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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황혼 이혼에 대해 나름의 개설레발을 풀어 보았는데...
실제 난 실정을 인정하고 권좌를 양위하겠다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고약하게도 중전은 감히 반항하며 내놓은 항변은 다음과 같다.
'그 긴세월 멋대로 하시다가 이제 와서 면피용 양위라니 가당치 않으며 이야말로 지나가던 개가 가가대소할 일이 아닐런지요? 소첩, 그런 논리 실종 & 상식 결핍성 명은 받잡기 어려운 줄 아뢰오.'
오호? 하여 이르길...
'그렇다면 짐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하거늘 사사건건 트집 잡으며 훼방하는 이유는 뭔가? 게다가 요즘은 황자들까지 회유하여 짐에게 떼거리로 달려 들고, 부단히도 상왕께 이간질성 전통을 넣어 미주알고주알, 어주 한잔도 고해 바친다며? 더하여 내 일찌기 외척을 멀리 하겠노라고 엄히 알렸거늘, 지난 주엔 대원군까지 전화로 잔소리를 합디다. 그대, 감히 지금 짐을 능멸하려 드는게요?'
파르르, 사시나무떨듯 온 몸을 떨며 분기탱천의 일갈을 쏟아내니
'호호호.. 그럴리가요? 이 모두 황실의 안위를 위한 소첩의 지극한 충정으로 알아 주셨으면..'
'그 입 다물라. 어디 안전이라고 터진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시야. 고이얀~~'
하여 그 시간 이후 집안 대사의 모든 결정은 중전의 결제로 판가름하기로 하였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알아서 할 때보다 더 많은 보고가 귀를 따갑게 한다. 이젠 소소한 과정, 심지어는 조연과 엑스트라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상세하게 들어야 하네?
하루죙일 개떡같은 일과 씨름하다 지쳐 들어오면 샤워고 나발이고 우선 소주 한병 발칵 들이키고선 자고 싶은 생각 밖에 없거늘.
'어혀, 알아서 한다메? 알아서 했으면 그냥 진행해. 뭐하러 나에게 다 알려주남?'
'들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딴소리 안하지.'
'딴소리 안할테니까, 나 좀 쉬자.'
'저거 바바. 이젠 아예 도망가려고 하는군화~~'
하여 또 한바탕 언쟁이 붙으며 고성의 미사일이 십자포화 형태로 산발하며 잠시나마 고요했던 집안의 정적을 무참하게 박살내니, 심심해 지렛나루를 틀던 개새끼들도 덩달아 짖어대고 난리네.
흠... 그러니까 원하는 바는 이거지? 결정은 지가 내리되 채금은 니가 져라. 이런 개나리같은, 야마리의 첨단을 달리는 수작이 다 있나? 아놔, 이럴거면 백지 그카고 앉았냐고?
(이 부분은 혼또 갱상도 아니면 해석이 어려울 것임. -> 아니 이럴 양이었다면 무슨 이유로 그러고 있었느냐?) 백지-> 무슨 이유로 혹은 이유도 없이. 어원을 종잡을 수 없는 대구 지역 사투리.)
그리하여 얻은 결론은 이러하다. 집단 지도 체제. 그리고 채금의 양분. 그래봤자 결국 나 혼자 독박이겠지만. 즉 입안부터 실행까지는 마눌이 담당하되 실행부터 마무리는 내가 하는 걸로. 지극히 합리적이지 않다 여기지만 이미 기울어지는 태양 꼴인 나로썬 받아들일 수밖에.
그리하여 저무는 내 황혼이 안온하기만 하다면야....
아침부터 웬 잡넘이 댓글똥을 퍼질러놨길래 잠이 화다닥 달아나더만. 이후 아들눔이 개기질 않나, 마누라 20년 전 타령을 하지 않나. 기분이 확 상해 가게 앞에 오니 비러먹을 파지 영감탱이가 데크 위를 뒤적거리고 있네? 내 몇번이고 가져가지 말라고 일렀건만 며칠 전 또 쓸만한 박스를 다 집어 갔더라고.
멀리서 차를 살살 몰며 보니, 이 잡넘은 먼저 가게 안을 살며시 들여다 보고선 사람 없으니 일을 벌이더라고. 냅따 그 뒤에 차를 세우면서 빠앙~~ 마치 갑자기 불을 켠 부엌 부뚜막에서 파뤼 벌이던 바퀴벌레 새끼마냥 허둥지둥거린다?
'아자씨. 내 분명히 여기 박스 손대지 말라고 했잖여?'
'아녀. 난 그냥 그 위에서 뭐가 움직이길래..'
참... 조까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내가 이 영감을 괘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가게 뒷편에 대지 100평은 족히 넘을 것 같은 땅에 2층 양옥을 소유한 부르조아이기 때문이지. 하루 종일 구르마 끌고 다니며 갖은 불쌍한 시늉은 다 해서 골목 안 파지를 독점하고선, 정작 그 파지 팔아 편의점 앞에 앉아 소주 나발 부는게 일상이걸랑. 게다가 나와바리 정신은 얼마나 투철한지 이 골목길은 전부 지것인양 큰소리치며 행여 허리 구부정한 할마시가 박스에 손이라도 대면 황금박쥐처럼 나타나 호통을 치더란 것이지.
사실 오늘 아침 수리 차 시내를 가기로 했는데 일이 이쯤으로 틀리면 조용히 가게에 있어야 한다. 나가봐야 보나마나 또라이 새끼들 칼치기에 분노할 것이고 더하여 노상에서 쌍욕 오가기 딱이니까.
하여 아침부터 쓸데없는 소리 좀 나불댔으니 독자들께선 그러려니 하시기 바란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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