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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잘 보존된 골동품의 가격은 항상 기대치 이상이다. 그보단 적당한 허름한 걸 사서 닦고 광내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이전은 급하고 비는 오고. 참 드럽게 꼬이네.
어제 아들과 오랜 만에 같이 차를 타고 왔다. 헌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스마트폰도 보질 않네?
'뭐여? 인마.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이바구해봐.'
사실 며칠 전 어메를 통해 형이 메세지를 전달해왔는데 내용인즉, 자신이 애를 키워 보니 군대는 빨리 갈수록 좋더라. 하여 니 아들도 1학년 마치고 가면 어떻겠느냐. 하지만 이미 공언했다시피 대학까지 간 넘에게 사사건건 이래라 저래라 하기 싫었고 녀석에게 직접 어른들께 의사를 발켜라. 구시렁대길래 한마디 쏴붙였지.
'인마, 니 입에서 군소리 듣자고 전달해줬냐? 내가 전해 주는 이유는 니 선에서 잘 해결하란 뜻이야.'
오래 전부터 느낀 건데 나에게 친척 중 누군가 맗하길 내가 어떻다더라고 부모님들이 전해주는 때가 있었어, 하여 내가 그럼 직접 말하겠다 하면 두분 다 말리곤 했지, 그리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겠다. 알아서 하시긴 뭘 알아서 해. 핑퐁 게임하는 양, 니 생각이 이렇다 하니 이래 말하데? 우째 전해주꼬? 아놔, 화딱지가 부글부글거리더만. 왜 내가 말하면 안되는데?
하여 신혼 초엔 마누라에게 면박도 많이 당했지. '엄마한테 물어보고.' '두 냥반이 좋아하실까?' 졸지에 마마보이도 아닌데 마마보이로 ㅎㅎㅎ. 요는 의논할 일과 알아서 할 일을 제대로 구분 못했다는 건데, 여하튼 내 아이들이 자라면서 속으로 다짐했지. 생명을 위협하거나 앞날에 먹장 구름 낄 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자고. 도와달란 소리할때까진 가만 있자고.
요점은 군대 가기 실타는 건데. ㅋ 그럼 그렇지. 진즉에 난 아들보고 안가도 된다면 군대는 가지 마라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글 보시는 분들 중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4차 산업을 목전에 두고서도 60만 대군을 유지하겠다며 강제로 젊은 애들 끌고 가서 가장 머리가 좋은 날들을 제식과 짠밥, 그리고 군기로 흐리멍텅하게 만들어 마치 떵개새끼가 상한 고기 먹고 설사 갈기듯, 애들을 배출하는 그 개좉까튼 시스템이 정말 짜증나거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 일러준 방법은 대학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내렸어야 하는데 이제와선 어쩌자고. 재검을 받아 공익으로 낮춰볼 심산 같은데 다한증에 눈까지 나빠 가능성은 보였지만 그래도 제대로 안될 경우를 생각해서 장교는 어떠냐? 복무 기간이 길지만 경력 인정 받고 제대로 된 봉급받으며 군생활할 수 있다. 영 별론가 보다. 그럼 중국어 통역병 같은 건 어떠냐?
'안돼!'
'왜?'
'거긴 중국어 특기로 들어온 애들이 곽 잡고 있어.'
'해보지도 않고 뭔 소리여?'
'하나마나야. 선배들이 그랬어.'
대화체로 이어가자면 연속극 대본같고 하니 요약으로 대신하겠다.
대학 입학까진 우리 조언이 혹은 의사가 반영되었지만 이미 말했듯이 네 인생엔 선택만 남아 있을 것이다. 통역병에 관한 한 니 말도 틀리진 않으나 아빠 입장에선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남녀관계를 예로 들어 보자. 만약 주변에서 다들 좋다는 여자가 있는데 넌 싫다면 어떻게 할테냐? 당연히 그 여자와 관계를 맺지 않겠지? 군문제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남들이 다 경험한 일이라고 해도 니가 처할 상황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으니 선택도 달라져야 하겠지?
이 논리는 회사에도 접목될 수 있다. 다들 SKY를 나와야 좋은 직장을 가고 출세한다고들 하지만 인사 실무와 관리를 해 본 내 입장에선 별로 와닿지 않는 개소리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으면 뭐하냐? 같이 일하는 내가 불편할것으로 예상되면 나가리다. 군대라고 별 수 있냐? 중국어로 랩을 씨부리든 어쨌건 담당관 보기에 타인들과 지내기에 불편한 관상이면 안되는 거야.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다면 상하로 어울려 잘 생활할 수 있는 자원, 규율에 반항하지 않고 순응할 수 있는 협동형을 선택할 거다.
