하고 있음을.
스스로 생각해도 참 이상한 성격이었고, 이고 일 것이다.
12살 때였다. 하교하던 중에 갑자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고 고개를 돌리니 승용차 한대가 거대한 트럭 밑에 쑤셔박혀 있었다. 아마 운전자가 한눈을 팔았거나 졸았거나, 급정거한 트럭를 보지 못하고 처박았고 그만 트럭 밑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난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부모님 또래 남녀의 목이 떨어져 나와 바닥에 뒹구는 걸 보았다. 어른들은 그 참혹한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며 웃도리를 벗어 덮었고 여자들 중에선 기절하거나 울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그 광경이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히려 잘려진 목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검붉은 피를 보고선 흥분하기 시작했다. 침을 꿀꺽 삼키며 그 광경을 끝까지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후 난 로드 킬 당한 개나 고양이의 사체를 보면 작대기로 집어 굳이 그걸 뒤집어 보곤했는데 어디서 샜는지 몰라도, 결국엔 아버지에게 잡혀 개작살이 났다.
이후 고학년으로 올라가선, 개구리나 쥐의 해부 실습이 있을 땐 다들 기겁하는 배 갈라는 일을 도맡아 했고 그럴 때마다 난 묘한 희열같은 걸 느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선생님께선 결국 부모님을 호출하였고 난 정신과에서 상담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에 무슨 사이코 패스 같은 단어가 있었나. 난 호기심이란 말만 되풀이했고 의사는 오히려 용감하다며 나중에 꼭 의사가 되어보란 충고까지 해주더라고.
나이가 들어 명확해진 사실이지만, 나에겐 설명하기 곤란한 잔인성과 흉폭함이 핏속 깊숙이 감춰져 있었고, 발산되어선 안되는 그 욕구는 잔혹한 장면의 여과없는 목격으로 해소되었던 것이다.
다찌가 저리 날뛰는 건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난 그를 따라 다니던 가방 모찌 한 놈을 잡아 죽도록 패주었다. 그날 따라 속이 좋지 않던 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있었는데 녀석이 장난이랍시고 위에서 내려다 보며 겔겔 거린 게다. 그리고 애들에게 어쩌니 저쩌니 목격담을 늘어놓았는데 그게 왜 그리 싫고 짜증이 났는지.
느닷없는 내 발길질에 놈은 주먹부터 휘둘렀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그 주먹질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내 눈에 다 보였으며 몇번의 헛주먹질에 헥헥거리는 놈의 급소만 골라 갈기니, 결국 코와 입으로 피를 분수처럼 뿜고 뻗었던 게다.
'죽여줄까? 맞아보니 어때? 남들 때리기만 하다 말이지.'
악마처럼 이죽거리는 내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던 놈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곤 난 자리를 피했다. 다음 날 녀석은 학교에 나오지 못했지만 놈은 이 사실을 집이든 학교에서건 떠들 입장은 아니었다. 본인도 그리 해왔는데 입에 열개라도 할 말이 있겠는가?
분을 참지 못한 놈은 결국 대장에게 알렸고 오늘 사달이 난 게다.
교실에 들어선 놈은 책상 하나를 엎고 의자를 집어던지더니 난데 없이 빗자루를 드는 게 아닌가. 그리고선 옆에서 구경하던 애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렇지, 먼저 기선을 제압하겠다 이거지. 사실 다찌의 그런 포악함때문에 싸움 좀 하는 친구들도 겁을 집어 먹었고 놈은 전교를 무혈평정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날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사실 힘으론 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 더하여 저토록 거칠게 나온다면 나 같은 중짜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난 팔꿈치로 유리창 하나를 박살낸 뒤 날카롭게 삐져나온 유리 조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선 농구할 때 흐르는 땀을 닦으려고 가져온 타월로 손을 감은 다음, 가장 날카로운 유리를 집어 들고선 일직선으로 튀어 나갔다.
어어 하며 놈은 놀랐고 뒷걸음치다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점프하며 넘어진 놈의 머리를 무릎으로 가격했고 제대로 충격 받은 놈은 머리가 휙 돌아가며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2차 충격, 그야말로 비몽사몽 상태였다.
그 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들 몇이 와서 내 사지를 붙잡고 늘어졌고 내 손과 얼굴, 그리고 옷에 놈의 피가 잔뜩 묻은 걸 본 장면외엔.
결과는 실로 참담했다. 놈의 대문니가 다 나갔고 치료비만 몇백이 나왔다. 지금 같으면 곧바로 교도소행이겠지만 당시엔 아이들 싸움엔 경찰들이 부모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주선할 정도였다. 게다가 그 녀석 부모도 아들이 다친 건 둘째치고 이젠 좀 세상 겁 좀 내겠구나 안도했다나?
결국 난 한달 간 정학 처분을 받고 학기 말까지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야 했다.
그러나 한 번 피맛을 본 난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갔다. 학교에선 조용히 지냈지만 하교만 하면 다들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갈 땐 항상 국수 말때 쓰는 뭉둥이를 품고 있었다.
그 나이면 한참 피가 활활 타고 있을 때인데다, 난 키에 비해 놀라울 정도의 점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덕에 농구장에선 훨훨 날아 다녔고 언제나 나와 편을 하려는 애들때문에 난리였다. 하지만 전부 돈이다. 내기 게임이니 그 지랄들 아니겠나? 이즈음 난 자본주의의 맛도 보기 시작한듯 하다.
가는 곳은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할 구석진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엔 날 언제나 즐겁게 해주는 게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뻐꿈 담배를 겨우 배워 이제 막 양아치 초입에 든, 덜 떨어진 타 학교 애들이었다.
난 부러 그곳을 지나며 욕을 하거나 담배 달라는 식으로 시비를 붙였고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천부적인 점프력과 이미 야간에 익숙해진 빠른 눈을 이용해서 애들을 두들겨 팼고 불리하다 싶으면 사정없이 국수 방망이를 휘둘렀다.
난 그 놈들을 팰 때마다 알수 없는 쾌감과 정의감을 느꼈고, 또한 흘러 내리는 피를 보면 마치 자위라도 한 양 온 몸을 떨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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