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즐거운 하루

제비들 영업 개시

운산티앤씨 2019. 6. 4. 21:03



생긴 건 멀쩡한데... 좀더 시간이 있다면 완벽하게 복원하고 싶다.

박군은 아마 여러분도 잘 아실게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치곤 서로에게 부담도 주지 않고, 그러면서도 합리적으로 서로 돕고 사는 사이. 그리고 가끔씩 은근슬쩍 서로를 지긋이 밟아 주는, 실로 오묘한 사이지.

이 친구가 내가 오는 날은 귀부터 닦고 기다려야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기생충 같은 인간이 하나 떨어져 나가면 또 붙고. 검경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들며 고소. 고발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애가 어디 모자라거나 미움 받을 짓을 하는 건 아니다. 속이 너무 좋아, 남의 부탁을 거절을 못해, 결국 돈때문에 그 사달을 일으키는 게다.

'오늘 또 누굴 고소했냐? 으히히힛~~'

'야. 난 맨날 싸우기만 하는 줄 아냐?'

'어라? 그일 아니면 나한테 올 리가 없을텐데...'

이래 저래 캐물어 보메, 이번엔 피붙이가 속을 썩인다는데. 거 뭐라 하기도 그렇고. 하소연이랍시고 오뉴월 늘어진 소부랄처럼 늘어 놓더니 난데 없이 시디를 한장 주는 게 아닌가?

'이기 머꼬?'

'이번에 나 음반 녹음 했어.'

'헉... 진짜?'

'우선 10장 만 찍었는데 녹음실에서 반응이 좋다고 정식으로 내보자더라.'

'ㅋㅋㅋㅋㅋㅋㅋ.. 야 그럼 시디에 사인을 해서 줘야징'

근디... 어째 목소리가 영 매가리가 읎네. 아뉘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걸 누가 시중에 내놔.

'감상이 어떠냐?'

'어... 잘 부르는데 어쩐지 김정구 유작 앨범 같다. 우휏휏~~~~ ㅋㅋㅋㅋ'

'야, 빈말이라도 평 좀 잘해 줘라.'

알고 보니 이런 걸 기념으로 녹음해서 시디 쟈켓까지 그럴싸하게 만들어 몇백을 받는다는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걸 실제 하는 인간을 보다니. ㅋㅋㅋㅋ

'얼마 줬냐?'

'얼마 안줬어~~'

또 캐물으니 50만 원을 줬다나? 그리고 10장 다 돌리고 나니 더 돌려야겠다 싶어 추가 주문을 했는데 10장에 20만 원을 달라더란다. 이런 개도적넘들.

'야, 이거 유튜브에 올리자. 김정구 유작으로, 시디 쟈켓은 빼고.'

'하지 마~~~.'

참나, 아직 여름도 오기 전에 벌써 더위를 먹었나. 요즘도 하는지 모르지만 노래방에서 무료로 시디 녹음해 주지 않았나? 시디 쟈켓이야 기깔나게 빼주는 인쇄소가 넘쳐나고. 시디 케이스야 장당 1백원? 시디 녹음도 그렇다. 한장만 만들어 갖다주면 1시간에 50장 뽑아 주는데도 있는데.

아놔 저 자슥. 돈 아깝게.

그러고 보니 나도 가끔 내 노래를 좀 남겨보면 어떨까? 그리고 제대로 된 곡은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하면 어떨까? 혹시 모르잖아. 캐스팅될지도. 하여 이번엔 서핑으로 들어 갔는데. 그토록 찾아 헤메었던 프로그램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몇년 전, 가수의 음성만 지우고 그 장단에 내 목소리를 녹음해주는 프로그램을 한참 찾았는데. Smule이란 해외 프로그램부터 태진, 금영까지 사업에 뛰어 들었더구만. 그러니까 자기네 노래방 기계 속의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게 해주고 녹음까지. 건당이거나 기간별 요금을 받더라고. 하루에 한 곡은 무료인가?

하여 녹음을 했는데, 와 진짜.. 내가 이렇게 노래 못하는 줄 처음 알았네. 바르르 떨질 않나, 숨이 가빠 헥헥거리질 않나, 오랜 흡연으로 고음에선 삑사리까지. 참 이걸 잘 부른답시고 술 처미시고 그렇게 고래고래 소릴 질러댔다니 손발가락 10개가 다 오그라드는 느낌이라.

그리고 내심 존나리 미안한 생각이 드는거라. 돼도 않은 발음으로 마이 웨이를 그렇게나 씨부려댔으니 당시 부하들이 월메나 괴러웠겠냐고. 이 글을 보시는 재직 임원들은 반드시 이 프로그램으로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경청해 보시길 바라노니. 앞으론 노래방에 가면 점잖게 술이나 마시며 젊은 츠자들 색기발랄하게 노는 모습이나 보며 춘정을 달래시도록. ㅋㅋㅋ

여하튼 이때문에 새로운 산업이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해외 사이트에선 벌써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연계헤서 자신의 노래를 올리며 인기 스타로 등극한 이들이 꽤 되더만. 국내 사이트도 누군가 돈을 내면 듀엣으로도 부르게 해주고 같이 녹음도 해주는 기능이 있더만. 결국 이를 통한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또다른 인터넷 생태계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이미 여기에도 벌써 개판의 조짐이 확연히 보이더라고. 솔까말 노래 잘하면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가. 하여 벌써부터 방 만들어놓고 기집 꼬드기는 제비들이 성업 중이더만.

몸 버리는 거야 본인 판단이고 책임이지만 하여간 뭐 괜찮은 거 만들어 놓으면 악용부터 하니 문제네. 조만간 이 사이트에서 돈 뺏기고 몸 뺏기고 목숨까지 뺏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리라는 예상이 먼저 든다.

https://youtu.be/kOXsqeG5s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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