그리고.. 대학까진 성적 순일지 몰라도 이후는 성적 순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남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 같이 일하는 이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이들이 큰 성공은 못 거둘 순 있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삶을 이어가는 법이다.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들이 박고 봐라.
희안하게 그날따라 딸래미와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간 그린 그림을 바리바리 싸와선 슬며시 보여주는 폼이 칭찬받고픈 모양이다. 잘 그렸다. 학교 때려 치우고 집중한 보람이라면 딴엔 보람이겠고.
'너 앞으로 심심해질텐데?'
'왜?'
'이젠 애들 대학간다고 공부하야 하니 너랑은 잘 못어울려.'
'아니. 대학 안간다던데?'
'뭐시라?'
역시 요약하면, 이미 보신 분도 있겠지만, 딸래미에게 일전 이리 말했었다. 미대를 왜 가냐고? 아니 그림을 잘 그리는데 대학 졸업장이 왜 필요하냐고. 그 돈으로 다른 발전을 도모하거나 아니면 장사 밑천 혹은 시집 갈 밑천이나 장만하라고. 물론 이 배경엔 '지잡대를 갈 바엔'이라는 문장이 생략되어 있지. (속칭 지잡대 출신이나 재학 중인 분들에겐 미안타 만은)
그런데 이녀석이 내 논리를 애들에게 펼쳤나 보더라고. 그리고 그중 두어명이 그 말이 맞네하고선 요즘 같이 논다는 거야. 아놔 이거 조땐 거 아녀. 그집 부모들이 알면 난리가 날텐데.
요즘 젊은 애들, 삶의 목적도 없이 잔뜩 겉멋만 들어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다가 좋은 시간 다 보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게 어디 애들 잘못인가?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전부 박탈하고 온실 화초처럼 키운 부모의 잘못이 더 크지 않을까? 다들 또 그러시겠지.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했던 것인데 그게 무슨 우리 탓이냐?
그럼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물어 보자. 대체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원래 훌륭이란 단어는 썩 잘나서 나무랄 돗이 없다란 뜻이다. 여기서 잘났다는 뜻? 공부 잘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관직이나 좋은 회사, 혹은 좋은 직업을 얻어 출세하는, 남들보다 잘 사는, 돈이 많은, 배우자를 잘 만나는, 그히여 상위 계층에 안착하는 삶인가?
그게 쉽든가? 본인도 아주 쉽게 하셨냐는 뜻이다. 아마 90% 이상이 아니라고 할테지. 그러니까 내 자식만큼은 전철을 밟지 말라고 미주알 고주알 참견하시나 본데 내 결론과 지론은 그래봤자 말짱 도루묵이란 거지.
작년인가? 이효리와 이경규가 어떤 어린아이의 고충을 상담받고 답한 내용이 화제가 되었는데. 아이가 나중에 뭐가 될지 고민이란 말에 경규는 훌륭한 사람이 돼라 했고 효리는 아무나 되라고 했던가? 경규는 참... 그 나이 먹도록 주제 파악을 저리도 못하나 싶더라고. 재능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사실 이 친구, 주병진이란 걸출한 재담가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고깃집 사장이나 하며 가끔 추억을살리는 프로그램에나 나올 정도가 아닌가? 즉 혼자선 뭔가를 진핼할 능력은 되지 못하고 조연으로 나와 버럭버럭 소리나 지르면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줏어 먹을 그릇이지. 그 주제에 훌륭한 사람?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다.
효리의 멘트도 문제야. 물려받은 피지컬이 남다르잖나? 그러니 지뜻대로 뭘하든 성공할 여건을 갖춘 애가 남들도 지랑 같다고 착각하는 거지. 물론 아무나 되란 뜻이 니 뜻대로 살란 것인 줄은 알지만 그 나이 또래 애들을 뛰어넘은,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으론 함량 미달인 거지.
---요기까진 2019년 6월 21일, 심통이다.
지뮈, 내리 꽃히는 땡빛에 대가리 가죽이 버어지는 느낌이다. 하여간 심뽀도 드러버서 비오면 비온다고. 짱짱하면 짱한대로 불만 만땅이니, 이 역시 나도 범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려니?
하여 녀석들에게 기회가 닿는다면 진지하게, 이리 말해 주고 싶다.
