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미련 가지면 뭐하나...

운산티앤씨 2019. 6. 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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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고속으로 주파하는 느낌으로 소리를 듣고 싶다면 선재를 바꿔라???

월초부터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다 고마운 손님 한 분 덕분에 한시름을 덜었다. 물론 삼일간에 걸친 격전을 치루긴 했지만, 원하는 물건을 저렴하게 얻으셨고, 나 또한 이사를 앞두고 하나라도 나갔으면 하는 소망 중 작은 부분이 이루어졌으니 이만하면 윙윙이다. ㅋ

그래도 늘 아쉽기만 하고 언제 다시 저것들을 손에 넣어 보나. 가게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조차도 가끔 이 어마어마한 물량에 입이 딱 벌어지지만, 그중 제대로 소리내 본 적도 없는 기기들이 태반인데도 여즉지 그런 미련이 남는 걸 보면 오디오가 가진 마성과 중독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시리라.

여튼 어제, 거진 반나절에 걸친 혈투 끝에 노획한, 노란 은행잎처럼 소담스러운 신사임당이 우수수 떨어지니. 마침 마무리하는 자리에 등장한 마누라. 거지깽갱이 같은 걸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고 늘 못마땅해하던 얼굴이 활짝 펴지면 입꼬리가 귀 잡아먹을 정도로 벌어진다.

에라, 이왕 이리 된 거, 그 사장님께 직접 주시면 좋겠다 청했다.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드는 모습이 마치 세벳돈 받는 초딩같아 얼마나 웃기든지. 하지만 가시고 나선 눈알을 부릅뜨며 '손해 본 거 아냐?' ㅋ.

또 때마침 가게에 들어선 딸래미가 돈을 보더니 호다닥거리며 좋아라 하네? 두 모녀가 돈을 세며 모라모라 궁시렁거리는데 뭐 사먹을까 궁리하는 눈치라. 이런 젠장, 피 흘리고 살점 떨어져 나가며 점령한 고지에 돼도 않은 똥별들과 기자넘들이 개폼 잡는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 스치더라고. 난 뭐여? 난 대체 뭐냐고오~~

그런디? 그러면서 흐믓한 마음이 들더라고. 마치 둍 빠지게 사냥한 괴기를 새끼들 앞에 물어다 놓고 옆에 누워 한숨 돌리며 지켜보는 늑대의 심정이랄까. ㅎ

친구 중 일명 굴다리로 불리는 넘은 내가 사는 이 모양이 가엽단다. 오랫동안 가게 경험이 잇는 지눔 입장에선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나? 난 이젠 그리 못살겠고 더 늙기 전에 혹은 꼴까닥하기 전에 산천경계 유람하며 즐기며 살련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그눔의 그런 개꿈은 소시적에 다 이룬 셈이다. 풀방구리 쥐새끼 드나들듯 하루가 멀다하고 집 비우고 출장다니며 억지로, 강제로 맛집이니 외국 음식이니 신물나도록 먹고 마셨으며 흰둥이, 검둥이, 노랑둥이에 웬갖 잡종도 다 보았으니, 이젠 와이셔츠 단추구멍만하게 작아진 내 두 눈알과 날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뇌용량에 더 집어 넣을 여유공간도 남아 있지 않다.

하여 젓까는 소릴랑 니 고향산천가서 존나리 툧퉁소로 불어 보등가 말등가 하고, 그 엠병질알이 월메나 허망한 용두질인 줄 알라고 면박주고 말았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다들 이거 없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나만 등신이고 인생 헛산 거 같이 느낀다고 난리더라만은 지난 달 폐허처럼 변해가는 을지로 공장에만 40년 가까이 군무하고 있는 한 사내의 인터뷰를 보고 또 느꼈지. 그 양반 왈,

'40년 동안 여길 벗어난 적이 없구만요? 배운 게 없으니께 애들 키워야제 어딜 놀라가유? 작년에 제주도 가는 뱅기 첨 탔구만요.'

글씨, 그게 불쌍해 보이나. 난 전혀 그리 보이지 않더만. 가장으로써 단 한번도 옆길 새지 않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한 그 사내의 삶이 뭐가 어떻다고? 그 표정에서 난 세상 누구보다도 자긍심 가득찬 수컷의 당당한 모습만 보았는데, 귀하들은 어케 생각하시는가?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해 다들 방황하고, 벙황하다 못해 돈질알로, 여자나 남자로 공허를 채우려 하지만 전부 다 도루묵이고 허공에 주먹질하는 게 아닐까? 중요한 건 내가 만들었건 주어진 환경이건 간에 관계없이, 굳이 탈출하려 애쓰지 말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세상을 뒤엎을 업적을 이루고 만인의 추앙을 받아본들 그 기쁨과 자부심이 내 새끼 배불러하며 웃는 모습에 비할까? 웬갖 명품으로 치장하고 이년 저년 만나며 카사노바 숭배를 받아도 스쳐가듯 던지는 내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감동하는 척하는 마누라의 교활함에 비할까.

살아보메 인생엔 대단한 거 음떠만.

https://youtu.be/KhyWJaicd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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