삶에는 원래 목적이 없는 거야. 그냥 미술 시간에 학생들에게 도화지 나눠주고 그리고 싶은 걸 그리라고 하는 것과 같아. 근데 그게 참 크기도 클 뿐더러, 때론 지우고 다시 그릴 수도 있거든. 단 여백이 많을 때만.
기초는 우리가 잡아주지. 간단한 도덕이나 살아온 경험, 그리고 기초적인 법 같은 거.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야. 수학이니 영어니 그냥 니들이 그림을 좀더 잘 그릴 수 있도록 트레이닝의 일종에 불과하지. 하지만 우리나 학교 선생님이나 니 인생 그림 전체를 그려줄 순 없어. 또 그리 해서도 안되고. 왜 그런 줄 아냐?
난 니들이 아니니까. 그리고 니들은 내가 아니니까. 아무리 똑같은 환경에 수백명 집어넣고 같은 소리를 지껄여도 마음 속은 니들 숫자만큼 다르거든. 그리고 받아들이는 것도. 내 아무리 아비라 해도 그걸 강제할 순 없지. 그리고 얍삽하지만 이런 걱정도 있긴 해. 내 뜻대로 니들을 이끌다가 혹 잘못되면?
솔직히 내 인생도 그다지 성공작이 아니거든. 그래서 내가 하는 말들 중 상당 수가 나처럼 하지 말란 건데, 이기 참 내가 말하고도 생각해 보면 조깠거든. 내가 이리해서 실패했으니 니들은 이리 하지 말고 저리 해봐라. 그걸 누가 아나? 내가 해서 실패했던 방식이 니들을 성공으로 이끌지.
원래 어른들이란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수성지향적이고 위험축소형으로 변하거든. 그 이면엔 뭐가 있느냐?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에 대한 두려움, 다시 말해서 배움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지. 그래서라도 난 더이상 조언을 못하는 거지. 나조차 새롭게 배우는게 짜증나고 싫은데.
하지만 지금부턴 조금씩 삶이란 무엇인가, 너에게 주어진 시간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같은 개똥 철학틱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자신을 규정해야 해. 사실 모든 인간에 대한 식별은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 성격으로 가능한 법이지. 내가 사는 목적을 찾고 그 목적에 맞는 캐릭터의 형성. 이 정도만 하면 니들이 나갈 방향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지.
그리고 그 길에서 필요한 양식, 그러니까 스킬이 뭔지를 알아봐. 그렇게 하다보면 남들이 훌륭하다고 하는 그림이 생기는 거지. 그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실적일 수록 잘 그렸다고들 하지. 그걸 다들 훌륭하다고 하는 거야. 나도 그래. 하지만 심미안을 갖춘 이라면 마치 어린 아이 낙서 같은 그림을 보고 감탄하지. 피카소나 뭐 이딴 개새끼들 있잖냐.
그리고 이런 말도 해주고 싶다. 다들 가는 길만 따라가다 보면 전체에서 반만 해도 그럭저럭 사는 흉내는 내지. 하지만 남들 가지 않는 길, 그곳엔 가시밭길만 있을까. 영악스러운 녀석들은 몸이 힘들지 않아도 쉬 성공하는 법들을 빨리 깨치는데 사실 거기엔 사기성이 농후해서 대단히 위험해.
내가 일을 하며 안건데, 남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물건이 대박을 치더라. 아무도 내역은 몰라. 나만 알지. 난 전혀 없을 줄 알았어. 하지만 있더라고. 피치못하게 다가오는 경쟁을 피해선 안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경쟁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고 감정의 불필요한 소모만 가져오지. 소중한 시간을 그런 거지 깽깽이 같은 경쟁에 허비하지 마. 그닥 필요없는 허영스러운 명예따윈 지나가는 개에게만 줘버려.
그리고 때론 선택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돌아보니 아득해서 도저히 못 돌아갈 것 같거든. 틀린 생각이야. 그곳에서 조금만 방향을 틀면 새로운 길이 있는데 다들 '훌륭한' 이란 단어에 빠져 보지 못할 뿐이지.
인생이 조엇가튼 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들 해. 하지만 인생이 원더풀한 건 언제나 새롭게 신기한 것들이 액티브하게 내 앞에서 깨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거든. 골라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
삶은, 인생은 니가 고르는 거야. 그리고 니가 좋으면 그 삶이 바로 훌륭한 삶이고.
머 언제 이런 이바구를 다하겠냐. 반도 안되어서 속으로 노래 부르고 있을텐데. 언젠가 읽어볼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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